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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안전 통계지표 바로잡자

보도일자 2009-04-16

보도기관 건설경제

흔히 통계지표는 선박의 방향타 또는 도로교통의 신호등에 비견된다. 통계지표가 지시하는 대로 정부의 정책 방향과 관련 당사자의 행동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통계지표의 생명은 실상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가거나 이해관계가 얽힌 교차로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설분야 산업안전 통계인 천인율, 사망만인율, 환산재해율 등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표일까. 실망스럽게도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노동부의 200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 자료에 의하면 2005년 이후 건설분야 상대지표인 천인율(근로자 1000명당 재해자수)과 사망만인율(1만명당 사망자수)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2005년 7.48과 2.86이었으나 2008년에는 6.30과 2.06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실제 건설현장의 산업안전 실무자나 건설근로자는 재해자와 사망자가 줄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저가낙찰 현장에서는 삭감된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추진하는데 이 과정에서 산재 위협을 더욱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한다.

 

재해 느는데, ‘천인율’은 하락?

실제 건설업 재해자수와 사망자수라는 절대지표는 꾸준한 증가 추세에 있다. 즉 2005년에 1만5918명과 609명이던 것이 2008년에는 2만473명과 669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왜 상대지표와 절대지표의 추세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이유는 상대지표 산정을 위한 ‘분모’ 때문이다. 천인율과 사망만인율은 모집단인 건설근로자수를 나누어 산출한다. 이때 다단계 하도급구조의 말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건설근로자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분모에 들어가는 건설근로자수는 추정치를 사용한다. 노무비(총건설공사금액×노무비율)를 1인당 연간총임금(노동부 발표 월평균임금×12월)으로 나눈다. 추정 건설근로자수는 2005년 212만7454명에서 2008년에는 324만8508명에 달해 3년 동안 100만명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건설근로자수의 급격한 증가가 상대지표를 낮추는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건설업취업자수는 2005년 176만5228명에서 2006년 181만3055명, 2008년 175만8795명이다. 산재 통계에 활용된 추정 건설근로자수가 통계청 수치의 1.85배(2008년)에 이르는 것. 이런 수치를 적용한 상대지표가 건설현장의 실제 재해발생 정도를 제대로 반영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정책 수립의 방향타 또는 정책 집행의 신호등으로서 역할을 올바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걱정스럽다.

통계청 건설업취업자수를 분모에 대입해보면 천인율과 사망만인율은 당연히 2005년 이후 증가 추세에 있는 것으로 바뀐다. 2005년 9.02와 3.45에서 2008년에는 11.64와 3.80에 이른다. 물론 통계청 수치가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의 건축 경기 침체, 과당 경쟁에 의한 저가수주와 무리한 공기 단축 시도, 산업안전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등이 나타나고 있는 현장을 생각하면 통계청의 건설업취업자수와 이를 대입한 상대지표가 보다 사실에 가까운 수치일 것으로 판단된다.

1000대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환산재해율 산정도 비슷하다. 업체별 환산재해율은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의 신인도 항목에 반영되어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산정 방법은 해당 업체에서 발생한 재해자수를 해당 업체에서 일한 상시근로자수로 나눈다. 이때 사망재해는 10건의 재해로 환산한다. 분자의 재해자수 적정성은 논외로 하자.

 

산출방식 잘못, 실상 반영 못해

상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방식에서 분모의 상시근로자수는 총공사금액에 거의 정비례하여 증가한다. 따라서 토목공사가 많을수록, 공사금액 규모가 큰 공사가 많을수록 실제 근로자수에 비해 상시근로자수가 과대평가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반대로 건축공사와 중규모 위주의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는 환산재해율 산정 방식의 맹점 때문에 수주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건설업 전체의 상대지표든 개별 업체의 환산재해율이든 현장의 정확한 실상을 반영하지 못할 경우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산식의 분모에 대입되는 근로자수를 추정치 대신 실제 수치를 활용해야 한다.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를 활용하는 것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2~3년 유예기간을 둔다면 현재 무료로 보급되고 있는 건설고용보험카드와 결합되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