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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 근로자 삶의 품질..아파트 품질

보도일자 2011-04-05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신문과 TV 등 언론에서 새로 입주한 아파트에 대한 불만이 보도되는 사례는 간헐적이지만 지속적으로 나온다. 견본주택과 다른 시공, 낮은 품질의 자재, 벽 속에 방치된 폐기물, 바닥과 벽의 누수, 천장 속의 곰팡이, 거친 마무리 등등. 건설산업계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국민들께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한 선진건설을 다짐하는 업계의 외침이 국민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과당경쟁에 의한 저가수주와 그에 따른 공사비 부족, 다단계 하도급에 의한 관리감독의 한계, 부실업체 및 무자격자의 시공 등이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품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소로서 지금껏 관심 밖에 방치되었던 것이 있다. 직접 아파트를 생산하는 건설기능인력의 사기에 대한 것이다.
 
경제학에서 생산요소를 불변요소와 가변요소로 구분하기도 한다. 불변요소란 벽돌이나 철근같이 생산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그대로 목적물에 이전시키는 요소를 말한다. 가변요소란 노동력같이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목적물에 이전시키는 가치의 질과 양이 달라질 수 있는 생산요소를 말한다. 노동력은 감정을 지닌 사람에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동력이 가변요소라는 의미는 건설현장에서 더욱 중요하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컨베이어벨트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과 달리 아파트 현장은 각 층, 각 방으로 분산된 공간에서 시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개별 근로자의 모든 작업과정에 대해 일일이 감독하기 어렵고, 기계화나 자동화를 통해 노동력을 대체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숙련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누가 감독하지 않아도 스스로 성심과 열의를 다하는 자발적 헌신성에 아파트의 품질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 근로자의 높은 숙련 위에 책임감과 성실성이 결합되고 여기에 신바람을 불어넣어야 높은 품질에 도달할 수 있다. 첨단 설계와 신공법 그리고 과학적인 관리도 최종적으로는 근로자의 숙련도와 열성 그리고 사기와 어우러져야만 빛을 발할 수 있다.
 
현실은 어떠한가. 최근 TV 등 언론에 아파트 품질에 대한 불만 못지않게 많이 보도된 것이 바로 건설근로자의 임금 체불이다. 춥거나 뜨거운 옥외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면서 일했건만 임금이 늦게 나오거나 아예 떼이기까지 한다. 근로자는 일을 하면서도 또 임금을 떼이지나 않을까 불안해 한다. 자식의 교육비 그리고 가족의 먹고살 걱정에 잡념이 많고 집중이 안 된다. 항상 일자리는 불안하다. 늘어나는 외국인력과의 경쟁 속에 근로일수는 줄어들고 임금 수준은 향상되지 않아 소득총량마저 준다. 30년 경력자의 연간 평균소득이 약 1900만원이라는 통계치가 있다. 저가수주 경쟁에서 과도하게 삭감된 노무비는 무리한 공기 단축을 초래한다. 강화된 노동 강도는 산재 증가로 이어져 무섭기까지 하다. 젊은 기능공은 선배 기능공이 받는 기가 막힌 대접과 현장 여건에 발길을 돌린다. 고령화는 심화되고 숙련인력의 대(代)가 끊길 지경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고숙련, 성실성, 책임감, 신바람 등이 결합된 고품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은 다양한 노력으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
 
아파트를 만드는 근로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시와 천대가 근로자의 사기 저하를 거쳐 아파트 품질 저하로 되돌아온 게 아닐까. 나와 내 가족이 살 아파트의 품질이 나아지려면 아파트를 만드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삶도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어찌 아파트만이겠는가. 진정한 상생의 출발점이 여기에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