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원자력발전소 건설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내 발주제도의 다양화 필요

보도일자 2010-06-29

보도기관 건설경제

“발주제도의 글로벌화는 정부의 해외시장 25% 점유 목표 달성의 시작”

최근 해외시장에서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업 수주를 계기로 국내 원자력발전산업의 역량이 전 세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기술자립도가 95%에 달할 정도로 생산기술측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 한 것으로 판단되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공사계약자를 선정하는 입찰방식을 포함한 발주제도 부문은 개선의 여지가 높다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최근에 낙찰자가 결정된 신울진 1&2호기 건설사업에서 5차례에 걸친 유찰 및 공기지연을 경험할 정도로 입‧낙찰 과정에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입·낙찰과정을 포함한 발주제도의 체계 미비는 아부다비원전 수주를 계기로 정부가 발표한 2030년까지 총 460기에 달하는 신규 원전 건설 시장 중 25% 점유 목표 달성에 차질을 야기하고,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원전산업의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장기적인 전력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사업의 준공일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낙찰자 결정 지연으로 발생되는 건설 공기 압박은 원전 운영의 생명인 품질(quality)과 안전(safety), 그리고 성능(performance)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목표하는 해외원전 건설시장의 참여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국내 원전산업의 생산구조를 재검토해야 할 시기다.
본고에서 정부의 점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 건설산업의 강점을 극대화시키고 수주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여 개선 방향을 제안한다. 또한 입·낙찰제도를 포함한 발주방식의 다양화 가능성 검토, 단일 건설공사패키지 발주에서 공종의 속성을 고려한 다수의 공사패키지로 분리 발주할 수 있는 가능성 검토, 국내 원전산업에서 기 확보한 역량을 글로벌 최고 경쟁력 확보로 격상시키기 위해서 원전건설 발주제도 전반에 대한 발전 방안을 도출한다. 원전 건설 및 운영의 필수과제인 안전, 품질, 성능 요건을 준수하면서도 건설기간 단축 및 공사비를 저감할 수 있는 기술과 성능 평가 중심의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는 대안의 고찰은 국내 원전산업과 환경이 다른 다양한 국가 및 발주처를 상대로 한 수주 역량을 높여 국내 원전건설시장의 전문화를 유도하고 생산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한다.

원전건설사업의 특수성과 역량 분석
원전 주설비 중 50%가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설비라 할 만큼 원전건설사업에서 안전성 및 품질은 중요시되고 있다. 방사능이 인체는 물론 자연환경에 미치는 유해성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업용 원전은 5중 차단벽과 접근 보호 시설이 다중으로 추가되어 있다. 이는 원전의 안전성은 근본적으로 완벽한 품질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상업용 원전이 가동 중인 미국의 경우 원전 품질보증 및 관리 기준(ASME Section III, NQA)을 별도로 제정 및 운영할 만큼 품질보증․관리를 중요시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안전과 품질의 중요성 때문에 원전엔지니어링이나 기자재제작 및 시공 등 사업자 선정 시 검증된 기술과 실적을 중요시 하고, 원전건설에 참여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필수적으로 정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서를 반드시 획득하도록 강제되어 있다. 안전성과 품질을 만족시키더라도 계획된 수준 이상의 성능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발전사업자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검증된 기술과 실적이 있더라도 입찰 시 마다 엄격한 기술 자격 확보 여부를 재평가하는 이유도 안전, 품질, 성능의 중요성을 발주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건설기술 수준의 평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나 혹은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이 제시하는 완공 후 고장률이나 정격 출력의 계량 기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국가 혹은 개별 기업의 기술 수준은 상대적으로 평가 가능하다. 국내 원전건설기술은 세계 평균 가동률(약 80%)과 비교해서도 월등하게 높고 운영 부문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에 와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국내 원전건설 및 운영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발표하는 상대적인 수치에 의하면 국내기술이 주도하여 상업가동에 들어가기 시작한 1995년도부터 가동률은 최근 10년간 90%이상 수준으로 원전 강국 미국(89.9%)과 프랑스(76.1%)에 비해 높은 수준이고 불시정지율(unplanned shut-down/unit)도 하락하여 2005년 이후에는 0.5%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건설비는 킬로와트(kwh)당 2,300 달러 정도로, 프랑스나 일본의 2,900달러, 미국의 3,582 달러와 비교하면 20~35% 낮다. 과거 영광 1&2호기 사업의 경우 7년 3개월(87개월) 걸렸던 건설 공기가 최근 수주한 아부다비사업의 경우 54개월로 획기적으로 단축하였는데 국내 공정관리 능력은 경쟁국인 미국 57개월, 프랑스 60개월, 러시아 83개월 등과 비교할 경우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현행 발주제도의 한계점
원전건설은 사회간접시설이나 공공청사 건물 등과 달리 다양한 공종, 각종 첨단기술, 안전성, 품질보증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기술규격이나 인ㆍ허가 규정을 별도로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원전건설 및 운영이 특별한 주의를 요구하는 만큼 발주제도도 국가차원에서 수립된 규정(국가계약법이나 미국의 조달규정(GSA) 등)을 따로 두지 않고 발전사업자에게 일임하고 있다. 국내 원전의 경우 2007년 1월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당시 한국전력(주)의 독자적인 판단에 따라 국내 산업수준에 맞게 탄력적으로 대응을 해왔다. 발주자는 선행호기 및 외국 업체와의 계약 경험을 토대로 독자적인 발주체계를 보유 및 운영해 왔는데, 이는 발주자 역량과 산업 수준에 따라 재량권 발휘가 가능했던 구조였음을 시사한다.
공운법제39조(회계원칙)와 제44조(물품구매와 공사계약의 위탁)에 의해 공기업인 한수원도 정부계약 제도를 준용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라 원전건설의 특수성보다는 국가계약법(이하 국계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공운법이 국계법을 준용하도록 했음에도 불구 설계시공일괄입찰방식이나 대안입찰방식, 원가산정방식이나 실적공사비방식 등은 따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플랜트엔지니어링은 물론 주기기 공급자가 독점적 업역을 보장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계법시행령제80조(대형공사 입찰방법의 심의 등)에 의한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입찰방식 검토ㆍ선정 절차를 따를 수 없는 구조다. 이는 국계법의 입찰방식 심의 규정이 원전건설에 적용될 수 없고 국내 원전건설사업의 발주제도 중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절차만 국계법에 의한 최저가낙찰제를 따르는 한계점과 모순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국계법시행규칙제6조(원가계산에 의한 예정가격의 결정)에 따른 물량내역서 및 산출내역서 작성은 실시설계가 종료되어야 확정이 가능하지만, 원전건설공사의 경우 설계와 시공이 병행되는 패스트트랙(fast track)방식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시점에는 작성이 불가능한 구조다. 확정되지도 않은 물량과 가격으로 최저가낙찰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스스로의 모순점이 내재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내 원전건설 시공 입찰에서 적용하고 있는 예정가격은 국계법의 원가산정준칙이 적용된 것이 아닌 발주자인 한수원이 선행호기 경험 및 기초설계를 바탕으로 한 추정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계법의 공종별 최저가낙찰 심의방식 방식 적용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설계시공일괄방식에서 총액을 기준으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구조와 차이가 없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선진국형 사업수행 역량 강화를 위한 과제
원전건설기술의 글로벌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국내 원전사업의 경우 공운법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발주자에게 발주방식 및 계약방식 등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 준 후 발주자의 책임성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현재와 같이 발주자는 저가입찰로 인한 품질과 안전성 확보에 불안감이 팽배해서는 과거와 같은 유찰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발주제도는 기술과 가격이 종합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방안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즉, 발주자의 사업관리 부담을 줄이고 원전건설공사 패키지를 세분화하여 생산 기반을 단기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독점적 업역인 원전 주설비 제작과 플랜트종합엔지니어링 업무의 일부를 외부전문기관에 발주하는 발주방식은 정부에서 목표하는 해외수주 비중 25%인 연간 6∼8기를 소화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현 시점에서 발주자 조직과 투입 가능한 여력을 감안하면 세부공종패키지 분리방식까지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대 공종 패키지 방식을 우선 선택하고 3∼5년 후부터는 건설공사 패키지수를 확대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은 건설업체들의 참여폭을 확대하여 원전사업 수행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다. 더불어 원전사업의 입․낙찰제도는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는 목표에 맞게 고유체제를 갖출 수 있도록 공운법에 의거한 국계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 후 발주자 재량권 및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는 품질 및 안전성 확보가 생명인 원전건설공사의 구매방식을 국계법의 획일적인 적용방식으로는 발주제도와 발주자의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향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목표하는 글로벌 시장 참여 비중을 확대시키기 위해서는 아부다비원전 사례와 같이 발주자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고, 책임성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원전건설사업 특성에 맞는 고유 발주제도 구축 및 발주자의 재량권을 강화시키는 게 해답이다.

맺음말
본고에서 제시하는 개선방안과 같이 발주방식의 다양화로 간다면 원전건설사업의 특수성을 만족시키고 국내 원전사업 수행 기술력 수준에 버금가는 고유 발주제도를 갖춤으로서 국내 건설사업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발주자 책임성과 역량 강화를 통해 품질과 안전성은 확보하면서도 저가 입찰로 인한 공기 지연 및 안전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적정가격의 입찰자를 선별할 수 있다. 국내 원전건설기술 수준을 향상시키기보다는 하향 평준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공운법에 의한 국계법 적용은 원전 강국으로의 도약을 저해하는 요인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즉, 기술 수준을 현재보다 한 단계 높이고 발주제도의 질적인 혁신과 함께 국내업체들의 생산기반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확대시키는 선택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시점임을 시사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획일적이고 단일화된 설계엔지니어링과 주기기공급자를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의 검토도 필요하다. 현행 국내 발주제도의 다양화는 해외시장에서의 생존뿐 아니라 원전 건설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 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