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의 총체적 위기 그 다음의 과제
보도일자 2010-06-18
보도기관 한국주택신문
요즘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입에 올리는 것을 기피하는 단어는 아마도 ‘구조조정’이 아닐까 싶다. 초여름 태양 볕이 눈부시게 거리를 채우고 있지만, 마치 추운 겨울의 어두운 불안감이 드리워진 것처럼 건설업계는 우울한 그림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부실 정도로 발달하고 있는 인터넷 등 각종 정보전달매체는 확인되지도 않은 왜곡된 소문을 이른바 ‘~카더라’라는 식으로 퍼다 나르고 있어 건설업체 종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아직 구조조정 시기나 대상 등이 확정되지도 않았건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멀쩡한 건설업체마저 해명에 시달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마저 만들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로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여서 결코 간과하거나 소홀하게 다룰 수도 없다보니 그 심리적 압박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바로 따라 나오는 단어가 또한 ‘자구노력’이다. 어쩌면 두 단어는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노력할 경우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책당국이나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구노력은 그 일환으로 자산의 일부 매각이나 사업부문의 조정, 인원 감축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도의 시장침체에서는 해당 업체의 절박함과 상관없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즘처럼 미분양 적체에다 기존 주택의 거래마저 뚝 끊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를 감안하면 기존 자산의 매각이 결코 손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 다음 순서는 부채항목 급증과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현재의 주택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활발한 거래를 통해 합리적 가격을 형성하고 다시 수급에 긍정적 자극을 주는 본래적 기능이 상실된 채 사실상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정책당국은 현재의 주택시장을 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지속되는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급 측을 보면,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형편에 직면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일정한 공급규모를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수요 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분양은 쌓여가고 부동산시장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큰 데, 실수요자라고 해서 장래의 자산 가치 기대감의 고려 없이 그저 내 집 마련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분양 또는 구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분양가 이상의 가격상승에 붙여지던 ‘프리미엄’이란 접두어는 더 이상 주택시장의 상징물이 아니며, 오히려 ‘마이너스’가 붙는 경우도 드물지 않는 등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장기화되고 있는 미분양 사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최근 ‘4.23 대책’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엿보인다. 건설업체의 자구노력 및 기존 재고주택의 거래활성화에 방점을 두는 차별화 시도도 새롭다. 하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수요층들의 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더욱 심각한 점은, 그동안 주택시장의 침체가 구조조정을 앞둔 건설업체의 현안이었던 단계를 넘어 서민 및 중산층의 가계전반의 부실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이 완료된 현장조차 입주시기가 임박하면서 거래 침체로 기존 주택이 처분되지 않아, 분양계약자들이 잔금납부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출구전략으로서의 금리인상까지 더해진다면 원리금 상환의 부담은 서민 및 중산층 가계를 풍비박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책당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그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현안이라고 해도 고통을 감내하고 난 뒤의 그림이 없다면 고통은 그저 고통으로 끝날 뿐이다. 아무런 기준도 없는 주택시장의 가격안정처럼 공허한 메아리도 없지만, 공공만능주의가 필요한 최소한을 넘어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것도 지향되어야 한다.
한편에선 부동산시장의 규제가 무엇이 남아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잔존물은 주택소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덧칠이다. 또한 미분양 등으로 공급이 넘치고 인구감소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라는 사회저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던 시절의 주택청약제도라는 틀이 지속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가격도 건설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두어야 한다. 물론 미분양도 건설업체의 몫이라는 책임의식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구조조정이라는 바람을 겪어낸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행복한 고민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대처하여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주택건설시장의 한층 더 성숙하고 선진화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주택신문 칼럼니스트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
게다가 눈부실 정도로 발달하고 있는 인터넷 등 각종 정보전달매체는 확인되지도 않은 왜곡된 소문을 이른바 ‘~카더라’라는 식으로 퍼다 나르고 있어 건설업체 종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아직 구조조정 시기나 대상 등이 확정되지도 않았건만,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멀쩡한 건설업체마저 해명에 시달려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마저 만들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체로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여서 결코 간과하거나 소홀하게 다룰 수도 없다보니 그 심리적 압박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바로 따라 나오는 단어가 또한 ‘자구노력’이다. 어쩌면 두 단어는 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주도적으로 노력할 경우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책당국이나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이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구노력은 그 일환으로 자산의 일부 매각이나 사업부문의 조정, 인원 감축 등이 약방의 감초처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극도의 시장침체에서는 해당 업체의 절박함과 상관없이 뚜렷한 성과를 기대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요즘처럼 미분양 적체에다 기존 주택의 거래마저 뚝 끊긴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를 감안하면 기존 자산의 매각이 결코 손쉬울 리 없기 때문이다. 자구노력이 미흡할 경우 다음 순서는 부채항목 급증과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퇴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
현재의 주택시장은 공급과 수요가 활발한 거래를 통해 합리적 가격을 형성하고 다시 수급에 긍정적 자극을 주는 본래적 기능이 상실된 채 사실상 빈사상태에 놓여있다. 정책당국은 현재의 주택시장을 가격의 하향안정세가 지속되는 정도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공급 측을 보면, 당장의 생존이 시급한 형편에 직면하고 있는 건설업체가 일정한 공급규모를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수요 측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분양은 쌓여가고 부동산시장 침체의 장기화 가능성이 큰 데, 실수요자라고 해서 장래의 자산 가치 기대감의 고려 없이 그저 내 집 마련이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분양 또는 구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이제 분양가 이상의 가격상승에 붙여지던 ‘프리미엄’이란 접두어는 더 이상 주택시장의 상징물이 아니며, 오히려 ‘마이너스’가 붙는 경우도 드물지 않는 등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장기화되고 있는 미분양 사태를 해소하기 위하여 최근 ‘4.23 대책’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엿보인다. 건설업체의 자구노력 및 기존 재고주택의 거래활성화에 방점을 두는 차별화 시도도 새롭다. 하지만 이미 싸늘하게 식어버린 수요층들의 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처럼 보인다.
더욱 심각한 점은, 그동안 주택시장의 침체가 구조조정을 앞둔 건설업체의 현안이었던 단계를 넘어 서민 및 중산층의 가계전반의 부실화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이 완료된 현장조차 입주시기가 임박하면서 거래 침체로 기존 주택이 처분되지 않아, 분양계약자들이 잔금납부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향후 출구전략으로서의 금리인상까지 더해진다면 원리금 상환의 부담은 서민 및 중산층 가계를 풍비박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책당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이 아닌 주택시장의 장기적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그림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이 현안이라고 해도 고통을 감내하고 난 뒤의 그림이 없다면 고통은 그저 고통으로 끝날 뿐이다. 아무런 기준도 없는 주택시장의 가격안정처럼 공허한 메아리도 없지만, 공공만능주의가 필요한 최소한을 넘어 주택시장을 좌우하는 것도 지향되어야 한다.
한편에선 부동산시장의 규제가 무엇이 남아있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가장 큰 잔존물은 주택소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의 덧칠이다. 또한 미분양 등으로 공급이 넘치고 인구감소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본격화라는 사회저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공급을 크게 상회하던 시절의 주택청약제도라는 틀이 지속되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의 분양가격도 건설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두어야 한다. 물론 미분양도 건설업체의 몫이라는 책임의식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구조조정이라는 바람을 겪어낸 이후 살아남은 이들의 행복한 고민거리일 수도 있겠지만, 이번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슬기롭게 대처하여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주택건설시장의 한층 더 성숙하고 선진화된 모습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주택신문 칼럼니스트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