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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건설산업, 생존위해 변해야 한다

보도일자 2011-11-11

보도기관 건설경제

기업은 인간이 만들어낸 최대의 걸작이다. 기업이 없었다면 우리의 생활수준은 몇백년 전이나 비슷했을 가능성이 크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기근과 질병, 재해는 당연했고, 생활수준은 수천년간 큰 차이가 없었다. 1800년대초 세계인구는 약 10억명으로 연평균 증가율은 0.04%로 장기 균형상태를 유지했다. 소위 ‘맬서스의 법칙’이 적용되는 가혹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것이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인구는 도시로 집중했고 기업들이 생겼다. 기업들은 생산이 늘수록 분업으로 효율이 좋아지고, 원료구입 단가는 낮아진다는 것을 알았다. 생존을 위해 더욱 효율적이려고 분발했고, 남이 보지 못한 틈새시장을 찾으려고 기를 썼다. 기업은 창의와 혁신의 모범이었다. 기업들은 종전의 1t 생산비로 10t을 만들었고, 10시간 걸리던 것을 1시간에 끝냈다. 기적이 시작되었다.

 산업혁명은 기업이 있어 가능했다. 기업이 없었다면 증기기관이나 전기도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적 풍요는 정치적 평등을 가져왔고, 인구를 급증시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세계 인구는 70억이 아니라 10억대 초반에 머물렀을 것이다. 그런 기업 덕분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었다. 요즘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업의 탐욕을 규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굴의 정신을 가진 기업 덕분에 그런 소리도 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기업의 발전과정에서 백미는 주식회사의 등장이다. 산업혁명으로 수송 수요가 늘면서 등짐과 수레로는 역부족이고, 선박과 기차 등 대량 교통수단이 필요했다. 그런데 운하를 뚫고 철로를 부설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사업 리스크도 상당했다. 종전의 무한책임 가족회사로는 이런 사업이 불가능했다. 주식회사가 등장해야 했다. 운하건설과 철도부설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들이 등장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되었다. 19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10년간 철도회사가 약 50배나 늘었다. 미국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19세기 초 미국 회사의 대부분은 운하, 철도회사였고 제조업이나 무역업은 약 4%에 불과했다. 1898년에는 미국 주식의 60%가 철도주식이었다. 불과 100년전 주식회사는 건설회사가 압도적이었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나중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이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처럼 건설산업은 근대경제 발전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고, 건설회사는 주식회사 발전을 선도했다. 건설산업만큼 근대경제의 기틀을 마련한 산업도 드물다. 우리나라 경제발전 과정에서도 건설산업의 역할은 비슷했다. 더욱이 건설회사들은 나라가 하는 일이라면 기업보국의 일념으로 참여했고, 발주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상하기 어려운 용기와 지혜로 최선을 다한 일화가 어느 산업보다 많다.

 그런데 요즘 건설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날로 싸늘해지고, 내부적으로는 계속되는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실질 건설시장 규모는 전년에 비해 5.3%나 감소했다. 시장규모는 외환위기 이전보다도 줄었다. 더욱이 금년 건설투자도 5% 이상 감소가 예상되며, 내년 역시 정체일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억원 이상의 공사를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업체가 29%라고 한다. 입찰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넘는 상황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최근에는 104개 상장 건설업체 가운데 올 상반기의 이자보상비율이 100%가 안 되는 업체가 47%라는 발표도 있었다.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제목의 기사가 신문마다 실렸다.

 이제 건설산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 절감과 자연친화적 개발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이제까지의 관성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다. 절제와 공동체적 미덕이 강조되는 시대에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 거래 업체와의 상생협력 등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시대변화에 슬기롭게 적응하면서 보완해 나가는 것이 요즘 같은 시기일수록 중요하다.

 또한 낙오없는 전진을 강조했던 건설산업 정책이 허약한 다수를 양산하면서 공도동망(共倒同亡) 상황을 만든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효율과 형평을 중시하는 산업정책으로의 회귀가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적 강제로 이상 상태를 달성하는 것은 더 큰 희생을 초래할 수 있다. 미덥지 못해도 기업이 스스로 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역시 정부에 대한 의타심을 버려야 한다.

 국민들은 아직 춥고, 불편하고, 비싼 집에 살고, 아침 저녁으로 혼잡한 길에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정전대란으로 불안에 떨지 않는,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인프라를 원하고 있다. 건설산업이 해야 할 일은 아직도 산적해 있다. 공급자 중심적인 시각이 아닌 소비자 지향의 서비스정신에 입각한 새로운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 거슬리는 비판에도 귀 기울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생존을 위해 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