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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녹색건설과 위기 돌파

보도일자 2009-04-02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전 세계에서 녹색(green)과 지구온난화가 국가아젠다로 시간이 지날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선진국이 저개발국의 난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일부 주장도 있다. 현실을 보면 심각 해 질 수밖에 없다. 세계자연보호기금에 따르면 히말라야빙하는 이미 2/3가 없어졌고 유엔환경계획국(UNEP)에 따르면 ‘50년까지 사라질 것이라 경고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된 탄소가스가 대기권의 0.035%에 지나지 않는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지구역사 6억년 동안 탄소가스 1%일 때 반드시 빙하기가 찾아왔다는 점은 단지 일부의 주장만으로 돌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필자가 ‘08년 11월 탄소제로 도시를 선언한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신도시 건설현장에 도착했을 때다. 당일 조간 걸프만신문 1면에 몰디브대통령이 2020년까지 자국민들을 이주시킬 섬이나 육지를 내 달라는 호소문이 실린 기사를 봤다. 석유 석유매장량 6위, 가스매장량 4위인 아부다비가 석유 한 방울 사용 않는 도시건설을 실제 착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려 간 필자는 전혀 다른 세상에 와 있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녹색성장이라는 주제보다 녹색이라는 단어에 너무 현혹되어 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녹색뉴딜, 녹색교통, 녹색도시 등 ‘녹색00’이 유행어처럼 MB정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녹색건설 역시 같은 의미로 건설에 녹색이라는 단어만 넣었다고 주장 할 수 있다. 건설의 본질을 가볍게 넘기기에는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량은 전 세계에서 10위권이며 탄소배출량은 세계9위권이다. 환경경쟁력은 10위권 밖에 있다. 건설산업으로 눈을 돌려보면 더 심각하다. 건설산업에서 생산한 건물과 도로 등을 유지하기 위해서 총에너지 사용량의 50%를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배출가스 배출량 역시 50%다. 김포매립지에 반입되는 쓰레기의 50%가 건설에서 배출된 양이다. 녹색성장 정책에서 건설을 방치 할 수 없는 이유는 충분하지 않은가?
MB정부의 녹색성장을 위한 해결방안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에너지 자립도를 현재 35%에서 ‘30년까지 60%로 높이겠다는 정책과 함께 숲 조성을 통해 산소공급원을 늘리겠다는 정책 방향이다.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을 현재 26%에서 41%로, 그리고 재생에너지 생산비를 2.4%에서 11%로 높이겠다는 계량적 목표도 제시 했다. 에너지 사용량 저감보다 에너지생산량을 늘리는 무게 중심을 뒀다.
건설을 녹색화시키는 효과에 대해서는 무게를 별로 두지 않는 듯하다. 건물을 녹색화시킬 경우 에너지사용량을 80%까지 저감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의 국가건설목표에서 제시한 에너지 사용량 50% 저감과 유해성폐기물과 가스배출량을 50%저감하겠다는 국가차원의 전략은 건설산업이 국가 녹색성장에 얼마만큼 기여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재생에너지 생산량 확대보다 에너지와 배출량을 50% 줄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녹색건설을 슬로건이나 정부 정책으로만 보지 말고 한국 건설의 미래 시장과 개인의 일거리로 보자.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선진국 중심의 새로운 개발규제에 적극 대응하는 수단으로 녹색건설을 내세워보자. 재생에너지 생산시설 건설이나 탄소중립 혹은 탄소제로 도시 건설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어느 것도 완제품을 한 기업이 독점 할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은 막대한 비용과 규모를 동반하지만 생산요소는 개별 기술과 제품이 소규모로 파편화되어 있다. 소규모 기술과 제품이 목적별로 연결되는 소위 ‘그리드(greed)망’을 구성하고 이 그리드망을 종합하는 사령탑이 존재하게 된다. 산업에서 보면 대․중․소기업 규모간 협력과 공조가 필연적이라는 뜻이다. 둘째 특성은 기술과 상품의 독점적인 주인이 없는 전혀 새로운 기술과 상품이라는 점이다. 에너지라고 해서 전통적인 에너지생산기업이 주인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어느 한 산업에서 모두를 완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오케스트라처럼 지휘자그룹과 개별악기연주와 같은 구조다. 만일 건설에서 방치 할 경우 타 산업에서 건설까지 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셋째 특성은 국가와 국가, 산업과 산업, 그리고 기업과 기업, 기술과 기술이 반드시 융합되어야 완성 해 갈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녹색성장과 녹색건설이 미래 시장을 열어 줄 것은 틀림없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들이 자국의 건설기준을 녹색기준으로 바꾸는 정책을 진행 중에 있다. 이 정책은 단지 한 국가로 끝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녹색건설기준이 완성되는 순간 이를 자국만이 아닌 세계 기준화시킬 게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왜 선진국과 선진기업들이 녹색건설을 강조하는지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제도를 통해 시장을 만들고 만들어진 시장에서 기술에 대한 주도권을 가지겠다는 숨겨진 전략이 있기 때문이다.
녹색건설이 국내건설기업들에게도 분명한 먹거리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필요한 것은 시장 쟁탈전보다 녹색건설시장과 기술을 확인하고 이를 소화시키기 위한 규모별 전문기술별 역할 분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