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삽질과 삿대질의 공통점

보도일자 2010-07-12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건설산업을 일부에서 폄하시키는 말로 흔히 ‘삽질’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삽은 인류가 사용하는 도구 중 가장 오래된 연장 중 하나다. 삽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에는 건설이라는 용어보다 삽질이라는 단어가 좀 더 일반인들에게 비하시키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했는지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건설현장에는 삽이 사라지고 대신 기계와 중장비가 삽질을 대신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이다. 가장 낮은 기술이 아니라 건설현장도 이미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첨단화되고 있음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파악했더라도 사실과 다르게 의도적으로 삽질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면 그건 건설에 대한 삽질이 아니라 삿대질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일부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는 국내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삽질 대신 IT나 지식산업 육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삽질은 이제 그만 할 때가 됐다는 의미로 들린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절반 이상의 자치단체장들이 바뀌게 됐다.

상당수 신입 단체장들은 전임자들이 세웠거나 혹은 건설 중인 사업들을 재검토하거나 혹은 취소하겠다는 공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재검토가 뜻하는 의미에 대해 상반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다.

재검토에 대한 해석 차이로 인해 발생했던 후유증을 돌아보자. 2002년 대선 당시 노전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이미 진행 중이었던 고속철도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 등 주요 공사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재검토 해석을 놓고 당시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공사 중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재검토=공사 중단’으로 해석했고 공사 재개를 바라는 측에서는 타당성 재검토에 따라 빨리 재개해야 한다는 해석을 한 것이다. 중단이냐 재개냐의 대결로 간 것이다.

중단과 재개의 극단적인 대치 상황은 결과적으로 중단된 사업은 없으면서 공사기간을 필요이상으로 늘려 막대한 국고손실을 야기한 것 밖에는 소득이 없었다.

이런 현상이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상당수 사업들이 발생하게 될 것 같아 염려스럽다. 삽질이라는 삿대질로 건설공사를 폄하시켜 혼란을 야기시켜서는 결과적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방선거 공약에서 후보자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웠던 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었다. 물론 경제성이나 주민들의 편익이 없는 공사에 투자하는 건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나 삿대질 시각으로 건설을 바라보게 되면 사업 타당성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은 중단시켜야 하는 게 맞다. 중단을 결정하는 경우에도 중단함으로 인해 기 투입된 비용보다 중단하는 게 유리하다고 결론이 날 때로 한정하는 게 맞다.

정부 예산 중 건설공사에 투입 할 수 있는 재원은 사업성 경비의 일부다. 정부는 재정건전성 확대를 위해 재정지출은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선택 할 수 있는 건정성의 1차 목표는 지출 감소다. 당연히 정부 예산 중 경직성 경비가 아닌 사업성 경비를 줄이게 된다. 사업성 경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건설투자비일 것이다.

지자체에서 이미 벌여 놓은 사업을 중단한다면 가장 반기는 쪽은 아무래도 중앙정부의 재정담당자들일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반대로 피해를 볼 당사자는 해당 지역 주민과 지역 경제일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50%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과 지방경제에서 차지하는 건설산업 관련 고용 비중이 10%내외라는 점은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 해 보인다.

건설전체 취업자 중 지방의 비중이 50% 이상이라는 점은 공사를 중단시킬 경우 당장에 발생하는 현안이 될 게 틀림없다.

건설에 대한 부정적 인식만으로 건설사업 자체에 삿대질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1995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이 국가건설목표를 발표하면서 내린 결론을 되새겨 본다.

IT나 BT 등 첨단기술에 비해 낮은 수준의 건설산업을 국가에서 방치할 경우 국가와 국민들이 입을 피해가 건설산업의 기술을 첨단화시키는 게 더 경제적이란 판단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시 말해 건설을 삽질과 삿대질로 폄하시켜 없앨 수 없다면 역으로 첨단화시켜 국가와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게 하는 게 국가경제에 보탬이 된다는 결론이다.

국민들의 24시간 중 19시간은 집이나 학교, 사무실 등 실내공간에서 보낸다고 한다. 5시간은 운동이나 이동을 위해 밖에서 생활한다. 적어도 우리국민들은 하루 중 단 한 시간도 건설산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건설산업과 더불어 가야 함을 뜻한다.

삿대질보다 첨단화시키고 효율화시키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삽질이라는 단어를 이제 우리사회에서 함부로 사용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부정적인 선입견만으로 타당성 검토를 거친 사업을 자의적 판단으로 중단시켜 지역주민과 지역경제에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를 기대한다.

필요에 따라 재검토를 하더라도 기간은 최소화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