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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해외건설, 현지 경제발전의 조력자돼야

보도일자 2013-03-06

보도기관 건설경제

계속되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국내 건설 경기가 악화일로에 있다. 지난해까지 건설업체들의 버팀목이 되었던 4대강 공사를 끝으로 내수를 이끌 대규모 공공공사도 막을 내렸다. 이제는 정말 새로운 활로를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몇 년간 ‘신 성장 동력 모색’은 건설업체들의 화두가 되었고, 해외시장 진출은 대다수 기업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대안 중의 하나였다. 그 결과 근래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는 과거 어느 때 보다도 좋은 성과를 거두어 2010년에는 716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였다. 이후 2011년과 2012년에는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의 악화 속에서도 여전히 600억 달러 내외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제 3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해외건설의 눈부신 성장에도 불구하고 향후 해외건설 성장의 지속성(sustainability)에 대해 우려와 의문을 보내는 시각도 있다. 그 이유로는 중동과 플랜트에 편중된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 구조를 든다. 또 엔지니어링 특히 FEED(Front-End Engineering & Design) 분야에서의 역량 부족, 그리고 플랜트 프로젝트를 위한 원천 기술 부족 등을 꼽는다. 그러나 이런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 우리나라 해외건설이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과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해외건설’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는 종종 외화가득률이나 고용창출효과 또는 국산 기자재 수출 효과 등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해외건설을 하나의 수출로 보고 공급자의 입장에서 해외건설의 성과를 평가하고자 하는 것으로 ‘현지 생산’이라는 건설업의 특징을 간과한 지표들이다.

  자본이 투자되는 개발사업은 물론이거니와 도급 사업이라 할지라도 해외건설은 지역 의존적 생산이라는 특성에 따라 일정 부분 해외직접투자와 유사한 성격을 나타내게 된다. 현지에서 인력의 대부분을 직접 채용하고, 기자재를 동원하며, 현지의 법과 제도에 의해 규제를 받으며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외건설은 현지(local country)의 사회․문화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음과 동시에 현지의 사회․경제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현지국 입장에서도 외국 업체를 통한 건설사업도 자국민의 고용 창출, 자국 기자재 활용 등을 고려한다. 이와함께 해당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자국 경제로 얼마나 환원되는지 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글로벌화와 동시에 지역별 블록(bloc)화가 가속되는 현 상황에서 개도국들의 이러한 실리 추구 경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러한 경향이 짙어질수록 개도국 발주처들은 시공업체들에게 지분투자 등을 통한 보다 높은 수준의 참여를 요구할 뿐 아니라, 시공의 품질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가장 큰 실익을 제공할 수 있는 건설업체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변화는 해외건설도 이제 발주국과의 Win-Win전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임을 시사한다. 해외건설을 통해서 우리 건설업체가, 내 회사가 어느 정도의 매출과 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에서 벗어나 해외건설을 통해서 상대(국)에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인가까지 함께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요즘 TV를 보면서 흥미를 끄는 두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신들의 회사가 진출한 나라에 학교와 병원을 짓거나 유적지 보호를 위해 시설물을 세웠다는 식의 광고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달라고 광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수익을 내도록 해준 현지에 어떻게 환원했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최근 종종 소개되는 자영업자들의 성공 스토리로 소위 ‘대박’이 났다고 하는 가게의 사장님이 털어놓는 성공 비결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장님이 얘기하는 대박의 비결 행간에는 어떻게 하면 상품을 많이 팔고 큰 이익 볼 수 있을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을까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가지 얘기가 다소 차이가 있는 것 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함의하고 있는 바는 동일한 것 같다. 내 이익만 보지 말고, 상대의 이익도 배려하는 것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이익도 극대화시키는 Win-Win 전략이라는 것이다. 건설 산업은 특히 한 국가의 사회 기반 시설 구축을 담당하여 경제 개발의 근간을 이루는 산업이다. 이제 해외건설은 단순히 연초 수주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가 개도국의 경제 발전을 얼마나 지원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현지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기여하였는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야말로 우리나라 해외건설의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해외건설이 반도체나 조선 산업과 같이 글로벌 선도 산업으로써의 위상을 다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