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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PQ-미국의 사례와 시사점

보도일자 2009-07-31

보도기관 건설경제

건설산업선진화방안 후속과제의 일환으로 발주기관별로 사업특성과 역량에 따라 PQ제도를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해에 따라’ PQ를 시장 진입장벽으로 인식하는 그룹이 있는가하면, 건설공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업체를 가려내는 기능으로 보는 그룹도 있다.

PQ 변별력 강화가 어느 특정한 그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다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기업군에 유리하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선진화방안에서 제시했던 변별력 강화 제기의 본질은 역량을 갖춘 업체가 제대로 된 시공을 할 수 있게끔 제값을 주도록 개선하자는 것이다. 국내시장은 물론 글로벌시장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량 강화를 유도하는 데 중장기적인 목표를 두었다.

필자는 미국 서부 어느 도시 지하철공사 입찰안내서에 포함된 PQ조건과 통과업체들이 제시한 공법·가격의 심의 결과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PQ제도 개선작업에 상당한 시사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미국 지하철공사의 PQ심의 사례

공사규모 1600억원 규모의 이 공사의 PQ심의 결과는 두 가지였다. 첫째, 발주자(대리인 활용)가 사전지식이 풍부하고 공법·현장조건 등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상세한 입찰안내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공공발주기관 중에서 이 정도의 입찰안내서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둘째, 국내업체 중에 그 입찰안내서에서 요구하는 자격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곳도 필자가 아는 한 없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자. 입찰자의 공사 경험과 역량 부문은 양과 질을 동시에 평가한다. 우리나라 지하철공사에서 노반공사 실적의 양적 기준(길이·폭)만을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게다가 미국은 지하철이 지나가는 연약지반의 깊이와 길이, 흙막이벽체의 시공법과 길이·깊이 등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실적을 요구한다. 또한 공사에 투입할 현장소장 혹은 연속벽(slurry wall)의 공사감독자 보유 여부도 의무사항이다.

공사규모별로 변별력도 차별화를

인력 부문의 경우 기술자와 실제 공사감독자(우리나라의 ‘십장’) 등 주요 포지션별로 요구한다. 먼저 현장소장은 전체적인 경력(예, 지하철공사 경력 20년)과 함께 최근 5년 내 800억원(추정가의 50%) 이상의 유사공사 현장소장으로 재직 경험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입찰참가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상 정규직 재직자라는 강제규정을 둬 스카우트도 배제시켰다. 공사감독자도 마찬가지다. 연약지반으로 연속벽공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의 유사공사 감독 경험자 2명을 제시해야 하며, 역시 2년 이상 정규직 재직자임을 증명토록 하고 있다.

재무 상태와 조건은 현금흐름을 중시한다. 입찰참가자격 취득을 위해서는 사전에 입찰·계약보증을 해 줄 기관의 동의서를 첨부하는 것도 물론이다.

이 같은 미국 지하철공사의 PQ사례는 지극히 전문적이며 공정한 시각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며, 공사규모·특성에 따라 차별화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보다 시장규모가 10배 이상, 업체수는 25배 이상 많음에도 불구하고 발주기관별 PQ운영 방식에 불만이나 반발이 없다. 일부 교육기관이나 보증기관에서만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현재 진행 중인 발주기관별 고유의 PQ 개발 및 운영이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경쟁 역량과 함께 전문화·집중도를 제고시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발주기관들이 PQ 변별력을 모든 공사를 대상으로 강화시키는 방안은 해답이 아니다.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시설공사는 변별력을 더욱 강화시켜야 하지만, 소규모·반복적인 성격을 가진 공사는 변별력을 완화시키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주기관별 PQ 운영의 핵심은 해당기관의 역량에 직결되는 문제다. 발주기관이 아닌 사업자단체들이 나서서 PQ 운영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은 국민들 시각에서 보면 물량 배분에만 관심을 둔 것으로 오해받기 쉽다.

발주기관 스스로 사업 규모와 특성에 따라 달리 적용 가능한 PQ를 운영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