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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연구기관 리포트> 인구ㆍ가구 구조 변화로 본 주택산업의 위기와 기회

보도일자 2012-07-31

보도기관 건설경제

주택시장의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수도권의 침체는 지속되고 지방시장도 급격하게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거래량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고 있다. 5ㆍ10대책,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다수의 정책들이 발표되었으나 시장을 움직이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여기에 더해 하반기에 기대를 걸었던 거시경제 회복도 다시 불거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회복세가 지연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의 2012년 국내경제 전망에 대한 수정치는 속속 내려가고 있다. 결국, 단기적 어려움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럼,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단기적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짚어보아야 한다. 특히, 금융위기와 같은 우리가 대응하기 어려운 외부적 요인을 제외하고 시장 내부적 요인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어려울 때 일수록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2011년과 2012년에 걸쳐 발표된 인구ㆍ주택 총조사 자료를 통해 시사점을 도출해보자.

 △ 가구 수 증가에 비교할 때 주택공급 과잉논란은 신중한 접근 필요

 최근 들어 시장에서 급격한 인구 및 가구 증가세 감소는 일반적인 현상처럼 부각되었다. 그러나, 인구ㆍ주택 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0년까지 가구수 증가는 연간 32만가구로 유지되었다. 물량적인 측면에서 가구수가 감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주택의 공급과 멸실이 이루어져 시장의 전체 주택물량이라 할 수 있는 주택재고량(stock)을 살펴보자. 주택재고량은 1990~2000년 사이에는 연간 35~41만호씩 증가하였으나 2000~2005년에는 연간 31만호로 감소하였고 2005~2010년은 연간 28만호에 불과하였다. 즉, 최근 5년간은 주택 증가가 가구 증가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05년 이전 주택시장의 성장기에는 가구 증가보다 주택 증가가 빠르게 이루어졌으며, 3%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이며 주택의 양적 부족 문제를 충족시켰다. 이러한 성과로 2000년에는 주택 1000만호 시대를 열었고 연간 30만호를 상회하는 주택의 증가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5년 이후 주택부문은 2% 이하의 저성장기에 돌입하였다. 증가율만을 가지고 최근의 주택증가율이 가구증가율을 넘어서서 과잉공급이 이루어졌다는 주장은 일부 오류가 있다. 가구수가 주택수보다 많기 때문에 동일한 양만큼 증가하여도 증가율로는 주택이 높게 나오기 때문이다. 결국, 최근의 ‘주택공급 과잉논란’은 일부 과장된 측면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어쨌든 금융위기 이후 주택산업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2010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세로 변한 것은 사실이다. 주택산업의 시장규모는 20년간(1990~2010년) 한국은행의 주택투자 불변금액 기준으로 40조원 시장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32조원 수준으로 시장규모는 급격하게 축소되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여 하반기에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당분간 과거의 40조원 시장 규모로 주택산업이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저소득의 1∼2인가구 증가, 고급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불균형 야기

 수요와 공급의 양적균형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마이너스 성장을 발생시킨 원인은 무엇인가. 가구특성을 통해 짚어보자. 2000년 이후 1~2인가구 중심으로 가구가 증가하였고 특히 1인가구는 연간 19만가구씩 증가하였다. 반면, 과거의 주력 가구 구성이었던 4인이상 가구는 감소하였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1인가구는 20~30대와 노인층 비중이 높고, 취업자도 적어 경제능력이 취약한 가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따라서 주택의 소비도 다가구주택의 월세와 같은 저가주택상품에 임차형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0년 이후 주택재고량이 증가한 유형은 아파트와 다세대뿐이며, 특히 아파트에 집중되었다. 2000년 이후 공급된 아파트는 소득보다 분양가가 빠르게 상승하였고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여 프리미엄급 브랜드를 갖춘 민간의 중형(60㎡) 이상의 분양아파트가 주류를 이루었다. 즉, 저소득계층의 1~2인가구가 증가하는데, 우리는 고급주택상품을 공급해 왔다는 것이다.

 △ 변화하는 수요 특성에 대응하지 못한 주택 공급이 문제점

 이러한 수요자의 특성을 간과한 원인 중 하나는 과도한 물량 중심의 목표 설정과 관성적 성장시장 인식 때문으로 판단된다. 공공은 연간 주택공급물량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주택의 수요는 빠르게 달라졌다. 양적 목표 설정은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해야 하는 과거에는 유효한 수단이었으나, 수요가 다변화되는 시장에 있어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가구별 지역별 세분화된 목표 설정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 탄력성을 낮출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뿐 아니라 민간도 수주실적 중심의 경영방식을 고수하여 수주액은 증가하여도 수익성은 나빠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또한, 경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 주택수주는 전체 건설수주 목표 달성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주택수주의 양적 확대전략을 지속해 온 것이다.

 △ 2030년까지 인구 및 가구 수 지속 증가 예상, 외국인 유입도 활발

 그렇다면, 시장의 대다수가 이야기 하듯 이제 우리나라 주택시장에는 인구구조학적인 기회 요인은 없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꼭 그렇지만은 않다. 기존의 인구 전망치는 2018년 이후에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인구성장률이 오히려 이전 5년보다 확대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은 이러한 2010년 인구주택 자료를 기반으로 하여 2030년까지 인구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치를 수정하였다. 2030년에 이르러서야 5216만명으로 정점을 형성하고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는 외국인 유입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2004년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2007년 방문취업제를 실시하면서 취업, 결혼, 유학의 증가로 외국인 유입이 크게 증가하였다. 다만,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의 경제적 특징이 1~2인가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구증가와 함께 가구수도 2035년까지 증가가 지속되면 2035년 인구는 2010년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1인가구 증가, 부부가구 증가 등 가구 분화와 가구 해체가 지속되면서 가구 증가세를 지속할 것이다. 특히 2025년까지는 연간 증가 가수구가 20만호를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학적 변화는 1인가구 증가, 노령화와 같은 질적인 문제와 함께 진행될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2025년 전후가 가장 강력한 변화가 예상된다. 다만, 2~3번의 단계에 걸쳐 노령화ㆍ저성장 시기로 이행해 나갈 것이다. 2015년까지는 연간 증가 가구수가 25만호 내외를 유지하고 1인가구, 고령자(60세 이상) 비율도 30%를 넘지 않을 것이다. 2020년 이후에는 연간 증가 가구수도 21만호 내외로 감소하고 1인가구 비율이 3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분명, 2025년 이후에는 연간 가구수 증가가 20만호를 하회하고, 고령자 비율이 40%를 상회하는 등 상당히 큰 변화가 예상된다.

 △ 주택 주력소비 가구 감소 불구 2025년까지 주택산업 기회 존재

 그렇다면, 가구의 형태는 어떠한 변화가 예상되는가. 민간시장의 주요한 타깃 수요층이 일정소득 이상, 주택소비가 활발한 연령대라는 점은 유효하다. 다행스럽게도 2025년의 59세이하 가구수는 1299만가구로 2010년 59세이하 가구수 1289만가구의 99% 수준을 유지하여 감소는 예상되나 감소폭이 크지 않다. 또한, 가구 형태는 다양화되고 있으나 생애주기에 따른 삶의 전형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령별 생애주기(결혼→출산→자녀교육→자녀출가)를 따르는 가구 비중이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2025년까지 30~59세가구 중 3인이상 가구가 전체 비중의 50% 상회하며 부부+자녀(한부모 포함) 비중도 2025년까지 52.3%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결국,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주택시장의 구조와 삶의 생애주기 변화를 고려할 때 2025년까지 주택산업의 기회는 존재하는 것이다.

 △ 가구 형태 및 수요 변화에 따른 주택 상품 다양화 필요

 그렇다면, 우리는 상품적인 측면에서 어떤 대비를 해야 하는가. 최근 들어 도시형 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아파트외 주택의 공급이 확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아파트 상품에 대한 표면적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하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이사 의망 주택 유형으로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이사 희망 주택으로 아파트를 선택한 비중은 2006년 65.2% → 2008년 66.7% → 2010년 67.3%로 오히려 증가하였다. 결국, 아파트라는 주력상품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신규 발생 수요들의 소득계층이 낮다는 점을 고려하여 기존의 프리미엄 상품보다는 ‘일반상품’과 ‘저가상품’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가구형태의 다변화 등을 고려하여, 노인, 웰빙, 에너지 절약 등 특화상품 개발 필요하다. 이와함께, 최고급 프리미엄 연립, 저가의 복합용도 상품 등의 틈새상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확대된 주택재고량 및 가구수를 고려할 때 유지ㆍ관리, 주거지원 서비스 등 사업영역의 확장도 동시에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아파트라는 주력상품을 유지하되 가구형태 다양화에 맞는 상품 확장 및 사업 확장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 유연성 확대가 주택산업 혁신의 밑거름

 단기적으로 우리는 거시 경제와 같은 외부적 요인뿐 아니라 주택시장 내부적으로도 수요특성별 수급 불균형에 대한 조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조정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는 주택의 양적 목표 설정보다는 변화하고 있는 시장 매커니즘에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정책으로 기조를 바꾸어야 한다. 또한, 민간도 다변화되고 있는 수요를 반영하여 다품종ㆍ소량생산, 저가상품 개발 등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공공이나 민간 모두 2025년까지 인구ㆍ가구구조가 시기별로 이행함에 따라 시기에 맞는 차별적 접근전략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다변화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정책, 조직 모두 유연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앞으로 주택시장은 1~2인가구를 중심으로 증가하여 과거와 같은 성장시장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50%나 많은 가구가 신규로 발생하고 이들을 위한 주택은 필수적이다. 우리가 현재의 조정과정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시장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