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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창간 특별기고>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

보도일자 2010-07-09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최근의 구조조정과 가깝고도 먼 건설산업 선진화

우리는 ‘가깝고도 먼’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이 말은 물리적으로 혹은 형식적으로는 가까운 거리이거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멀게 느껴지거나 실질적으로 거리감이 있을 때 주로 쓴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도 말 그대로 가깝고도 멀어 보인다.
건설산업의 선진화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거론하고, 또 나름대로의 방안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선진화방안이 실천되고 실현되는 과정에 있어서는 굉장히 멀게만 보인다.
1993년 건설공사 부실방지 대책을 필두로 지금까지 여러 번의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대책과 실천방안이 만들어졌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한다. 또한 그 대책들을 꼼꼼히 보면, 유사한 대책이나 실천방안들이 공전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실효성이 적었던 많은 대책들과 실천방안들로 인하여 건설산업 선진화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에 대해서 건설산업 내 종사자는 물론, 외부 이해관계자들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보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여러 번의 시도로 인하여 많은 고민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미사어구로 장식된 현실성 없는 방안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왜 그렇게 가깝고도 먼 것인가?
먼저 건설산업에 대한 편협한 시각에서 출발한다.
건설산업은 이미 고도화되었고, 국민생활 및 타 산업들과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받는 복합산업으로 변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건설산업의 선진화 방안들은 건설산업 내에서 문제점들을 찾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건설산업 내에서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타 산업,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음으로써 건설산업 내에서 조차도 외면을 당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즉, 그들만의 건설산업 내 주체들만이 서로 만족하거나, 타협하는 선진화 방안을 추구해 왔다. 금융업, 제조업 등 여타 산업들과 함께 선진화를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건설일용근로자는 물론, 건설산업에 영향을 받는 모든 사회적 부류와 계층의 참여도 필수적이다.
또한 건설산업 내 주체들뿐만 아니라 국민, 국가적 차원에서 건설산업의 선진화방안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건설산업 이해관계자들 간의 상호 신뢰가 저하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정책·제도에 대하여 건설업계 및 종사자들보다 신뢰를 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도급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신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떠한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된다고 해도 실행의 추진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건설업계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로 인하여 건설업계가 뒤숭숭하다. 16개의 중견 건설업체가 워크아웃과 퇴출대상으로 평가되면서 시장의 충격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50위권 이내의 대형건설업체들도 5곳이나 포함되어 있고 퇴출대상에는 상장건설업체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건설업체들도 향후 금융권의 대출심사 강화와 각종 사업의 불가피한 위축으로 인해 향후 경영의 방향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번 건설업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이다.
시장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온 건설업체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건설 자금조달의 구조상의 문제이며, 이번 구조조정은 장기적인 건설 및 주택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든 간에 이번 구조조정은 건설업계에 큰 여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과는 사실상 별개처럼 2009년 공포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실천과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건설산업의 우왕좌왕하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만들어지고 실천되는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이 과연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매우 우려된다.
본래 학문적으로 ‘구조조정’은 ‘거시적 구조조정’과 ‘미시적 구조조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산업 또는 국가 차원의 구조조정은 ‘거시적 구조조정’에 해당하는 바 그 개념은 경제발전 단계나 여건 등이 변화함에 따라 도태와 성장을 반복하게 되어 일반적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어 가는 구조의 변화 과정을 뜻한다.
또한 ‘미시적 구조조정’이라 함은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 대응하는 경영전략과 사업전략 그리고 내부의 조직구조 개혁과 경영행동 개선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구조조정과 선진화방안은 별개의 것이 아니다.
국가와 산업 차원에서의 구조조정, 즉 건설산업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발전시켜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곧 ‘건설산업 선진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건설산업 선진화’와 건설산업 구조조정이 별개이거나 상호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인은 무엇보다 건설산업에 대한 범국가차원의 고민과 실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이 건설업계는 물론, 국민들에게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건설산업의 구조조정이 왜 발생되었는지, 그리고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구조조정의 방향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민 속에는 건설산업과 여타 산업들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는 방안은 무엇이고,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해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신뢰를 얻을 것인지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이후의 건설산업 선진화방안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먼저 단기적으로는 왜곡된 건설시장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구조조정의 원인은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즉, 건설업체의 주택 및 개발사업에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외적인 경제의 불안정 심화와 건설 및 주택사업의 왜곡된 금융구조로 인하여 사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주택, 부동산시장 관련 각종 규제들을 완화하여 주택 및 부동산시장의 불안요인들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으며, 잘못된 건설 및 개발사업의 금융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금번 구조조정 발표로 인하여 건전한 중견, 중소건설업체에 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지원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건설시장은 공공건설물량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되어 왔으며, 이로 인하여 출혈경쟁이 심화되어 왔다.

이와 같은 출혈경쟁은 과다한 업체 수에도 원인이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가격 일변도의 최적가낙찰제 등 입낙찰제도, 지자체 및 일부 공공발주처들의 품질과 기술보다는 출혈적인 가격경쟁을 초래하는 낙찰자 선정 관행도 큰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최적가치, 최고가치를 추구하는 즉, 건설사업의 품질과 기술에 우선을 둔 최고의 건설생산물 확보를 위한 합리적인 사업비 책정과 이를 충족하는 최적의 업체가 낙찰되도록 하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건설산업은 이제 여타 산업들과 상호 관련성이 높은 복합산업이 되었고, 지역적으로는 국내보다는 해외로 시장영역이 크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과는 이제 사업의 기획 및 생산, 운용단계에까지 깊이 있게 관련성을 맺고 있다. 즉,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선진화 문제 그리고 국제금융, 건설시장의 변화는 건설산업의 발전과 직결된다.

지금 우리는 건설업계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 이번 구조조정 시행의 결과가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보다는 건설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도록 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이 정부, 업계 더 나아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다. 건설산업의 선진화는 늦출 수 없는 현안이다.

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고민을 담고, 건설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이면서도 실행력이 높은 선진화 방안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