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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내역입찰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한다

보도일자 2010-07-14

보도기관 국토자원경제

정부가 내역입찰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국가계약법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에 대한 수정을 허용하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현재 내역입찰은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에 입찰자가 단가를 기입한 산출내역서를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방식으로 한다. 발주자가 산정 제시한 물량은 그대로 제출토록 함으로써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의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 현행 체계다.

정부는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를 참고하여 입찰자가 직접 물량을 산출, 내역서를 작성하고 단가를 기재하여 입찰서와 함께 제출하는 방식으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같이 내역입찰제도를 개선하고자 하는 이유는 건설업체의 기술과 견적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내역입찰방식이 발주자가 제시한 품목과 수량에 대해 단가만 기재하면 되므로 입찰참가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별다른 검토나 노력없이 비교적 쉽게 입찰할 수 있다. 또한 물량을 발주자가 제시하므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설계변경 사유가 되니 책임의 한계도 명확하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이 입찰에 따른 부담이 적어 업체난립과 과당경쟁이 유발되는 등 이에따른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정부의 의도가 전혀 이해가 안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내역입찰제도는 100억원이상 공사에 시행되고 있다. 내역입찰제도가 적용되는 100억원이상 공사중 300억원 미만공사는 적격심사낙찰제가 적용되지만 300억원이상 공사는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고 있다. 2000년대 최저가낙찰제 적용공사의 공사1건당 평균 입찰참가업체수 추이를 보면 2001년도에 24.0개사 이후 20개사 내외를 유지하다가 2006년 43.5개사로 대폭 늘었고 2009년에 49.2개사로 나타나고 있다. 2006년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45개사 정도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참가업체수가 이같이 많은 상황에서 정부가 도입하려는 내역입찰제도가 과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업계현실을 고려하여 개선되는 내역입찰제도 대상을 300억원이상 공사로 정하고, 2010년에 1,000억원이상 공사, 2011년에 500억원이상 공사, 2012년에 300억원이상 공사로 하여 점진적으로 확대도입키로 하였지만 건설업체들에게는 적지않은 인적 ․ 경제적 부담이 따를 것이다. 정부의 의도대로 내역입찰제가 개선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입찰참가업체수를 더 축소하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서 사회적 비용낭비를 막아야 한다. 45개사나 되는 입찰참가자 모두에게 설계서를 자세하게 검토해서 공사물량을 일일이 뽑아 제시하라는 것은 대단히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낙찰확률이 2% 정도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입찰참가업체들이 집중적인 검토를 거쳐 입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현재 물량내역서를 설계서에 포함하고 있다. 물량의 변경이 허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당연한 것이다. 내역입찰방법을 정부안대로 개선한다면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중 입찰참가업체가 수정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한 책임의 귀속주체가 중요한 부분이다.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중 입찰참가업체가 수정하지 아니한 부분에 대해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서의 일부분으로 볼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발주자의 책임으로 할것인가 입찰참가업체의 책임으로 할것인가는 내역입찰의 중요한 운용과제다. 논리적으로 접근할 사항이라기보다는 입찰계약제도 정책상의 선택문제라고 본다.

여기에서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현실을 감안하여 결정하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입찰참가업체가 책임을 지는 부분은 발주자가 교부한 물량내역서중 입찰참가업체가 수정한 부분으로 한정하고, 입찰참가업체가 수정을 하지 않은 부분은 발주자가 제시한 설계부분이므로 현행과 같이 발주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건설업체들이 외주용역 등 변칙적인 방법과 수단을 동원하여 내역입찰을 함으로써 정부는 제도 개선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건설업체들에게 부담만을 지운채 실패할 가능성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진적으로 내역입찰을 실시하는 공사의 입찰참가업체수를 줄여가는 방안을 강구하며 적절한 시기가 도래되었을 때 입찰참가업체가 수정하지 아니한 부분도 설계서에서 제외하여 입찰참가업체의 책임으로 하는 것이 시행착오와 사회적 비용낭비를 막고 단계적으로 내역입찰제도를 정착시키는 올바른 정책운용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