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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구호만 요란한 녹색건설

보도일자 2011-01-07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현 정부의 주요 정책목표로 제시된 ''녹색건설''이 구호만 요란하다. 정부에서는 장밋빛 계획을 토해내고 각종 세미나가 줄을 잇고 있으나 손에 잡히는 것은 거의 없다. 공공물량 축소로 큰 타격을 입고있는 건설업계에서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녹색건설에 대한 명확한 인식도 부족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해석도 분분하다.

우선 녹색건설이란 개발 위주의 행위에서 벗어나 자연과 조화된 건설을 의미한다. 당연히 비용이 추가된다. 도로나 철도의 노선 결정에 있어서도 자연환경이나 생태계가 풍부한 지역은 우회해야 하고, 성토나 절토대신 교량이나 터널공법이 확대되어야 한다. 생태이동통로를 건설해야 하고, 주요 동식물의 서식지를 통째로 옮기기도 한다.

국토연구원에 의하면 친환경도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30% 이상 증가한다. 그런데 아직도 예산 삭감에만 몰두하는 공공공사 풍토에서, 이러한 비용 증가를 감내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녹색과 연계된 건설투자도 강화해야 한다.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도심내 자전거도로나 경전철, 수상(水上) 교통 등을 확대해야 한다. 하천 분야에서는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연계하여 더 많은 녹색건설프로젝트가 나와야 한다. 과거에는 하천을 정비하면서 하상도로나 콘크리트를 들이붓는 실수를 했지만, 이제는 그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도시의 모든 하천은 시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강화하고, 친수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하천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외국에서는 댐 철거가 시도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에너지절약 대책도 중요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미 에너지제로주택이 제시되는 등 기술은 성숙 단계에 와있다. 공사 입찰에서 녹색건설인증업체에 대한 가점을 부여한다거나 특허, 인증 체계 등을 갖추는 것 등도 논의되고 있으나, 중소건설업체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본질적으로는 설계 단계에서 녹색건설기술이 널리 적용되어야 하며, 입찰 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

건설구조물의 생애주기비용(Life Cycle Cost)을 보면, 건설비용이 20% 수준인 반면 냉·난방이나 설비교체, 광열비 등 유지관리비용은 80%를 차지하고 있다. 즉 내구성을 높이고 유지관리비용을 줄이는 것이 녹색건설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내의 입낙찰 제도를 보면, 단순히 건설비용만을 중시하는 최저가낙찰제가 널리 적용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 녹색건설을 추진하려면 건설비용이 다소 증가하더라도 생애주기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생애주기비용 절감과 연계된 기술제안입찰이나 설계시공일괄입찰 등을 확대해야 한다.

또 녹색건설과 연계하여 민간의 기술개발을 독려할 수 있는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현재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친환경공동주택, 도심재생, 에너지절약 등의 연구와 관련하여 수천억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으나, 중복되는 연구도 많고 성과도 미약한 편이다.

나아가 민간 분야에서 친환경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에 대한 배려가 요구된다. 비용 문제로 확산이 지연되고 있는 중수도나 태양열, 지열, 풍력 이용 등에 대하여 세제혜택 등 과감한 지원이 아쉽다. 또 ESCO(Energy Service Company) 사업 등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녹색건설’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건설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