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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과 드라마, 전쟁의 공통점

보도일자 200-07-16

보도기관 건설경제

선거를 드라마 없는 전쟁이라 부른다. 선거는 예측하기도 힘들고 작전은 세울 수 있어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나리오(각본)대로 가지 않는 이유 때문이다. 드라마는 시나리오, 배우, 감독의 3각 체제다. 건설은 전략․계획, 인력, 소장 혹은 사업책임자의 3각 체제다. 전쟁은 전략․작전, 병력, 지휘관이 핵심이다. 위의 세 장르에서 핵심 요소가 ‘3각 체제’라는 것과 ‘끝’이 정해져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세 가지 요소 중 눈에 보이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있다. 시나리오, 계획, 전략 등은 보이지 않는다. 배우와 감독이 연출하는 드라마, 인력과 소장이 연출하는 공사현장, 병역과 지휘관이 치루는 전투는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없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 될 까? 시나리오 없는 드라마, 계획 없는 건설, 작전 없는 전투는 어떤 결과를 가져 올 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동의 할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지만 성패를 좌우 할 만큼 역할이 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설에서 계획의 중요성은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배우가 중요하고, 전쟁에서 강한 전투력이 중요하듯 건설에서도 인력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중요성과 지배력의 차이를 제대로 인식해야 할 시점에 건설이 와 있는 것 같다. 선진국에서 건설은 전쟁터와 같은 개념으로 종종 인식되고 있다. 선진국 건설현장이나 사무실에 설치된 상황실을 ‘war room''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건설이 시간과 돈과의 전쟁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인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계획과 소장․지휘자의 감독이 없으면 실패 할 가능성이 높다. 감독의 중요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 경기를 통해서 충분히 인지했다고 본다. 중요성의 인지를 단지 인식으로만 끝내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 중요성에 버금가는 역할 비중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0년 국내 건설시장은 지금의 1천300억불보다 커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전 세계 건설시장은 ‘09년 7조5천억불에서 12조7천억불로 성장 할 것이라는 게 국제 전문기관의 전망이다. 이대로 간다면 한국의 건설시장은 돌발변수가 없는 한 전세계 건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에서 1%이하로 떨어진다. 국내 시장의 저 성장세와 무관하게 국내기업들이 내세우는 2020년 목표는 지금보다 작게는 3배에서 크게는 10배까지 성장세 일변도다. 목표는 목표 일 뿐이라 주장도 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산업이 가진 잠재력을 내수시장에만 머물기에는 너무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 한국건설이 처한 글로벌시장에서의 위치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가 왔다.
국내기업들의 인력이나 장비, 자재 등 투입요소별 글로벌 경쟁력은 선진기업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 전문기술인 전략 , 계획수립 및 관리 역량(우리는 흔히 이 전문기술을 ‘CM 혹은 PM''으로 호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드라마에서 부실한 시나리오와 감독이 절대적인 열세 환경에서 ’할리우드 스타‘를 배출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인력이나 기술이 우수해도 사업전략․계획 및 관리, 사업책임자 역량이 부족한 상태로는 ’스타 엔지니어 혹은 전문가‘가 절대 만들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술자 역량이나 장비 성능은 시장의 수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프로세스 역량은 기업이나 시장의 선택보다 정부 및 발주자의 법과 제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건설에서 전자나 조선 등과 같이 세계 시장을 지배 할 수 있는 리더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도 인력보다 프로세스가 좌우하기 때문이다. 한국건설도 2020년 국민경제 성장을 주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내수시장이 국내 기업들의 일거리를 충분히 제공 할 역량이 있다면 ‘국내법․제도=국내 게임 룰’이 성립 될 수 있다. 1% 시장에 만족할 수 없다면 99%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 99% 시장에서 싸울 수 있는 게임의 법칙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법․제도의 글로벌스탠다드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가 된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남북한 대표팀간 성적 차이는 해외파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갈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도 글로벌화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어 버린 게 오늘의 현실이다.
드라마에서 간혹 각본에 없는 대사나 행동을 할 수 있다. ‘애드리브’로 일종의 돌발 변수다. 건설공사에서도 전략․계획 없는 공사를 할 수는 있다. 돌발 상황이 지속 될 수 없듯이 계획 없는 공사를 지속할 수는 없다. 글로벌시장에서 선진기업들과의 격차를 줄이고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사업전략․계획․관리’ 등 프로세스 체계 정립과 역량을 하시라도 빨리 제고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 드라마에서 배우는 필요에 따라 아웃소싱이 가능하지만 시나리오는 아웃소싱 될 수 없음을 인식 할 필요가 있다. 건설공사에서도 인력은 아웃소싱 할 수 있지만 프로세스는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