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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부실업체 우대하는 주계약자공동도급

보도일자 2011-03-14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주계약자공동도급에 대한 찬반양론이 시끄럽다.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고,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제도로서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도 많다.

 주계약자공동도급이란 종합ㆍ전문건설업체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해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다소 변칙적인 요소가 있다. 종래의 원도급과 하도급업체 사이의 계약관계가 없어지고, 발주자가 일부 하도급자와 직접 계약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반면, 공사이행이나 하자에 대해서는 종합건설업체에 공동책임을 부과하는 모순이 있다.

 발주자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늘어나고, 계약이행이나 하자책임이 분산되는 문제가 있다. 일례로 골조와 창호가 결합된 부분에서 심각한 누수가 발생한 경우, 골조공사를 수행한 주계약자와 발주자가 직접 계약해 창호를 시공한 전문업체 사이에 분쟁이 벌어지고, 하자가 방치된 채 법정으로까지 갈 수도 있다. 결국 발주자만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종합건설업체는 매번 새로운 전문업체와 짝을 이뤄 공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당연히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생산성이 낮아진다. 1회성 관계가 늘어나면서 공사현장관리에도 어려움이 가중된다.

 입찰 참여 위해 부실업체도 환영

 주계약자공동도급의 또다른 문제점은 부적격한 하도급업체의 입찰 참여가 늘어나면서 부실공사가 우려되고, 전문건설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본래 전문건설 시장은 ‘기술경쟁’이 중시되는 영역이다. 원도급자는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하도급업체를 선별해 ‘협력업체’로 등록하게 마련이다. 친분관계가 있다고 해서 부실이나 붕괴 위험이 있는 공사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신규 업체는 협력업체로 등록하기도 쉽지 않다. 기술력을 검증받은 전문건설업체라면 다수의 원도급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자료에 의하면, 하도급 물량의 2/3 이상이 수의계약 등으로 ‘협력업체’에 주어진다. 그런데 주계약자공동도급에서는 이런 협력 관계가 붕괴되고, 부적격한 업체가 시공에 참여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이유는 전문업체와 1:1로 짝을 이뤄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종합건설업체 100개사가 입찰에 참여하려면, 발주자가 지정한 공종의 전문건설업체도 100개사가 확보돼야 한다.

 더구나 지자체 발주공사는 해당 지자체에 등록한 전문건설업체를 짝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해당 지역의 전문건설업체가 부족해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업체나 부실업체라도 대환영을 받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동안 ‘협력업체’로 등록마저 어려웠던 부적격한 전문건설업체가 시공에 참여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부실공사의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더욱이 주계약자공동도급이 적용되는 1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낙찰제로 운영되고 있어 운찰제의 요소도 있다. 부적격 업체가 낙찰 받기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문건설업체 간에 기술경쟁은 무시되고, 적당한 가격으로 운찰에 의존하는 풍토가 조성된다. 기존 원ㆍ하도급 간 장기 협력관계도 붕괴될 수 있다. 부적격 업체도 공사 수주가 가능해지면서, 전문건설업체 수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당연히 건설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

 발주자에게 재량권 부여해야

 영국에는 프라임계약(prime contracting)방식이 있는데, 프라임계약자는 미리 확정된 공급망(서플라이체인)과 함께 평가를 받고 선정된다. 일본에는 원도급자뿐만 아니라 하도급자의 시공능력이나 견적 내용의 적절성 등도 평가하는 전문공사심사형 종합평가낙찰제가 있다. 하지만 이같이 입찰단계에서 하도급업체의 능력을 평가하는 사례가 있으나, 공사계약은 발주자와 원도급업체 간에 단일계약으로 이뤄진다.

 건설 하도급에 있어서 불공정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한다. 또, 불법 하도급을 일삼는 업체는 당연히 시장에서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하도급 문제를 발주제도와 연계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공사이행이나 하자책임이 분산되고, 기술력이 우수한 하도급업체가 역차별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계약자공동도급을 존치하려면, 발주자의 재량권을 존중해야 한다. 논란이 많은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확대할 경우, 혼란만 커질 수 있다. 또, 발주자가 전문건설업체와 직접 계약ㆍ시공한 공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발주자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며 부적격한 전문건설업체를 배제하기 위해서는 입찰과정에서 전문업체의 기술력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원ㆍ하도급 문제는 장기적 협력관계를 유도하고, 하도급지급보증을 강화하는 것이 최선으로 판단된다. 그런 측면에서 주계약자공동도급을 고집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가를 재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