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화국의 고민
보도일자 2012-11-08
보도기관 건설경제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아파트 비중(주택의 종류 중)이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디일 까? 통계청의 주택총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계룡시가 89.8%로 가장 높다. 그 다음으로는 서울시 노원구가 87.5%이다. 광역시 가운데서는 광주시가 76.9%로 가장 높다. 서울의 아파트 비중은 58.9%이고 전국 평균도 이와 똑 같다. 27.9%를 차지하는 단독주택의 비중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975년도에 1.9%에 불과했던 아파트 비중은 1990년에는 22.7%, 2000년에는 47.7% 그리고 2010년도에는 60% 수준에 이르고 있다. 온 도시, 국토가 점점 아파트 숲으로 덮여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이 있다. 한 호기심 많은 프랑스 지리학자가 서울의 한강변에 늘어선 아파트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한국의 아파트에 관한 논문을 썼고 이 책도 발간했다. 발레리 줄레조라는 이 여성 학자는 서구에서는 서민층들이 주로 모여 사는 획일적이고 집단적 주거양식인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주택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땅이 좁다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는 고도성장시대의 중산층 형성의 논리가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고도성장시대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아파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첫째, 국민들의 주거수준을 양적, 질적으로 크게 향상시켰다. 둘째, 국민들의 부의 축적과 중산층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셋째, 건설기업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1960년대 이후 50여 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에 아파트만큼 절대적 영향을 미친 존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건설기업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절실한 여망에 부응하여 아파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정반대의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파트는 이제 세 가지 측면에서 부담스런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첫째, 전 국토 및 도시의 아파트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노후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 아파트는 이제 부의 축적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산층의 몰락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미분양 아파트가 건설업체들의 경영부실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파트를 많이 짓고 보유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서 이제는 아파트에 묶인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 그리고 건설기업들에게는 아파트에 대한 공통된 믿음이 있었다. 아파트는 짓는 건설업체에게도, 소유하는 국민들에게도 모두 이익을 안겨주는 그런 것이었다. 국민들은 아파트 소유를 원했고,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건설을 서둘렀고, 정부는 아파트 공급확대 정책을 펼쳤다. 선거철마다 신도시건설이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뉴타운 또는 재개발사업 등은 정치권의 단골 공약으로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180도로 변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과연 무엇이 이런 상황을 유발하였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믿음의 붕괴이다. ''아파트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붕괴된 것이다. ''아파트는 다른 어느 상품보다 투자가치가 높다''는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아파트에 대한 믿음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믿음이 무너지고 나니 사람들은 갑자기 눈을 뜬 것처럼 그럴듯한 이유를 발견한다. 아파트가 너무 많이 공급되었고, 인구 및 가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어 아파트가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믿음이 무너진 아파트는 갑자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파트 공화국이 갑자기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당장 아파트 수렁에 빠진 하우스 푸어들과 미분양 건설업체들을 건져내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이러다간 아파트 문제가 나라 전체의 경제를 곤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고민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어떤 사업도 해법이 쉽지 않다. 신축은 물론 수많은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불도 꺼야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노후 아파트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앞으로 5년 정도만이라도 새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고 노후 아파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는다면 온 국민의 주거의 질은 급속히 떨어지고 말 것이다. 온 도시 및 국토가 폐허 같은 아파트로 뒤덮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파트 공화국의 고민,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풀어야 할 때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이 있다. 한 호기심 많은 프랑스 지리학자가 서울의 한강변에 늘어선 아파트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머지 한국의 아파트에 관한 논문을 썼고 이 책도 발간했다. 발레리 줄레조라는 이 여성 학자는 서구에서는 서민층들이 주로 모여 사는 획일적이고 집단적 주거양식인 아파트가 한국에서는 어떻게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대표적인 주택이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히 땅이 좁다는 말만으로는 그녀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 그녀는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는 고도성장시대의 중산층 형성의 논리가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고도성장시대를 거쳐 오면서 우리나라 아파트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했다. 첫째, 국민들의 주거수준을 양적, 질적으로 크게 향상시켰다. 둘째, 국민들의 부의 축적과 중산층 형성에 크게 기여했다. 셋째, 건설기업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1960년대 이후 50여 년 동안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에 아파트만큼 절대적 영향을 미친 존재는 아마 없을 것이다. 건설기업들은 국민들의 이러한 절실한 여망에 부응하여 아파트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것이 한순간에 정반대의 상황으로 변하고 말았다. 아파트는 이제 세 가지 측면에서 부담스런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첫째, 전 국토 및 도시의 아파트화가 가속되고 있으며 노후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다. 둘째, 아파트는 이제 부의 축적기능을 상실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산층의 몰락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미분양 아파트가 건설업체들의 경영부실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아파트를 많이 짓고 보유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에서 이제는 아파트에 묶인 가계와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국민 그리고 건설기업들에게는 아파트에 대한 공통된 믿음이 있었다. 아파트는 짓는 건설업체에게도, 소유하는 국민들에게도 모두 이익을 안겨주는 그런 것이었다. 국민들은 아파트 소유를 원했고,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건설을 서둘렀고, 정부는 아파트 공급확대 정책을 펼쳤다. 선거철마다 신도시건설이나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뉴타운 또는 재개발사업 등은 정치권의 단골 공약으로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180도로 변하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과연 무엇이 이런 상황을 유발하였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믿음의 붕괴이다. ''아파트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붕괴된 것이다. ''아파트는 다른 어느 상품보다 투자가치가 높다''는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려는 듯 아파트에 대한 믿음이 우르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믿음이 무너지고 나니 사람들은 갑자기 눈을 뜬 것처럼 그럴듯한 이유를 발견한다. 아파트가 너무 많이 공급되었고, 인구 및 가구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경제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져들어 아파트가 투자대상으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생각이 빠르게 확산되어 가고 있다.
믿음이 무너진 아파트는 갑자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아파트 공화국이 갑자기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당장 아파트 수렁에 빠진 하우스 푸어들과 미분양 건설업체들을 건져내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다. 이러다간 아파트 문제가 나라 전체의 경제를 곤란에 빠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고민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이제는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는 어떤 사업도 해법이 쉽지 않다. 신축은 물론 수많은 노후 아파트를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방안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모두가 사업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불도 꺼야 하지만 빠르게 늘어나는 노후 아파트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앞으로 5년 정도만이라도 새 아파트를 공급하지 않고 노후 아파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지 않는다면 온 국민의 주거의 질은 급속히 떨어지고 말 것이다. 온 도시 및 국토가 폐허 같은 아파트로 뒤덮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아파트 공화국의 고민,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풀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