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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 벼랑끝 건설산업 방치해선 안돼

보도일자 2011-04-17

보도기관 매일경제

100대 건설사 중 30%가 워크아웃 또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건설 면허 1호라는 상징성 있는 업체도 얼마 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0대 건설사를 제외하곤 믿을 만한 기업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건설산업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정책 실패냐, 기업 잘못이냐를 따질 여유가 없다. 국가경제를 위해서라도 건설산업 회생 해법을 조속히 찾아야 한다.

시장을 살펴보자. 2월 국내 건설 수주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 7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1분기 공공공사 수주 실적은 작년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금융위기 탈출을 위한 팽창성 예산 집행이 이제 한계에 달해 그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수주한 공사 중 상당 부분이 최저가 출혈경쟁 영향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당장의 어려움을 넘기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명하고 있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공공투자에 힘입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민간부문이 살아나 전체 건설경기가 회복된다는 각본이었다. 특히 비중이 큰 주거용 건축투자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현실은 지난 4년간 10조원이 감소하는 정반대 결과로 나타났다. 주택시장에서 분양물량은 급감하고, 매매가격은 긴 하락세를 겪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 미분양은 해소되지 않고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미입주 물량은 증가하고 입주에 소요되는 기간은 길어져 건설업체의 자금 압박은 날로 더해지고 있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었을 때 외국시장이 돌파구를 제공해줬다. 건설도 지난 몇 년간 국외 건설이 효자 노릇을 했다. 매년 수주 신기록을 경신하며 국외 건설은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소위 `재스민 혁명` 여파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 간 과당경쟁과 위험관리 능력 부족으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사업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내몰린 건설업체들의 무분별한 수주활동이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으므로 국외 건설 비중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

정부 살림살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큰 폭의 재정지출 확대는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정부를 대신한 민간투자 활성화를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는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여론 악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 폐기, 수익률 악화 등으로 민간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건설기업과 금융회사가 요구하는 개선책을 반영하여 민자사업 매력도를 높인다면 민간자본의 잠재력을 감안할 때 건설경기 회복에 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 건축은 재정 부담 없이 정책과 제도 개편을 통해 활성화할 수 있으니 경제 살리기의 마지막 수단으로 희망을 가져볼 만한 분야다. 지난달 발표된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부활하는 대신 취득세를 인하하고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시장 침체를 보완코자 하였다. 취득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당정협의에서 지방세수 감소분을 지원키로 결정함에 따라 시행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국회 통과를 전제로 한다. 또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의가 3년째 국회에 계류 중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에서 실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DTI 규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면 그 부작용을 완화하는 보완책도 반드시 함께 집행돼야 한다.

건설은 지역경제에 초석이 되는 산업이다. 지역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뿐만 아니라 고용파급효과, 생산유발효과 등이 타 산업에 비해 크다. 더욱이 복지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산업이며,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산업이다. 벼랑 끝에 선 건설산업을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