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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나로호 발사 성공이 건설에 주는 교훈

보도일자 2013-02-26

보도기관 건설경제

3차례 실패 끝에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 로켓을 보면 국내 건설의 현실이 착잡해진다. 한국건설에는 실패 없는 성공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로호 위성 발사는 미래 개발을 위한 연구과제다. 연구과제이기 때문에 실패를 가 용납된 것인지 모른다. 건설은 물론 국내 산업 수준을 결정짓는 전반적인 연구(R)와 기술개발(D)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필자의 결론은 국내 건설에 ‘연구가 없다’이다. 오직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만 있을 뿐이다. 연구는 과학(S)이고 개발은 엔지니어링, 즉 기술(T)이다. 연구의 목적은 입력(input)을 만들어 내는 데 있다. 기술개발의 목적은 결과물(output)을 생산해 내는 데 있다. 입력 하나가 기술개발을 통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나로호는 다양한 소재나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입력 기반 제공 역할이 핵심이다. 나로호가 겨냥하는 상품시장은 연간 800조원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성공이 만들어 낼 무한한 시장이 있기에 정부나 국민 모두가 실패를 받아들이고 있는 게 아닐까?

눈을 건설로 돌려보면 연간 세계 건설시장은 6.5조 달러 수준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여 잠재 시장이 6,500조원이다. 나로호가 겨냥하는 시장의 8배 이상이다. 나로호 성공보다 기대 할 수 있는 시장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왜 연구와 기술개발이 부진한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

영국 상무성(OGC)은 투자사업을 관리하기 위한 사업관리지침은 결과물(output), 성과(outcome)와 이해득실(benefit)의 관계 정립에서 출발한다. 이를 건설에 적용해본다. 모든 건설공사는 반드시 교량이나 건물 등 결과물을 생산한다. 결과물 생산에 앞서 정부는 반드시 투자비 대비 성과를 분석 후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한국정부 공사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성과 분석과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즉, 성과 자체가 경제적 손익과 함께 사용자 편익 향상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서 영국정부와 큰 차이가 있다. 이해득실 계산은 건설공사가 준공된 이후에나 가능하다. 영국 정부공사 입․낙찰방식에서 최저가낙찰제를 없애고 최적가치낙찰제로 바꾼 것도 결과물 생산 목적보다 준공 후 이해득실 효과를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해득실은 계산에 의해 효과 검증을 할 수 없다. 사용 과정에서 평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득실 평가가 없는 공공공사 발주제도는 당연히 결과물 생산에 소요되는 최소 비용, 즉 최저가낙찰방식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국내 건설산업에서 나로호 발사와 같은 연구사업이 가능하지 못한 이유를 따져 본다. 국내 건설은 연구와 기술개발을 동일 시 한다. 동시에 투자비와 시간이 투입되는 기술개발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연구와 기술을 1:1로 보기 때문에 기술개발을 위한 연구만 존재 할 뿐이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기술개발 환경 때문에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거의 모든 연구개발사업이 상상보다 목적물 생산이 확실한 곳에만 투자한다. 연구개발 사업을 건설공사와 동일하게 보게 된다. 그 결과 새로운 기술보다는 이미 선진국이나 기업에서 상용화가 검증된 기술만 대상으로 삼는다. 창조적 기술보다는 검증된 기술을 복제 혹은 편집 기술개발에 투자를 하게 된다. 복제기술이 창조기술을 뛰어 넘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마이클포터 교수는 ‘06년도에 소득수준이 1만불을 넘어선 한국은 복제경제 시대가 끝났음을 경고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건설은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조차 총체적인 난국을 맞고 있다.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고유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국내건설에도 연구가 필요하다. 목적물 생산을 위한 결과물이 아니라 기술개발의 입력을 제공 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구는 과학이지 기술이 아니다. 국내에 학교나 연구소, 기업부속연구소는 많지만 순수 연구기관이나 과학자는 보이지 않는다. 연구는 연구기관 혹은 연구자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연구를 통해 공개된 지식을 기술이나 제품으로 연결시킨 기술개발은 독점적 소유권이 인정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연구에 막대한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는 연구 성과가 공유되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서양 속담이 있다. 한국건설에도 ‘연구는 공유, 기술개발은 독자적’이라는 캠페인성 개념 정립이 필요하다. 난국을 돌파하는 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는 것도 기술기반 없이는 불가능한 한낱 속어 일 뿐이다.

나로호 성공에 숨겨진 시장보다 건설은 훨씬 큰 시장을 갖고 있다. 건설을 울타리안의 기술로만 보지 말고 연구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