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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기고] 수주 실적 전망과 공공발주 확대

보도일자 2012-02-22

보도기관 건설경제

지난해 국내 건설수주가 110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3년 연속 감소하던 수주가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예상 밖의 깜짝 실적 탓에 건설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성급한 낙관론마저 들린다. 물론 이 같은 실적은 작년말 기획재정부 주도의 잔여예산 활용 경기부양책과 LH의 밀어내기식 발주 영향일 뿐이라는 신중론이 더 우세하다.

 지난해 11월초 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11년 수주 전망치와 실적치를 비교해 보면 이 같은 실적은 바로 공공부문 수주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작년 민간부문 수주 실적치는 74조원으로 연구원의 전망치와 1000억원밖에 차이 나지 않았지만, 공공 수주는 36조6000억원으로 전망치보다 무려 7조원이나 더 많았다. 사실 당시로서는 공공 수주가 36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을 그 누구도 하지 못했다.

 전망 시점인 작년 11월 초까지 발표된 1~8월 공공 수주가 전년 동기비 28.9% 급감하며 부진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LH가 연말까지 발주를 계속할 것이라는 얘기는 있었지만, 그럴지라도 작년 공공 수주가 30조원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게 대다수 공공부문 영업담당자들의 의견이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당초 6월에는 작년 공공 수주를 32조원으로 전망했었지만, 예상보다 훨씬 더 부진했던 2분기 실적을 감안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그런데 그 이후 발표된 9~12월 공공 수주는 전년 동기비 51.3%나 급증했다.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LH가 4분기에 역대 최고수준의 발주를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연간 공사발주 규모가 최소 10조원을 넘는 LH의 연말 밀어내기식 발주는 수주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더불어 거시경제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하고, 민간부문 건설투자가 여전히 저조하자 기획재정부 주도로 잔여 예산을 활용한 경기부양책이 전격 시행됐다.

 이러한 점들은 틀린 전망치를 내놓은 담당자에게 꽤 괜찮은 변명거리들이다. 민간부문의 수주 회복이 매우 더딘 상황에서 공공 수주마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점에 무게를 둬 비관적인 전망을 한 것이 연말 공공 발주를 호전시킨 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2011년은 예상보다 괜찮은 실적이 나왔는데 2012년은 어떨까? 지난해말 공공부문의 예상을 뛰어넘은 발주 추세를 통해 볼 때 올해도 공공 수주는 당초 예상치보다 소폭 증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건설투자를 활용하고자 하는 의지가 예상보다 더 확고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올해는 20년 만에 두 번의 큰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해다. 반면 국내 경제는 내리막이다.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수출이 심상치 않다. 여당이나 정부로서는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산업에 다시 한번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추경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건설 관련 예산이다. 정부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들의 신청사 착공과 공사 진행도 작년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게 독려할 것이다. 올해 최소 50개 이상의 공공기관이 신규로 착공해 작년에 비해 착공 기관 수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공공 건설투자의 상ㆍ하반기 배분은 상저하고의 경제상황을 감안해 최대한 조기집행을 추진할 것이다.

 전망치보다 다소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공공 수주와 달리, 민간 수주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올 민간 수주가 전년도에 비해 0.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점점 더 증가해 민간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유로존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최근 발표된 국내 산업활동 동향도 매우 저조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투자규모를 줄일 것으로 발표했다. 작년에 이미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인 민간 토목수주와 비주거 건축수주는 위축이 확실해 보인다. 작년에 지방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인 민간 주택수주도 올해는 회복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분양 리스크나 입주시점의 미입주 리스크는 조만간 증가할 것이다. 물론 분양 대기물량이 워낙 많기 때문에 민간 주택수주가 작년보다 감소하진 않을 것이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추가적 주택ㆍ부동산대책 발표가 예상된다. 그렇지만 정책효과가 예전만 못하고 대내외적인 경기 불확실성이 커 지방의 민간 주택수주는 소폭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수도권 역시 올해 안에 민간 주택수주가 회복국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공공 수주와 달리 올해 민간 수주는 당초 전망보다 더 부정적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는 올해 민간 건설시장에서 건설사의 경영 키워드는 시나리오 경영, 신속 대응이 가능한 컨틴전시플랜(contingency planㆍ비상계획)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