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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PQ변별력 강화의 전제

보도일자 2009-08-07

보도기관 건설경제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변별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을 시도하는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공공사의 PQ 통과업체수가 수십 개사에 이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기술력 있는 업체를 우대하려는 정책 방향과 어긋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그래서 PQ 문턱을 높여 경영상태나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하게 개선하자는 것이다.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중견·중소업체의 자연스러운 업종 전문화를 유도할 수 있고 문어발식 수주 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공종에 역량을 집중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 대형업체는 중견업체 시장을, 중견업체는 중소업체 시장을 하향 잠식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업체의 대형화와 부적격 영세 업체의 퇴출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시일 내에 PQ 변별력을 강화하는 것은 부작용이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업체의 시장 잠식이 크게 확대되는 반면, 중견기업은 전문화를 추구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시장에서 고사될 수 있다. 특히 300억원 미만 공사에 적용되는 적격심사의 경우, PQ점수가 입찰결과에 반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PQ심사가 단순히 합부(pass/fail)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고난도 공사부터 적용해야

물론 PQ 변별력을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은 시대적 흐름과 일치한다. 기술력이 우수한 업체가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에도 공감한다. 하지만 민간 시장과 달리 시장의 안정이나 중소기업 보호와 같은 ‘배분 정책’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소기업 발주목표비율 제도나 입찰가격 우대(bid preference) 정책, 일본의 관공수법(官公需法) 등에서도 중소업자의 수주 확보를 위한 정책적 배려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정책적 딜레마가 있다. 기술력을 우대하면서 동시에 중소기업도 보호한다는 게 쉽지 않은 정책 목표인 탓이다.

건설 분야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작용하기 쉽고, 일반적으로 대기업일수록 시공경험이나 기술개발 등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 따라서 건설 분야 특유의 고려가 필요하게 된다.

우선 단순히 시공실적만을 평가하게 되면, 대형업체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게임이 된다. 그러나 시공실적과 동시에 시공실적의 공종별 특화도를 평가하게 되면, 대·중·소업체 구분없이 특정 공종에 수주를 집중한 회사가 이익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지하철 공사에 특화하여 집중 수주하고, 관련 기술인력과 핵심기술을 확보한 중견업체의 경우 대형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전문화·특화를 유도할 수 있다.

 

수주 특화정도 반영 필요

또 양적 실적과 동시에 기(旣) 수행공사의 계약이행·공사관리 실태, 부실공사 여부 등에 대한 평가결과도 중시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중견업체가 꼭 불리하다고 말할 수 없다. 기술자 평가도 해당 공사에 투입 예정인 현장대리인이나 핵심기술자를 동시에 평가할 필요가 있다.

실적 평가에 있어서는 단순한 시공경험보다는 특수한 공법이나 시공을 해본 구체적인 경험을 평가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로건설공사는 고난도의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단순 공종으로 치부되고 있으나, 노선상의 생태서식지 이전 경험이나 생태통로(eco-corridor) 시공경험을 평가할 수 있다. 건축 분야도 포스트텐션 공법이나 무량판(flat slab) 구조 등 특정공법 시공경험을 평가할 수 있다. 회사의 경험과 함께 투입 예정 기술자의 경험도 동시에 평가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PQ항목이나 배점이 획일화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며, 발주자에게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져야 한다.

한편 PQ대상 모든 공사에 대하여 변별력을 강화하는 것은 시장에 주는 충격이나 행정력 낭비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고난도 공사를 중심으로 제도개선에 나서되, 중견·중소업체의 전문화 여부를 확인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변별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군(群)제한 경쟁 시 1군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문제점이 있다. 20~30여 개사 정도로 쪼개 ‘체급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룰을 정한다면 PQ 변별력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