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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주택가격 억제는 해법이 아니다

보도일자 2002-05-07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4년여 전 외환 위기로 경제가 무너지자 부동산 가격도 폭락하였다. 국제 신인도의 하락은 자금 흐름의 경색을 가져왔고 이는 기업과 금융 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졌다.

자금난으로 다급해진 경제 주체들이 부동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급매물을 시장에 내놓았지만 이미 부동산 시장은 수급 조절 능력을 상실하여 낮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맞이하여 당시 정부는 경기 회복의 돌파구를 건설과 부동산 경기에서 찾았다. 경기 부양을 위하여 사회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공공 투자를 확대하였고,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썼다.

특히 부동산에 대한 수요와 가격을 띄움으로써 부실 채권을 해소하는 한편 전반적인 소비 성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1998년 이후 작년까지만 해도 한두 달이 멀다하고 주택 부양책을 내놓았다.

양도소득세와 취등록세의 감면, 임대 사업자 등록 기준 완화, 주택 분양가 자율화, 분양권 전매 허용, 금융 지원의 강화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긴급 처방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경기가 살아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경기가 채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이동식 부동산 중개업자(떴다방)의 양산, 아파트 가격과 분양가의 급등, 전월세 파동 등 적잖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인위적인 부양 정책에 따른 결과이다. 이에 정책은 다시 선회하여 투기자에 대한 세무 조사, 분양권 전매 제한, 선착순 분양 금지 등의 주택 시장 안정 대책을 발표하였다.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지나치게 단기적인 안목의 냉온탕식의 대증요법에 의존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아파트 공급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현재 주택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공급 물량의 절대적인 부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판단된다. 외환 위기 이전에 매년 60만 호 정도가 지어졌는데 98년 이후에는 30만∼40만 호가 공급되었다.

주택 보급률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115% 수준에 비교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택 가격도 주택 은행의 도시 주택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95년 12월을 100으로 보았을 때 2002년 2월 현재 109 수준이다.

많이올랐다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도 145 수준이다. 폭락하였던 주택 가격이 반등하는 정도라고 보아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가 피부로 느끼는 주택 문제는 수치로 나타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는 일부 지역에서의 과열 현상이 확대 해석되어서 그러한 것으로 보여진다. 예를 들어 시세 차익을 노린 재건축 아파트, 재개발 지역에 대한 투기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

또한 입시 제도의 변화와 관련한 강남 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 폭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 시중의 과잉 유동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일부 한정된 지역에서 부동산 경기의 과열 현상을 빗고 있는 것이다.

높은 주택 가격은 우리의 탄탄한 경제 기반을 반영한 결과

이렇게 보았을 때 정부는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규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주택 공급 물량을 확대한다는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이를 충족하기 위한 아파트 건설이 지속되어야 아파트 가격 상승을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도 국지적인 주택 문제는 상존할 것이다. 같은 도시내에서도 생활 여건 또는 교육 여건이 좋은 지역에서의 부동산 열풍은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은 주택 정책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며 시간을 갖고 전반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계획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고 주택 세제를 정비하는 등 경기 과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지피어진 열기가 설비 투자, 수출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간의 정부 노력의 결과로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성급한 경기 과열 논쟁 때문에 어렵게 키워온 경제의 싹을 조기에 꺾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아직 거품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주택 가격의 급상승에서 촉발된 논의가 일단락되는 듯하다.

생각을 바꾸어 보면 높은 주택 가격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생산비 개념이 아니라 한국에 사는 권리의 가치가 주택 가격에 반영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 위기 때처럼 우리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할 때는 주택 가격이 폭락하는 반면 장기적인 비전이 밝을 때는 이것이 주택 가격에 반영되기도 한다. 높은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