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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 반쪽 부동산정책 살리려면

보도일자 2012-01-15

보도기관 매일경제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와 서민 주거 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정부는 이 대책을 통해 과도한 규제가 해소돼 주택시장이 정상화하고 전ㆍ월세 시장이 안정되기를 기대했다. 속내는 가격이 뛰지 않으면서 거래가 활발해져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대책이 발표될 당시 언론 반응은 혹평 일색이었다. "집 부자 규제 풀고 또 풀었다"면서 있는 자들을 위한 잔치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다주택자 봉인 해제, 주택경기 회복 효과는 미미하다"며 대책이 미흡하다는 평도 나왔다. 부작용을 감내하더라도 통 큰 대책을 내놓았다고 자부하는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부의 후속 조치와 국회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대책의 효과가 가시화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반응을 봐서는 죽은 시장이 쉽게 살아날 것 같지 않다.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책이 발표되던 당시에만 반짝 호가가 일부 오르고 추격 매수가 없어 거래가 썰렁하다고 한다. 또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 60% 이상이 올해 상반기에도 집값은 오르지 않고 전세금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거래 적정 시기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또는 2013년 이후를 꼽아 관망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 측 바람에는 못 미치는 결과다.

현 정부 들어 4년간 부동산 대책이 21번이나 발표됐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가격 상승 없는 거래 활성화는 애초부터 달성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목표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부동산 투기 열풍이 재연될까 조심스러운 행보를 하다 보니 한 방에 살릴 수 있는 환자에게 미흡한 연명 조치를 한 템포 늦게 취해 혼수 상태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무엇을 하면 회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내심 경기 부양을 원하면서 굳이 대책에 `활성화`라는 표현을 꺼리는 어중간한 자세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격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주택 공급 현황, 인구 추세나 가구 구성을 보면 개발연대와 같이 주택 가격 급상승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자산 디플레이션의 폐해를 피하면서 주택도 일반 재화처럼 물가상승률과 같은 궤도를 그리는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최근 부동산시장 추락 속도를 완충해야 실물경기를 살릴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주택 가격이 회복돼야 금융시장 안정화와 소비 회복을 통한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금융연구원도 부동산시장과 금융권 건전성 간 상관성이 높아 부동산시장 취약성이 전체 금융권으로 전이돼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이나 차환 단계에서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를 제기했다.

지금 우리 경제의 대표적인 고민은 성장 잠재력 확충, 내수 증대, 금융 건전성 유지를 꼽을 수 있다. 부동산 가치의 완만한 상승은 건설 투자 확대와 경제성장, 자산 효과에 따른 소비 증대, 부실 가계 부채 문제 완화를 가져와 거시경제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건설경기 부양이 아니라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한 목적 아래 주택시장 추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과감한 대책규제개혁이 이뤄져야 부동산시장은 물론 경제도 연착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들이 조속히 처리돼 분양가 상한제 폐지, 각종 세금 관련 정부 조치들에 대한 현실화가 이뤄져야 한다. 심지어 다주택자들의 시장 참여를 더욱 장려해 부자 감세라는 단기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서민 전ㆍ월세 안정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정부는 역사적 평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