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 따로 정의 따로 공공공사 거래제도
보도일자 2011-02-10
보도기관 건설경제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다 교육방송이 12회에 걸쳐 강의를 내보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옮고 그름을 떠나 독자 혹은 학생들의 판단에 맡겼다. 제동 장치가 고장난 기관차가 철로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을 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가정했다. 기차는 선택의 여지없이 다섯 명 혹은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할 처지에 놓였음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기관사가 다섯 명을 희생시키기보다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더 낫다는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정의로운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섯 명보다 한 사람이 사회적 영향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이성적 판단이라도 과연 다섯 명을 살릴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정의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법과 정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국내 공공공사 거래제도로 눈을 돌려보자. 법과 정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사계약법은 모든 공공공사에서 300억원 이상은 무조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심지어 안전과 품질이 매우 중요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법이 정의롭고 도덕적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은 2000년도에 공공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했다. 미국은 물론 선진국 어디에도 원전 건설공사에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는 나라는 없다. 왜 선진국들이 공공공사와 원전건설공사에 최저가거래제도를 폐지했을까. 이유는 최저가낙찰제가 담고 있는 비도덕성과 정의롭지 못한 하도급 거래를 양산시켜 결과적으로 최종 수요자인 국민과 공사 참여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공공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비도덕적인 거래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격은 발주기관이 판단한 적정한 생산가격이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 저감이라는 명분으로 무제한 경쟁을 통해 생산가격을 낮춘다. 낙찰률이 70%라면 정부는 30%의 예산을 저감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마라톤 경기에서 가장 빨리 출발한 선수가 우승자라는 주장과 같다. 마라톤의 우승은 출발이 아닌 도착점에서 결정된다. 건설공사도 다를 바가 없다. 출발지인 낙찰에서는 70%지만 완공 시점에는 100%가 되기 때문이다. 발주자는 유사한 공사를 다시 발주하더라도 예정가격은 역시 100%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가낙찰제로 계약한 금액 이내에서 완벽한 목적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국내 회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져 한 해 약 7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건설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회사들은 국내 공공공사와 같은 토목ㆍ건축 상품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즉, 최저가로 계약한 목적물 생산가격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발주자와 계약한 원도급사는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고 손실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도급사는 손실액의 일정 부분을 하도급자와 분담하게 된다. 하도급자는 다시 근로자에게 고통을 나눈다. 약자일수록 더 큰 피해를 받는 거래다. 도덕적으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손실을 야기한 법과 발주기관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최저가낙찰제를 강제한 법이 반드시 정의롭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저가낙찰제 법규가 정의롭지 못한 이유는 국내 법ㆍ제도가 생산자인 건설회사들의 생산 기술과 공법, 인력운영 방식 등에 너무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불금액은 줄이면서도 생산자의 비용을 줄이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이런 게 정의는 아닐 것이다.
현행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던 최저가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보다 약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걱정을 없애려면 정부 및 발주기관들은 우선 도덕성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적정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적정가격을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 게 공정한 거래다. 공공이 이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면 생산자인 민간에게 의뢰하면 된다. 모든 공공공사 생산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추측을 예산 삭감의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유럽연합이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했는지, 미국이 엄격하게 기술과 공법 심의를 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내놓아야 한다. 공공건설공사에 비도의적인 거래가 없도록 법을 정의롭게 개선하는 게 바로 정부의 책임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다 교육방송이 12회에 걸쳐 강의를 내보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가 무엇인지는 옮고 그름을 떠나 독자 혹은 학생들의 판단에 맡겼다. 제동 장치가 고장난 기관차가 철로에서 작업하고 있는 사람을 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가정했다. 기차는 선택의 여지없이 다섯 명 혹은 한 명을 희생시켜야 할 처지에 놓였음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기관사가 다섯 명을 희생시키기보다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더 낫다는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게 정의로운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을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섯 명보다 한 사람이 사회적 영향도가 높은 사람이라면 이성적 판단이라도 과연 다섯 명을 살릴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정의인지도 판단하기 어렵다. 법과 정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국내 공공공사 거래제도로 눈을 돌려보자. 법과 정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국내 공사계약법은 모든 공공공사에서 300억원 이상은 무조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심지어 안전과 품질이 매우 중요한 원자력발전소 건설공사도 예외 없이 적용한다. 법이 정의롭고 도덕적인가에 대해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유럽연합(EU)은 2000년도에 공공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했다. 미국은 물론 선진국 어디에도 원전 건설공사에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는 나라는 없다. 왜 선진국들이 공공공사와 원전건설공사에 최저가거래제도를 폐지했을까. 이유는 최저가낙찰제가 담고 있는 비도덕성과 정의롭지 못한 하도급 거래를 양산시켜 결과적으로 최종 수요자인 국민과 공사 참여자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공공건설공사에서 최저가낙찰제가 비도덕적인 거래의 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발주자가 산정한 예정가격은 발주기관이 판단한 적정한 생산가격이다. 그런데 정부는 예산 저감이라는 명분으로 무제한 경쟁을 통해 생산가격을 낮춘다. 낙찰률이 70%라면 정부는 30%의 예산을 저감했다고 주장한다. 이는 마치 마라톤 경기에서 가장 빨리 출발한 선수가 우승자라는 주장과 같다. 마라톤의 우승은 출발이 아닌 도착점에서 결정된다. 건설공사도 다를 바가 없다. 출발지인 낙찰에서는 70%지만 완공 시점에는 100%가 되기 때문이다. 발주자는 유사한 공사를 다시 발주하더라도 예정가격은 역시 100%를 내세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저가낙찰제로 계약한 금액 이내에서 완벽한 목적물을 생산할 수 있다면 국내 회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져 한 해 약 7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건설시장을 석권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회사들은 국내 공공공사와 같은 토목ㆍ건축 상품시장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게 현실이다. 즉, 최저가로 계약한 목적물 생산가격으로는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발주자와 계약한 원도급사는 이익은 기대하기 어렵고 손실은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도급사는 손실액의 일정 부분을 하도급자와 분담하게 된다. 하도급자는 다시 근로자에게 고통을 나눈다. 약자일수록 더 큰 피해를 받는 거래다. 도덕적으로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손실을 야기한 법과 발주기관은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최저가낙찰제를 강제한 법이 반드시 정의롭다고 누가 주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저가낙찰제 법규가 정의롭지 못한 이유는 국내 법ㆍ제도가 생산자인 건설회사들의 생산 기술과 공법, 인력운영 방식 등에 너무 많은 제약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불금액은 줄이면서도 생산자의 비용을 줄이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이런 게 정의는 아닐 것이다.
현행 300억원 이상의 공사에 적용하던 최저가를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보다 약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걱정을 없애려면 정부 및 발주기관들은 우선 도덕성 시비를 잠재울 수 있는 적정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적정가격을 거래의 기준으로 삼는 게 공정한 거래다. 공공이 이 적정가격을 산정하기 어렵다면 생산자인 민간에게 의뢰하면 된다. 모든 공공공사 생산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추측을 예산 삭감의 잣대로 삼아서는 안 된다.
일부에서 최저가낙찰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유럽연합이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했는지, 미국이 엄격하게 기술과 공법 심의를 하는 이유에 대한 답도 내놓아야 한다. 공공건설공사에 비도의적인 거래가 없도록 법을 정의롭게 개선하는 게 바로 정부의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