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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직접시공제 확대와 페이퍼컴퍼니 함수

보도일자 2010-05-20

보도기관 건설경제

직접시공제를 확대시키는 법안이 2009년 12월 여당 국회의원이 발의하면서 이해 당사자간 논란이 뜨겁다. 발주자와 계약자의 거래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법에 획일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는 물론, 약자 보호 측면에서 법에 강제해야 발주자가 움직인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하는 근거는 품질확보와 안전사고 감소, 경쟁력 있는 업체를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전문공사업역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하도급자 죽이기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의 근거와 업역문제을 떠나 직접시공제 도입과 관련한 핵심내용이 시참제 부활이나 페이퍼컴퍼니 근절 등 직접시공제와 연관이 적은 곳에서 극단적으로 대치하는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직접시공제와 직영시공제 차이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란이 일지 않았기에 접어두고 페이퍼컴퍼니와의 함수 관계부터 먼저 확인해보기로 한다.

 국내 건설업에서 면허제를 등록제로 바꾼 계기는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의 진ㆍ출입을 자유롭게 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여기에는 ‘95년 WTO협약에 의한 외부적 요인도 작용했다. 까다로운 면허제보다 완화된 일정 요건을 갖추면 누구나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면허제를 등록제로 완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크게 대두된 화두가 부실업체를 어떻게 걸러 낼 것이냐 였다. 해결방안으로는 「등록 요건 완화, PQ변별력 강화」가 제시됐다. 즉, 간판은 자유롭게 달되 공사서비스 수요자의 입맛을 까다롭게 하면 부실업체를 걸러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PQ의 변별력 강화는 대기업에만 유리한 또다른 규제로써 수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렇다고 다시 등록요건을 강화시킨다는 것은 국내는 물론 WTO 제소까지 갈 사항으로 돌아 갈 수 없다. 페이퍼검퍼니가 양산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등록제는 완화됐고 PQ는 변별력 부재로 통과율이 97% 이상이기 때문이다. 페이퍼컴퍼니의 최대 피해자는 시평액이 동일한 그룹에 속한 성실한 업체들이 분명하다.

 해외사례를 보자. 미국도 페이퍼컴퍼니 피해는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PQ를 통해 그 피해를 줄이는 정도다. 미국의 공공공사 PQ를 봐도, 입찰대상 공사와 유사한 공사 실적을 입찰자가 제시하면 성과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발주자의 몫이다. 발주자는 입찰자가 제시한 공사실적에 대한 성과 여부를 직접 확인하여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또한 대상공사에서 핵심적으로 필요로 하는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사업책임자 역시 일정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자동 탈락시키는 방법을 쓴다. 물론 입찰자가 제시한 사업책임자 자격에는 해당 기업과 최소 몇 년 이상의 근무 경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이에 대한 확인은 개인소득세 납부 증명서로 가능하다. 입찰자의 부도 가능성에 대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증기관의 보증가능액 확인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엄격한 PQ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를 100% 배제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다시 말해 건설공사에서 ‘위험 제로(0)’는 없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발주자가 확인하는 발주자 책임성을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시 국내를 보자. 등록요건 강화는 WTO 규약 때문에 어렵고 PQ변별력 강화는 중소기업 때문에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보자. 등록 요건 강화는 국가의 제도 몫이고 PQ변별력 강화는 발주자의 몫이다. 공공공사에서 강화돼야 할 국가와 발주자 책임성을 배제한다면 다음 선택은 협단체의 역할에 기대하는 방안이다. 페이퍼컴퍼니의 근본 원인은 운찰제와 불법거래 묵인에 있다. 운찰제는 잘못된 입낙찰방식 때문이고 불법거래 역시 발주자의 사업관리 역량 부실이 가장 큰 원인이다. 차선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협회 설립과 존립의 근거는 이해를 같이 하는 집단의 권익보호와 사회적 책임성 확보에 있다. 사회적 책임성이란 부도덕하거나 불성실한 회원사가 사회적 손실을 끼쳤을 경우 해당 회원사에 대한 견책 책임도 있음을 의미한다. 대다수 성실한 회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설립 근거가 부확실한 회원 혹은 페이퍼검퍼니로 의심되는 회원을 추방하는 방안이 있다. 대부분의 협회는 관할지역별로 협회를 두고 있다. 발주자가 적격한 업체를 상시적으로 가려내기 위한 유자격명부제를 두고 있지만 국내는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발주자 대신, 관할 협회가 유자격명부에 해당하는 건설업체 자격명부를 유지해 해당 공공발주기관에 상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 PQ에서 기술자의 경력과 자격 검증을 제3기관에 일임해 놓으면서 정작 자격있는 회사의 검증을 제3기관에 맡기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