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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정말 소중한 것은

보도일자 2013-02-15

보도기관 건설경제

‘모든 종교는 결국 사랑으로 귀착된다는데 그렇다면 왜 그토록 서로 싸우는 겁니까?’ 어느 TV 교양프로에서 사회자가 요즘 힐링 전도사로 유명한 혜민 스님에게 질문을 던졌다. 스님은 자신이 잘 아는 한 중국인을 예로 들면서, 그 사람은 티베트에서 이어지는 분신자살을 매우 안타까워했는데 그것은 오로지 거기에 그의 절친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혜민 스님은 ‘우리가 종교를 관념으로만 이해하면 싸우게 되지만 현실의 구체적인 관계와 실천으로 바라보면 결코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동양고전 <맹자>에 ‘소를 양으로 바꾸는 까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 어느 날 왕이 제사를 지내려고 끌고 가는 소를 보고 소 대신 양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 말을 들은 맹자는 백성들은 왕이 인색해서 그런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맹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것이 곧 인(仁)의 실천입니다. 소는 보았으나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군자가 금수를 대함에 있어서 그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나서는 그 죽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그 비명 소리를 듣고 나서는 차마 그 고기를 먹지 못합니다. 군자가 푸줏간을 멀리하는 까닭이 이 때문입니다.’

  <맹자>에 나오는 이 이야기는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측은지심으로 말하자면 소나 양이나 다를 바가 없다. 소를 양으로 바꾼 까닭은 소는 보았으나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보고’와 ‘안보고’의 차이가 왜 이토록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관계’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가족이든 친구든 우리는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 대하여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관계가 없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아무리 곤경에 처하더라도 대개 무관심하게 된다. 관계는 인간 삶에 있어서 이토록 중요한 것이다.

  신영복은 그의 저서 <강의>에서 우리들의 주변에서 차마 있을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자행되는 이유가 바로 이 관계, 즉 ‘만남의 부재’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한다. 식품에 유해 색소를 넣을 수 있는 것은 생산자가 소비자를 만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얼굴 없는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진 구조라고도 말한다. 관계가 없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전쟁이 더욱 잔혹해진 까닭이 바로 보지 않은 상태에서 대량 살상이 가능한 첨단무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우리는 바로 이 ‘관계’와 ‘만남’의 관점에서 오늘날 사회의 문제점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는 일회적인 화폐관계가 인간관계를 대체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지속적 인간관계가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람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보니 사람을 속일 수도 있고 사람에게 해로운 상품을 버젓이 팔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 모르는 가운데 물건을 팔고 상품을 거래하니 그것으로 인해 소비자가 입을 수 있는 피해 따위는 관심 밖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소비자의 신뢰를 잃고 결국에는 망해버리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수도 있다. 의식하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를 속여도 괜찮다는 생각이 점점 현실화되어 결국에는 기업을 망하게 만들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런 관점에서 건설산업을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감히 건설기업들에게 여기서 희망을 발견하라고 말하고 싶다. 흔히 건설산업을 ‘네트워크산업’이라 부른다. 관계와 만남이 필요하고 중요한 산업이라는 뜻이다. 건설산업은 제조업과 달리 그냥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산업이 아니다. 건설산업은 소비자의 요구와 주문을 받아 원하는 시설물을 지어주는 산업이다. 집을 한 채 지어 달라고 계약한 고객은 그 집이 완성될 때까지 자신의 생각과 요구를 말하고 또 그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본다. 건설기업들에게 과연 이것보다 소중한 가치이자 자산이 또 있을까. 고객이 눈앞에 있으니 그를 속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다. 발주자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니 그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현실의 적지 않은 건설기업들이 그러하지 못함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건설기업들은 지금 국민들이 신뢰하지 않는 대표적인 기업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설산업에서 그토록 중요한 관계는 연고주의라는 형태로 왜곡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건설기업들이 그토록 소중한 눈앞의 고객을 외면하고 가볍게 보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그들의 진정한 욕구를 직접 마주하면서도 제대로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 아닐까. 지난 고도성장기간 동안 넘쳐 나는 물량 속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가볍게 또는 일회성으로 생각하는 관행에 익숙해 져 온 것은 아닐까.

  바야흐로 건설산업은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건설기업들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건설산업이야말로 고객과의 만남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