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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한국엔 왜 ‘스타 엔지니어’가 없을까

보도일자 2010-08-16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우리나라의 건설기술 수준을 평가할 때 흔히 선진국 대비 몇 %라는 상대 비교를 한다. 기술자의 수준을 선진기업 혹은 선진국 대비 몇 %라는 통계는 보지 못했다. 지난 해 말 현재 국내 전체 건설기술자의 10%를 넘는 6만4000명 정도가 공공공사 PQ에서 만점를 받는 ‘기술사+특급기술자’다. 단순 수치로만 본다면 한국건설기술자 수준은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하지만 만점자는 많지만 한국건설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이 인지하는 ‘스타 엔지니어’는 찾아 볼 수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 할까?

한 국가의 건설기술 수준은 기술자에 의해 좌우된다. 건설기술자 수준은 시장과 수요자의 눈높이에 의해 결정된다. 기술자 수준은 절대 수요자의 눈높이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다. 만점자가 많다는 것은 수요자의 눈높이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왜냐면 선진국 어디에도 만점기술자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 기술자 평가방식으로는 한국에서 절대 글로벌 스타엔지니어가 탄생될 수 없다. 몇 가지 사례를 들어 국내 건설시장에서 스타엔지니어가 양성될 수 없는지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기술자 역량에 한계선이 그어져 있다. 기술사자격 취득이나 혹은 일정 경력 연한에 도달한 기술자는 특급이라는 한계선에 올라간다. 자격 혹은 경력을 최고봉으로 인정하는 절대평가체계로는 기술의 상한선을 절대 넘어 설 수 없는 체제다. 기술의 완성도 보다 기준점 통과가 더 중요시 된다.

둘째, 수요자의 눈높이와 평가체계다. 간혹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공공발주기관들은 국계법이 정한 회계예규의 기술자 등급 평가를 그대로 따른다. 다시 말해 기술사나 특급기술자를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으면 기술자 평점은 만점을 맡게 되어 있다. 한계선을 넘어 설 수 없는 제도다.

셋째, 기술자 개인이 자신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다. 기술사나 특급기술자는 스스로를 만점자로 확신하고 있다. 당연히 만점자를 비교 평가하는 상대평가는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만점자는 더 이상의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으면 자기계발 동인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기술자의 수준은 더 이상 높이 갈 수 없는 구조다.

넷째, 글로벌시장과 국내 공공시장에서 기술자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가 상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성이다. 해외건설 프로젝트에서 기술자의 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는 투입예정인 인력에 대해 경력과 함께 과거 실적에 대한 질적인 성과평가를 중시한다. 이 평가에 대해서는 기술자 개인이 아닌 입찰회사의 책임성을 중시한다.
국내 공공공사에는 개별 사업단위가 아닌 회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인력량으로 절대평가를 한다. 또한 입찰회사의 평가보다 제3자가 발급한 경력 증명서에만 의존한다. 문제는 이런 평가 잣대를 해외시장에서 발주자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한국의 유일한 방식이다.

다섯째, 기업과 공공발주기관의 기술자 평가 잣대가 너무 큰 차이로 벌어져 있다. 기업이 신입사원 혹은 경력 사원을 채용할 때 역량 수준은 규모에 따라 절차와 방법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점은 상대평가를 통해 엄선하는 점이다. 공공발주기관은 절대평가에 의존하여 자격 유무만 따지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예외 없이 자격시험에 올인하는 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국내 건설시장에서 만점자가 양산됨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가 역량 있는 기술자 확보다. 기업이 찾고 있는 글로벌엔지니어가 절대 부족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기술자 제도와 기업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큰 갭을 매꿔주지 않는 한 국내건설 기술 수준은 선진국 대비 몇 %라는 한계선을 절대 넘어 설 수 없다. 당연히 이런 한계선을 걷어내야 한다.

기술 수준 혹은 역량은 전문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완성도와 숙련도 등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술자 수준은 스스로가 아닌 수요자 눈높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평가체계를 글로벌 시장과 호환이 가능한 상대평가로 전환 해보자. 기술자격이나 경력도 기술자역량 평가에 포함되는 변수임은 틀림없다. 변수이기는 하지만 절대평가 요소는 아니라는 점을 기술자 스스로 인정해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

한국은 2000년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고 2020년경에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대부분의 건설기업들은 50대 초반을 정년으로 하고 있다. 그나마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하는 것조차 힘들게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30대 중반 혹은 40대 초반이면 만점자가 되는 현실로는 기술자들의 수명을 연장할 방법이 없다.

무한정인 글로벌시장을 국내기업들의 몫으로 전환하는 데는 건설기술자의 글로벌 역량이 절대적이다. 국내 건설기술자들의 평가체계를 글로벌시장 평가체계와 동등한 수준으로 만들어 한국건설에도 글로벌 스타엔지니어 혹은 스타기업이 탄생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눈높이를 현재보다 훨씬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