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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경제 위기 속, 미국 건설기업의 대응

보도일자 2010-08-31

보도기관 건설경제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건설시장의 어려움도 계속되고 있다. 불황의 시작인 서브프라임 사태가 촉발된 미국의 건설시장은 그 침체가 더 깊다. 미국 건설기업들에게 있어서는 최근의 몇 년이 혹독한 시기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불황을 이겨내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도 있다. 경기침체로 미국 건설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으며, 미국의 선진 기업들은 경기침체기에 어떤 대응 방안들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 기업이 주목할 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미국 건설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는 IT버블의 붕괴, 9.11테러, 전쟁으로 침체를 겪었으나, 200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호황을 맞이했고,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호황은 지속됐다. 미국 상위 건설기업들의 매출을 집계하여 발표하고 있는 건설주간지인 ENR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건설기업들은 호황기동안 두 자리 수의 매출증가를 보였다. 또한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이 특히 확대되어 미국 건설기업들의 총매출액에서 해외시장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근 10여 년간 10%가 증가하였다.

  2007년 시작된 금융위기의 영향은 2009년도 매출액 집계에서 가시화되었다. 미국 500대 건설기업의 매출 규모는 14.1% 감소했으며, 400대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 기업의 매출 규모는 13.1% 감소하였다. 매출 감소는 해외시장에서보다 미국 내 시장에서 컸고, 공공부문보다 민간부문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상품별로는 일반 건축부문, 그 중에서도 주거 및 상업시설이 받은 타격이 컸다. 일반 건축부문은 시공 분야에서는 약 50%,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약 30%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받고 있는 영향도 그만큼 컸다.

  다행히도 금융위기 전에 있었던 건설시장의 호황으로 건설사들은 상당량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주액은 점차 소진되고 있으며, 시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주액 소진이 빠른 설계사들에게서 먼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올 1월에는 뉴욕의 World Trade Center를 설계한 Yamasaki Architects도 문을 닫았다. 2011년까지의 전망은 기업들에게 밝지 않다. 침체된 경기는 2011년에 들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전반적인 의견은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데 있다.

  금융시장의 충격이 아직 지나가지 않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현금성 자산의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신중을 기하고 있고, 발주자의 사업 보증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경직된 금융시장은 건설 시장의 활성화를 막고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의 매출 감소가 가시화되자,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랐다. 설계 및 엔지니어링 분야 중에서는 건축설계업계가 경기침체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상업건축 부문을 주요 시장으로 하고 있던 건축설계사 중에는 50~60%의 인력 감축을 단행한 곳들도 있다. 시카고지역의 경우 건축사의 약 40%정도가 실업 상태에 처해있다고 한다.
  구조조정에서는 젊고 경험적은 엔지니어가 우선적인 해고 대상이 되었다. 기업들은 인당 생산성이 높은 핵심인력을 중점적으로 보유하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수주경쟁도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최저가낙찰자의 투찰금액이 최하위투찰자에 비해서 40%가 낮은, 전에 없던 비정상적인 저가 투찰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낮은 가격으로 사업을 수행할 경우, 사업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나, 재정 부족을 겪고 있는 발주기관은 이런 입찰금액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사업비에 대해 예전보다 더 신경 쓰게 된 발주기관과 이익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감 확보를 위해 사업을 하고자하는 기업들로 인해 공격적 입찰 성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건설시장이 안정화될 때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 현 시기를 잘 관리해 나가려 하고 있다. 경영내실화에 집중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구직난을 기회로 하여 오히려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일찍이 사업다각화를 준비해온 기업들은 건축부문 시장의 큰 폭락 속에서 살아남았다.

  건설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는 분야도 있다. 건축 부문, 특히 주거 및 상업 시설 시장이 취약해졌지만, 토목 부문의 시장은 안정적이며, 건축 부문 중에서 의료, 교육, 데이터센터 시설의 사업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시장은 위축되었지만, 해외시장의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부문도 있다. 석유화학 시장은 미국 내에서는 규모가 줄고 있으나, 유가가 상승하며 해외시장에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발전사업도 미국 내에서는 수요가 없으나, 원자력발전사업 등 해외시장에서는 신규 사업을 찾을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헬스케어관련 시장은 수년전부터 큰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였다. 고령인구의 증가로 헬스케어 시장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어 왔다. 최근 2년간 성장세가 약화되었지만, 경기가 회복되기 시작하면 헬스케어 시장에 다시 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및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도 미래 성장을 주도할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활성화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준비가 필요한 시장이다. 향후 2~3년 뒤 부터는 본격적인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탄소배출 제한에 관한 규정은 근시일 내 마련될 것으로 예상되며, 신재생에너지 및 원자력 사업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기업들은 좀 더 나은 상황의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공공 부문으로, 자국 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유망사업 분야로 영역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사업부문 다각화 및 진출 지역의 다양화는 불황기에서 기업들에게 더 필요한 방안이 되었다.

  새로운 사업 분야 혹은 새로운 지역으로 진출하는데 발생하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조인트벤처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인수합병을 진행하기도 한다. 인수합병은 기술적 전문성 증대, 새로운 지역으로의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 신규 영역으로의 사업 확장 등의 목적에서 고려되고 있다.
  2007년 경의 인수합병은 달러의 저평가에 힘입어 미국계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었었다. 최근의 인수합병은 기업 가치의 하락으로 기업의 매입 가격이 떨어졌고, 또 주주 임직원이 투자 지분을 현금화하려는 분위기가 촉매가 되고 있다. 제3자 검증(감리)제인 연방정부의 ‘이해상충방지규정’ 도입과 Design-Build 방식의 확대도 인수합병을 활발하게 하는 요인이다. Design-Build 방식의 확대로 시공사는 설계 역량을, 설계사는 시공 역량을 보유하고자 하며, 이를 위한 분야 간 인수합병 유형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플랜트 건설시장에서의 핵심 역량으로 ‘엔지니어링(Engineering)''과 ’사업관리(Project Management)''를 꼽고 있다. 국내 건설기업은 선진 건설기업에 비해 이러한 엔지니어링 및 사업관리 부문에서 능력이 취약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엔지니어링과 사업관리의 역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EPC’계약에서 ‘C(시공)’의 부분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부가가치가 적을 뿐만 아니라 리스크가 매우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토목 ․ 건축 시장에서도 사업계획 등을 포함한 시공 전 단계에서의 역량(이른바 pre-con 서비스 역량)이 수주와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는 전제조건이라고 평가된다.
  국내 건설기업에게 있어서는 이와 같은 분야에서의 역량제고가 시급하다. 미국 건설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는 현 시점은 한편에서, 국내 건설기업이 취약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적정한 미국 설계․엔지니어링업체를 인수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행해 볼 수 있는 시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철저한 조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