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입찰제한, 보증으로 가능한가?
보도일자 2011-08-24
보도기관 건설경제
우리나라 공공공사는 입찰 참가자 수가 많다. 입찰경쟁률이 평균 1대200을 넘어서고 있다. 부실업체나 페이퍼컴퍼니가 입찰에 참여하는 데 큰 제약도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에서는 보증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미국 사례를 보면, 보증회사로부터 이행보증(performance bond)을 받기 어려워 입찰 참여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공공공사 입찰 시 입찰보증 이외에 ‘이행보증 확약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건설업 면허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보증회사를 통해 입찰 단계에서 스크리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보증’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 또,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이지만, 미국은 이민국가라는 특성이 있다. 이민국가는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인해 윤리와 도덕, 가치관도 다르고,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법이나 제도적으로 확인된 신용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미국에서 신용(credit)이란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할부금을 제때 못 내거나 은행빚을 연체하면 크레디트가 없어지는데, 이렇게 크레디트를 상실한 사람은 미국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카드회사는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전에 그 사람의 소득이나 주택 보유, 대출연체 여부 등 경제력과 상환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비로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객의 크레디트 히스토리를 무시한 채 경제능력이 없는 20∼30대에게도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 주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약 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있고, 카드 돌려막기라는 용어도 친숙하다. 이런 사태는 미국에서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건설보증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미국의 보증회사는 입찰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 회사의 재무상태나 시공경험, 기술능력, 과거 부실시공 여부, 임원진의 도덕성 등에 이르기까지 제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행보증서를 발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식 이행보증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용카드 남발과 같은 사회정서를 고려하면, 보증수수료에 집착해 너도나도 보증을 남발하고, 정실주의가 가미되면서 부실업체도 보증받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크리닝은 고사하고 부실보증이 만연될 우려가 높다.
민간 보증회사의 주관적 판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낮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기술제안서 심사나 입찰자격심사 등에 발주자의 재량이 폭넓게 작용한다. 그러나 발주자의 주관적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발주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면 논란이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주자도 아닌 민간 보증회사의 주관적 심사에 근거해 입찰이 제한될 경우, 사회적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보증회사마다 잣대가 틀릴 확률이 높다. 경영상태가 더 부실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하고, 견실한 내 회사는 보증심사에 걸려 입찰이 제한될 경우, 이에 따른 반발과 혼란은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증제도를 통해 스크리닝을 한다고 하나, 그 내막을 보면 발주자가 입찰참가조건을 엄격히 해 부실업체의 입찰 참여를 통제한 후, 제한경쟁이나 지명경쟁 과정에서 보증회사를 통해 필터링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 또, 미국과는 달리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보증제도가 엄격하지 않으며, 이행보증을 받지 못해 입찰을 못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보증의 본질적인 목적은 발주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공사계약 후 시공사가 부도 나거나 계약이행이 곤란할 경우, 대리 시공사를 선정해 계약을 이행토록 하고, 만약 계약이행이 어려우면 보증금을 지불해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물론 보증 과정에서 건설회사의 제반 이행능력에 대해 기본적인 심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는 보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살피는 데 중점이 두어진다.
즉, 보증을 통해 입찰자의 스크리닝이 가능하더라도 주로 재무적 심사에 국한될 우려가 높다. 입찰자의 도덕성이나 과거 부실시공 여부, 기술력 등과 같은 근본적인 스크리닝 기능을 보증회사에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입찰자격 심사나 부실업체의 입찰제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발주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못하는 입찰제한을 민간의 보증회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발주자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건설보증은 발주자를 보호하려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공사 입찰 시 입찰보증 이외에 ‘이행보증 확약서’를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부에서는 건설업 면허를 없애자는 주장도 있다. 보증회사를 통해 입찰 단계에서 스크리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보증’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결여된 측면이 있다. 또, 미국과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 국가이지만, 미국은 이민국가라는 특성이 있다. 이민국가는 워낙 다양하고 복잡한 구성으로 인해 윤리와 도덕, 가치관도 다르고,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낮은 편이다. 결국 믿을 수 있는 것은 법이나 제도적으로 확인된 신용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미국에서 신용(credit)이란 생명 다음으로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할부금을 제때 못 내거나 은행빚을 연체하면 크레디트가 없어지는데, 이렇게 크레디트를 상실한 사람은 미국 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카드회사는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전에 그 사람의 소득이나 주택 보유, 대출연체 여부 등 경제력과 상환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한 후에 비로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
반면, 우리나라는 고객의 크레디트 히스토리를 무시한 채 경제능력이 없는 20∼30대에게도 마구잡이로 카드를 발급해 주는 사례가 많다.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약 400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가 있고, 카드 돌려막기라는 용어도 친숙하다. 이런 사태는 미국에서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건설보증에서도 그대로 투영된다. 미국의 보증회사는 입찰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그 회사의 재무상태나 시공경험, 기술능력, 과거 부실시공 여부, 임원진의 도덕성 등에 이르기까지 제반 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후 이행보증서를 발급한다.
그런데 이러한 미국식 이행보증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신용카드 남발과 같은 사회정서를 고려하면, 보증수수료에 집착해 너도나도 보증을 남발하고, 정실주의가 가미되면서 부실업체도 보증받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스크리닝은 고사하고 부실보증이 만연될 우려가 높다.
민간 보증회사의 주관적 판단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낮은 편이다. 미국에서는 기술제안서 심사나 입찰자격심사 등에 발주자의 재량이 폭넓게 작용한다. 그러나 발주자의 주관적 판단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발주자의 주관적 평가가 개입되면 논란이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주자도 아닌 민간 보증회사의 주관적 심사에 근거해 입찰이 제한될 경우, 사회적 반발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보증회사마다 잣대가 틀릴 확률이 높다. 경영상태가 더 부실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하고, 견실한 내 회사는 보증심사에 걸려 입찰이 제한될 경우, 이에 따른 반발과 혼란은 수습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에서는 보증제도를 통해 스크리닝을 한다고 하나, 그 내막을 보면 발주자가 입찰참가조건을 엄격히 해 부실업체의 입찰 참여를 통제한 후, 제한경쟁이나 지명경쟁 과정에서 보증회사를 통해 필터링을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 또, 미국과는 달리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보증제도가 엄격하지 않으며, 이행보증을 받지 못해 입찰을 못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
보증의 본질적인 목적은 발주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공사계약 후 시공사가 부도 나거나 계약이행이 곤란할 경우, 대리 시공사를 선정해 계약을 이행토록 하고, 만약 계약이행이 어려우면 보증금을 지불해 그 피해를 보상하는 것이다. 물론 보증 과정에서 건설회사의 제반 이행능력에 대해 기본적인 심사가 이뤄진다. 그러나 이러한 심사는 보증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살피는 데 중점이 두어진다.
즉, 보증을 통해 입찰자의 스크리닝이 가능하더라도 주로 재무적 심사에 국한될 우려가 높다. 입찰자의 도덕성이나 과거 부실시공 여부, 기술력 등과 같은 근본적인 스크리닝 기능을 보증회사에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입찰자격 심사나 부실업체의 입찰제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발주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국가가 못하는 입찰제한을 민간의 보증회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발주자의 권한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이며, 현실적이지도 않다. 건설보증은 발주자를 보호하려는 본래 목적에 부합하도록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