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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100세 시대 대비한 주거복지 필요하다

보도일자 2011-12-09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집 없는 사람이나 집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 집 때문에 고민이 많다. 전자는 치솟는 전셋값과 월세전환 때문이며 후자는 집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몇 억원씩 하는 고액의 전세주택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집값의 상당부분이 부채인 ‘하우스 푸어’는 물론이고, 전 재산인 집 한 채를 처분해야만 하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도 많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전세가구의 4분의1이 다른 지역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임차인이면서 동시에 임대인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 주택에 대한 국민들의 고통은 단순히 주택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임대주택이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의 선택이었다면 이제 임대주택은 집을 살 의사가 없는 사람들의 선택도 되고 있다.

 따라서 무주택자는 곧 사회적 약자이고 유주택자는 상대적으로 가진 자라는 인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주택정책이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주택정책은 이런 이분법적인 접근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주택정책을 바라보는 정치적 시각과도 연계돼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의 서민주거 안정대책은 상당부분 무주택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주택자에 대한 대책은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와 조합원 지위양도 정도인데, 양도세 중과 폐지는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실행을 담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비난이 거세다. 1~2인 가구에 대한 고민 역시 무주택자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이번 대책에는 대학생들을 위한 전세주택의 공급확대 내용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렇지만 1~2인 노인가구에 대한 대책은 어디에도 없다. 1~2인 가구 중에는 저소득층으로 공공의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있는가 하면 가처분 소득이 많은 골드세대들도 있다. 자녀를 낳고 가족을 구성하려는 일시적 1~2인 가구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은퇴 후 금융자산 감소로 부동산 자산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가구들도 있다. 그러므로 1~2인 가구라고해서 모두 작은 규모의 임대주택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교수의 ‘정신적 자산계정(Mental Accounting)’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산을 유형별로 다르게 취급하고 있으며 번 만큼 소비하고 위기상황이 닥치면 소비를 먼저 줄인다고 한다. 그러나 배우자가 사망하는 등 특별한 위기상황이 닥치면 그제야 주택이나 연금과 같은 자산계정을 이용한 소비를 한다고 한다.

 주택이 단순 자산이 아니며 ‘정주’라는 인간생활의 기본 그릇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은퇴 후의 삶의 기간을 대략 25년으로 본다. 그러나 앞으로 이 기간은 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은퇴 후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주거’는 인간생활에 필수 요소이며 연령이 높을수록 ‘주거안정’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베이비 부머라고 불리는 50대 가구의 부동산 자산 비중이 가장 높다. 비율적으로는 65세 이상의 가구들이 더 높지만 절대적인 금액 면에서 보면 이들이 가장 높다. 그런데 이들의 상당수가 지금 주택을 처분하고 싶어 한다. 탈러 교수 이론에 비추어볼 때 딱히 특별한 위기상황은 아니지만 워낙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고 늘어난 노후생활에 대한 대비에 조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부동산의 일부를 현금화하거나 거주주택의 규모를 줄여나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좀처럼 처분이 쉽지 않다. 매도자 역시 아직은 손실회피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주택거래는 안 되고 전세가격은 계속 강세가 유지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집 없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함께 집을 처분하고 옮겨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집 가진 사람들의 주택처분이나 분할 이용(Share House)이 곧 집 없는 사람들의 주거문제 해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모자란 재정과 택지 여건 속에서 계속 임대주택을 짓는 것보다 기존 주택을 임대 가능한 주택으로 바꾸거나 주거공간을 나누어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대안일 수 있다.

 수명 연장으로 노후 주거문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주택연금제도만으로는 다양한 노후자금과 주택처분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저출산에 대한 대응 역시 ‘주거복지’에 그 해답이 있다.

 또 다시 우리 앞에 닥친 주택에 대한 고민, 이제는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새로운 주거복지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주거는 모든 계층에 적용돼야 하는 보편적 복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