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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보도일자 2010-12-10

보도기관 건설경제

국내 건설기업들의 조직 형태는 규모별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대학의 학제와 비슷한 토목ㆍ건축ㆍ플랜트 등 3개 부서 중심이다. 그리고 설계나 시공 등 생산목적물 중심으로 결과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종의 생산 라인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에 반해 글로벌 기업군은 기술ㆍ사업ㆍ경영 등 3개 부서가 중심이면서 어느 한 부서가 혼자서는 일할 수 없는, 즉 3개 부문이 연합해야 하는 조직을 갖고 있다. 조직론에서 보면 국내기업은 전형적인 기능(function) 중심인 데 비해 글로벌기업군은 매트릭스(matrix) 형태다.

 글로벌 기업군이 매트릭스 조직 형태를 운영하는 이유는 외부 환경에 대한 유연성, 인적 자원의 신속한 이동성, 기술 중심의 인프라 운영 등 때문이다. 기술기반 구축은 기술부서가 기술에 대한 플랫폼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매트릭스 조직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회사의 기술력이 특정 부서나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회사 역량으로 만들 수 있다는 데 있다. 기술부서는 기술력 강화, 기술기반 인적 자원의 안정적 수급조절 역할을 하고 사업부서는 사업에 대한 기획 및 관리를 전담할 수 있다. 즉, 사업에서 요구하는 시간(time), 원가(cost), 품질(quality)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수행 전략 수립은 물론 전략에 따른 사업수행계획 수립과 실행에 전념할 수 있다. 회사의 기술 및 사업기반을 플랫폼으로 하여 경영부서는 새로운 사업 발굴이나 기술력ㆍ사업수행역량 강화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전담할 수 있는 형태가 되는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 형태는 기능조직에 익숙한 국내기업들에게는 느슨하고 효율성이 낮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매트릭스 조직은 인력 운영의 탄력성 때문에 인력 가동률이 기능조직에 비해 상당히 높다. 그만큼 인력 개개인에게는 업무 부담이 높다는 뜻이다. 기능중심 조직은 별도 회사처럼 행정조직과 운영비가 과다해 간접비가 늘어나는 데 비해 매트릭스 조직은 행정지원 조직이 회사 차원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제경비가 적게 든다.

 글로벌기업들이 매트릭스 조직 방식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과 시장 다변화 때문이다. 기술 및 사업운영 기반이 탄탄해서 마케팅부서에서 다양한 상품과 다변화된 시장의 요구를 신속하고 자신있게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영업력이 뛰어나다.

 어떤 사업이든 기술부서와 사업부서, 경영부서가 연합해야 한다는 의미는 회사플랫폼에서는 책임이 분명히 구분되지만 개별 사업단위로 보면 사업부서에 공기와 원가, 품질 확보에 단일 책임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업부서가 기술력에 대해 별도로 고민하지 않는 이유는 공급인력의 기술에 대한 완성도와 품질에 대해 명확한 책임을 가진 부서가 있기 때문이다.

 매트릭스 조직 운영이 성공하려면 기술부서에는 기업이 선택한 기술에서 달인에 가까운 전문가(specialist)그룹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영부서, 특히 영업조직(일반적 마케팅으로 통칭)에는 ‘전천후전문가(all round player)’ 혹은 ‘만능해결사(multi-player)’그룹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군은 2~3명이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토목ㆍ건축ㆍ플랜트, 여기에다 영업 및 법무담당까지 보통 7~8명이 협상에 임한다. 2명과 7명이 협상테이블에 앉을 경우 승산은 2명에게 있다. 관계자가 많을수록 협상에 혼선을 빚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일부가 오래 전 글로벌화를 위해 매트릭스 조직 방식을 도입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1~2년 후 기능형 조직으로 복귀했다. 한국적인 풍토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필자의 눈에는 매트릭스 조직 도입 목적과 운영방식에 필요한 인프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매트릭스 조직은 시스템이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 즉, 모든 부서에 업무수행 및 간섭사항 관리 등을 위한 절차가 있어야 하고 달인에 가까운 전문가그룹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조직의 겉모습만 바꿔서는 성공하기 힘든 것이다. 매트릭스 조직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 기업 체질에 맞는 매트릭스 조직 형태를 갖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고 또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직운영의 유연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기술과 사업역량을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개별조직, 개개인 모두가 같은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는 시간적 여력이 없겠지만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해 나가기 위해서는 글로벌 환경에 맞는 조직 형태를 갖춰야 하는 게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