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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레미콘업체 수요자가 선택해야

보도일자 2011-11-01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최근 공공공사에서 레미콘 구매시 중소기업 제품만 쓰도록 강제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는 레미콘 제품을 아예 중소기업 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까지 논의하고 있다.

중소 레미콘업계의 주장을 보면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업체 위주로 시장을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 레미콘업계는 기술개발이나 품질 확보 측면에서 대·중소업계가 공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이 같은 논의 과정에서 레미콘제품을 직접 사용하는 발주자나 시공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무엇보다 레미콘은 건설공사비의 10% 내외를 차지하며 건설구조물의 품질을 결정하고 안전사고나 부실공사와 연관된 가장 중요한 자재다.

우선 공공공사용 레미콘을 무조건 중소업체가 납품해야 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공공공사는 전체 건설투자의 40% 내외를 차지하며 교량, 터널, 지하철 등 중요한 국가시설물이 많다.

 최근에는 초장대 교량, 초고층 건축, 대심도 터널 등과 같이 구조물이 대형화·장대화되는 추세다. 당연히 품질 확보가 중요하고 초고강도 콘크리트 등 특수한 제품 수요도 많다.

따라서 공공공사에서 중소기업 레미콘 제품만 쓰도록 강제하거나 레미콘 업종을 중소기업만 영위하도록 한다면 수요자 입장에서는 심각한 규제가 되며 품질 확보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또 레미콘은 제조 후 90분 이내에 타설돼야 하며 빨리 시공될수록 품질 확보가 용이하다. 하지만 현장 인근에 레미콘공장이 있음에도 대기업이 운영한다고 해서 이를 제쳐놓고 원거리의 중소업체 제품을 써야 한다면 목적물의 품질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레미콘업계가 제시하는 경영난이나 가동률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현재 레미콘공장 가동률이 25%라는 점을 강조하지만 과거 레미콘이 없어 못팔던 200만가구 주택건설 시절에도 레미콘공장 가동률은 50%에 미치지 못했다. 즉 레미콘 생산능력은 하루 최대 수요에 맞춰져 있으며 겨울철에는 콘크리트공사가 불가능해 연간 가동률이 낮게 산출되는 특성이 있다.

대기업의 시장잠식이 심각하다는 주장도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최근 10여년간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약하다. 현재 레미콘업계의 경영위기는 무분별한 중소업체 증가와 이로 인한 가격경쟁이 주요 원인이다. 레미콘 생산능력은 과거 10년 전에는 연간 3억㎥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5억㎥를 넘는다.

 문제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 인위적으로 시장을 제한할수록 중소업체가 더 늘어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일본도 레미콘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동판매를 허용한 이후 업체 수가 급증한 전례가 있다. 현 위기를 극복하려면 대기업과 중소업체간 제로섬(Zero-Sum)게임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업체 수 증가 대책이 더 시급한 시점이다.

 호주의 경우 레미콘업계는 보랄(BORAL) 등 대기업 3개사가 주도한다. 중소업체의 영역은 10%가 되지 않는다. 영국도 대형 6개사가 레미콘시장의 80%를 장악했다. 독일 레디믹스와 같이 1개 기업이 250개 공장을 영위하는 사례도 있다. 물론 일본이나 프랑스 등과 같이 중소기업 위주로 레미콘시장이 형성된 국가도 있지만 대기업 참여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레미콘은 소규모 주택부터 초장대 교량에 이르기까지 수요 범위가 넓다. 당연히 요구되는 품질이나 기술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양립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공공공사에 납품되는 레미콘을 중소업체가 싹쓸이한다거나, 혹은 중소업체만이 레미콘을 생산해야 한다는 사고는 매우 위험하다. 고도화된 수요에 대응하고 부실공사를 방지하려면 레미콘업체를 선정함에 있어 수요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