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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특별기고 - 최저가격’과 ‘최고가치’의 차이

보도일자 2011-06-20

보도기관 코스카저널

최저가격낙찰제 적용 대상을 300억원 이상에서 2012년부터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이 현재까지 유효하다. 정부가 마치 기존 최저가낙찰제가 성공적으로 정착되었다는 인식을 가진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정말 최저가낙찰제가 성공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부터 살펴보자. 현재와 유사한 최저가낙찰제는 1965년 도입 이후 2006년까지 모두 5차례나 시도되었다. 2006년 이전 4차례나 도입했던 최저가낙찰제는 덤핑과 부실공사, 부도 등으로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2006년에 도입한 300억원 이상 최저가낙찰제는 문제점이 없는가.

지난 4월 한국은행발표에 따르면 2010년 국내건설업체들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이 49.9%로 산업전체평균인 642.3%의 1/1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 한해 국내시장에서 업체들은 수익금에서 빌린 금융비용을 갚아야 할 비용의 절반도 못 벌었다는 뜻이다.

오히려 현금흐름에서 평균적으로 164억원 만큼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전체 평균이 613억원임에 비해 적자는 결과적으로 기업의 존립 목적 자체를 부정하게 만들만큼 악화되어 있다.

당연히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극심한 자금난과 함께 경영악화 문제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혹은 공공발주기관의 예산을 저감하고자 하는 목적이 건설업체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얻어지는 게 분명 아닐 것으로 본다. 그런데 현실은 일방적인 희생으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 돼 버린 것이다.

일부에서 최저가낙찰제는 글로벌스탠더드로 선진국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유럽연합국들이 조달제도에서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대신 최고가치낙찰제를 도입한 이유는 최저가낙찰제가 가지고 올 문제점 때문이었다.

일본이나 미국도 최저가낙찰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국내와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을 의무화시켜 놓지는 않았다. 일본은 오히려 최저가낙찰제보다 가격과 품질, 기술력을 종합평가하는 종합낙찰제가 일반화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도 가격을 중요시 하지만 공법과 입찰자의 과거 실적 및 수행역량을 더 중시한다.

3800년전 인류 최초법전인 함무라비법전에도 건설공사 거래에 대한 규정은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는 선에서 거래가격을 명시해 놓았을 정도로 최저가격보다 최고가치를 더 중요시 해왔음이 밝혀져 있다. 따라서 최저가낙찰제만이 글로벌스탠더드라는 주장은 일부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할 뿐이다. 즉, 범용성은 아니라는 의미다.

최저가낙찰제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내 공공공사에 50%이상 가격 거품이 있어 절대 손해 볼 수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 의하면 건설업체들의 예상부도율이 9.6%로 타 업종 평균값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 공공공사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기업들의 부도율이 1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어떤 이유로 설명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채산성이 낮아져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건설업체 10개 중 7곳은 5년 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 만큼 채산성이 낮다는 증거다.

공공공사에 도입되어 있는 최저가낙찰제는 분명 상당수 문제가 있다. 우선 기술 및 가격 모두에 변별력이 떨어져 운에 의한 낙찰만이 존재할 뿐이다. 당연히 이런 방식에서는 운을 좋게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게 된다. 시장크기와 무관하게 페이퍼컴퍼니가 늘어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는 가격으로 획일적인 적용 대상을 정해놓음으로 인한 문제점이다. 절대적인 안정성과 품질을 요구하는 원자력발전소 건설까지 최저가낙찰제를 강제화 시켜 놓은 것은 국민의 생명을 너무 경시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셋째는 건설사업은 분명 주문에 의한 생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치 기성제품 구매와 같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의 질을 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오판하고 있는 셈이다.

넷째는 공사 기술력을 공종별 단가와 같이 보고 있는 점이다. 물량내역서를 시공사가 아닌 설계용역사가 작성하는 것을 정답으로 보고 있는 오판이다. 시공계획과 시공설계를 설계기술용역으로 인식하는 꼴이다. 다섯째, 변별력을 단지 가격에만 의존한다. 업등록 요건이 완화된 상태에서 입찰참가자격(PQ)기준마저 완화되어 적격업체를 선별하는 스크린장치가 전혀 없는 셈이다.

이런 상태로는 운찰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어 있다.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기 전에 개선해야 할 점부터 고쳐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첫째, 최저가낙찰제 확대 이전에 발주자의 역할과 책임, 역량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 최저가격이 아닌 최고가치를 판단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둘째, 공사실적보다 최근에 완공한 공사 성과에 대한 내용을 입찰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페이퍼컴퍼니의 입찰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시켜야 한다.

셋째, 적용 대상을 가격기준에서 목적물의 성격에 따라 발주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의무화에서 선택제로 전환해야 한다. 넷째, 시공계획과 공법설계를 시공입찰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즉, 순수내역입찰방식에 한해 최저가낙찰제를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글로벌스탠더드이기 때문이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