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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작고 사소한 것이 힘이다

보도일자 2010-11-09

보도기관 건설경제

매년 이맘때면 건설업체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느 중견업체 주택사업 담당임원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회사를 돕는 길”이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끼며 출근한다고 한다. 어느 대기업체 공공수주 담당임원은 “금년도 수주목표도 절반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했는데 상황이 더 어려워지는 내년도 계획을 세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넋두리한다. 위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이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냥 넋두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세미나, 워크숍 등 여러 모임에 참석해 보아도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아무도 속시원하게 손에 잡히는 먹거리를 내놓는 사람이 없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성장동력 발굴이란 말은 공허하기만 하고, 성에 차지 않는 틈새시장 정도만 거론될 뿐이다. 건설업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구조전환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깜깜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고통스럽더라도 ‘기본으로 돌아가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 전도사 톰 피터스가 얼마 전 란 책을 내놓았다. <사소함이 만드는 성공의 법칙>으로 번역된 이 책에서 저자는 말 그대로 성공의 비밀은 작고 사소한 것에 숨겨져 있다고 강조한다. 줄기차게 ‘Excellence’ 즉, 탁월함은 대량화와 거대화 같은 통합적 힘에 있지 않다고 주장해 온 그가 이번에는 대놓고 작고 사소한 것을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토목공학 출신자라서 건설인들에게 더욱 친숙한 톰 피터스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MBA 과정에서 가르치는 번듯하고 합리적인 이론이나 전략 같은 것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1982년 <초우량기업의 조건>이란 책을 써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그가 줄기차게 강조해 온 메시지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가 고정관념 뒤집기이다. 그는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경제 또는 경영이론이나 법칙에 기반한 경영관행을 타파하라고 주문한다. 둘째는 작고 사소한 것의 힘이다. 그는 언제나 큰 것보다는 작은 것, 하드한 것보다는 소프트한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에 발간한 그의 책은 바로 이런 그의 사고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경영서적이라기보다는 삶의 지혜를 전달해주는 자기계발서적 같다. 30년 가까이 경영혁신의 대부 역할을 해 온 그가 결국 강조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 자세 즉, 태도이다. 보이지 않고 쉽게 드러나지도 않는 조그마한 사람의 마음 자세가 그 사람, 나아가 그가 속한 기업의 성공과 탁월함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늘 감사함을 표현하는 사람, 진심으로 경청하는 사람들이 모인 기업이야말로 위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잘하는 기업이 더 성공한다고 말한다. 사과를 하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고, 인간관계도 좋아져서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과를 잘 한 기업이 클레임 및 민원해결 비용을 더 많이 줄인 사례도 소개한다. 법 중시, 소송 만능의 미국에서 소수사례를 들어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과연 우리 건설업체들이라면 이런 전략을 택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의 제안은 충분히 경청하고 음미할 만하다. 모두가 자기이익만을 위하여 대립, 갈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심으로 잘못을 사과할 줄 아는 기업이 더 차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진정성을 갖춘 용기일 것이다.

 고도성장기를 거쳐 오면서 우리 기업들에는 굳어진 습관 하나가 있다. 우리 기업들은 언제나 자신의 바깥에 있는 거대시장만 쳐다보며 살아 왔다. 건설업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몇 년간 먹고 살 물량이 어디에 있는지 그것을 확보하는 데만 온 정신을 쏟아왔다. 그러다보니 정작 자신의 내부에서 숨 쉬고 있는 작고 사소한 것들의 힘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가는 시기에는 작고 사소한 것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리저리 둘러보면 먹거리가 충분히 널려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건설 소비자들은 잔뜩 경계심을 품고 좀처럼 지갑을 열려하지 않는다. 그들은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누가 진실되게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헌신하는지 깊이 따지려 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승부를 해야 할 것인가?

 이제 건설업체들은 직원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작고 사소한 것들이 진짜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어려운 때일수록 직원들 개개인의 태도와 품성을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보다 많은 정성과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