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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중국업체들과의 경쟁과 협력

보도일자 2011-04-04

보도기관 건설경제

해외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을 위협하는 업체로 중국계를 꼽는다. 안으로는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재난을 걱정하고 밖으로는 중국업체들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 및 미국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컨설팅 전문기관도 2020년 글로벌 건설시장 변화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부각되는 국가로 중국을 주목한다. 중국계 업체들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유럽과 미국시장에서도 강력한 경쟁업체로 등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업체들의 시장 확대를 두려워하는 것은 선진업체나 한국업체들 모두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중국 및 중국업체들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경계와 협력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업체마다 선택한 전략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지난해 말 중국의 건설전문공기업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때 중국 및 중국업체들이 가진 장점과 약점을 보며 국내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얼핏 중국업체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한국업체들의 경쟁 상대가 되기 때문에 중국업체들이 요구하는 기술이전 혹은 경험 공유를 멀리 할수록 유리하다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이 점은 1970~80년대 초반 미국업체들이 한국업체들의 기술수준을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당시 미국업체들은 한국업체들을 한 수 아래로 보고 기술전수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80년대 중반부터 한국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술전수는 물론 한국업체와의 협력에 대해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업체들은 기술력을 자체 개발하거나 해외시장에서 어깨 너머로 신기술을 습득해 왔다. 현재는 미국업체들보다는 미국 이외 국가의 기업들과 협력이 더 많고 또 자연스럽다. 이런 점을 보면 중국업체들도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국업체들이 멀리한다고 해서 중국계 업체들이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한국업체 외에도 대안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중국업체들의 강점과 약점이 따로 있다. 우선 중국의 강점부터 보자. 중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자본력의 집중도와 정치·외교력을 꼽을 수 있다. 개인소득에서는 한국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우리의 8배 가까이 많다. 중국의 개별기업들은 설계엔지니어링 및 시공기술 면에서 한국업체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인건비 면에서 경쟁력은 중국이 앞설 수 있는 부문이다. 개별 생산기술 면에서는 앞서지만 공기와 원가관리 면에서는 개선해야 할 부문이 많아 보인다. 공산국가라는 특성은 아직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한되고 또 평등한 역할과 권리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사업을 완성해 가는 경영 및 관리(프로세스) 측면에서는 상당한 약점이 있다.

 플랜트공사의 예를 들어보자. 플랜트(plant)를 가동시키는 생산기술 면에서는 한국업체들과 차이가 없지만 사업(project)을 성공(시간 및 원가, 품질 등)적으로 완성하는 관리기술은 상당히 떨어진다. 중국업체들의 큰 강점인 동시에 약점은 내수기반 시장 중심으로, 아직 해외시장이 대체시장성보다 선택성이 강하다는 점이다. 2009년 매출액 기준 세계 225대 기업 중 최상위 10대 기업군에 속한 중국계 업체수는 5개지만 평균 매출 비중은 자국 시장이 90%다. 즉, 해외시장에서 경쟁을 저가에 둘 수 있는 여력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저가 경쟁은 곧 바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해외시장 매출 비중이 30~40%로 높아지면 자국 내 이윤으로 해외시장의 적자를 메울 방안이 없어진다. 중국도 해외시장에서 이윤을 창출해야 할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업체들과의 협력과 경쟁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글로벌시장의 흐름을 짚어보자. 시장은 빠르고 값싸게, 하지만 높은 품질과 성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 시장조차 자금 공급을 요구한다. 신흥국들은 과거 한국이 그랬던 것처럼 국산화율을 구체적인 수치로 높이게 된다. 시장은 글로벌화하는 추세지만 생산구조는 자국화(localization) 추세가 더 심화된다. 글로벌 시장이 커지는 만큼 위험부담도 증가한다. 이런 흐름을 받아들인다면 중국업체들과의 경쟁과 협력에 관한 기본적인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중국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부문, 특히 프로젝트 관리부문은 더 높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금융을 동반해야 할 사업 부문에는 중국계 공기업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해당 국가 대표 프로젝트 혹은 첨단설비 건설의 국가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 공기업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많다. 중국계 기업들을 미래 경쟁의 대상으로 경원시하기보다 협력을 통해 보완하는 것이 가치가 높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