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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주택정책, 메커니즘이 바뀌었다"

보도일자 2011-12-23

보도기관 머니투데이

12·7대책이 발표된 지 2주가 지났다. 발표 직후에는 ''부자감세''라는 논란이 뜨거웠고 지금은 단기 효과가 없다는 비판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주택시장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들은 12·7대책의 근본적인 목표와 일정부분 거리를 두고 있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확실했다. 즉 집이 있는 사람은 여윳돈이 있다면 더 많은 집을 사서 더 큰 수익을 확보하고 싶었고 집이 없는 사람도 어떻게든 돈을 빌려서라도 집을 갖고 싶었다.

 주택정책도 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우리나라 주택정책이 지난 40여년간 1가구1주택 정책을 광범위하게 사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1가구1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면세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발생하는 수익률 확보를 용인해줬다. 반면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통해 수익률을 제한하고자 했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 종합부동산세, 청약제도 등도 수익률 배분의 관점에서 접근한 대표적인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주택시장의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집값 상승에 대한 명확한 기대감이 깨졌다. 집이 있는 사람들은 더이상 집을 사고 싶지 않고 갖고 있는 집도 어떻게든 팔고 싶다.

여유자금이 있더라도 집을 사기보다는 더 높은 수익률의 금융상품을 찾고 있다. 집이 없는 사람도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집값 하락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 원금이라도 확실히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를 선호한다.

 현재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2가지 중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미분양이 쌓여있고 집을 살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주택공급은 감소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주택공급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다. 주택공급 감소는 전·월세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현재 전·월세가격은 매매가격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집주인은 전월세가격을 올려서 수익을 확보하려 함에 따라 지속적인 전·월세가격 상승을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

 만약 공공이 강력한 재원을 기반으로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을 투입해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은 논외로 하더라도 공공의 재정여건은 밝지 않다. 대표 공공기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채비율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400%를 웃돌고 있다.

지자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세는 감소하고 국비지원마저 줄고 있어 재정자립도가 악화일로에 있다. 공공재원을 통한 안정적인 주택공급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장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현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누군가는 감당해야 한다. 하지만 공공은 그럴 여력이 없고 민간의 자금과 역량을 통해 현 상황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간의 또다른 이름이 다주택자와 재건축시장인 것이다. 그들이 지금 시장에 진입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수익률 확보는 어렵다. 오히려 단기적인 리스크를 안고 장기투자에 나서야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즉 12·7대책의 근본적인 목표는 민간이 현재 주택시장 진입에 따른 리스크를 감당해주는 대신 장기투자를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구조와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일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이 ''부자감세''와 같은 주택시장의 수익률 배분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거 시장의 관점이다.

현 상황은 오히려 현재 리스크를 민간이 감당해주길 바라는 구애에 가깝다.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한 장기 주택공급 안정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내용이라는 점에서 단기효과를 논하기보다 장기 주택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