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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멘트 산업의 위기

보도일자 2002-06-11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최근 주택건설이 활기를 띠면서 시멘트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6월 들어서는 가격 인상도 시도되고 있다. 라파즈와 동양에서는 이미 수요업체에 5% 내외의 가격 인상을 통보한 상태다. 관례로 보아 나머지 시멘트업체도 조만간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이다. 시멘트업계에서는 물류비 등이 인상되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수요자로서는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시멘트 산업은 수요 증가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전망은 그리 밝아보이지 않는다. 몇몇 대형 시멘트업체가 사실상 외국 기업에 넘어갔으며, 업계의 구조 조정도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결과적으로 시멘트업계는 IMF체제 이후 위기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멘트산업이 위기라고 한다면, 그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IMF환란 때문일까? 여타 업종을 살펴볼 때 반드시 그렇다고는 볼 수 없다. 아마도 시멘트산업의 위기는 업계의 구조 조정이 방치된 채 경쟁 제한 등과 같은 과점 시장의 폐단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시멘트산업은 핵심적인 경쟁력 제고를 외면한 채 보수적인 경영 행태를 고수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다. 경쟁 업종을 살펴볼 때, 철강업계의 기술 개발이나 마켓팅 전략은 눈부시다. 그동안 C형강 Stud를 비롯하여 가변형 벽체를 개발하고, 철골조 공동주택이 등장하고 있으며, 학교나 공공건축에서도 철골조의 바람이 거세다. 교량에서도 강교(鋼橋)의 채용이 확대되고 있다. 아스팔트콘크리트도 소성변형 문제를 해결하면서 콘크리트포장 시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업계의 대응은 매우 안이하다. 마켓팅 전략도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레미콘업계에서 시멘트의 일부 치환재로서 플라이애쉬(fly ash)의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정확치는 않으나 시멘트 수요의 5% 정도를 플라이애쉬가 잠식했다고 볼 수 있다. 시멘트업계는 이와 같은 절대적인 수요 감소를 방치한 채 판매 가격의 인상에만 매달려있는 경향이 있다.

만약 시멘트 업계에서 판매 가격의 인상에만 매달린다면, 수요자인 건설업체와 레미콘업체에서는 앞으로 글로벌 소싱(global sourcing)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웃 일본에서도 ‘공공공사 비용절감 대책(1998)'' 가운데 가장 강도있게 주장된 것이 자재의 글로벌소싱이다. 이를 위하여 일본에서는 해외건설자재 활용연락협의회를 설치하고, 시범공사를 통하여 해외 자재의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한편, 시멘트는 재화의 동질성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사성의 정도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특별히 자기 제품을 선전할 필요가 없고, 수요자도 굳이 어느 회사의 제품인가를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시멘트 업종의 광고가 미흡한 것도 그 이유이다. 레미콘공장에서 수 개의 회사로부터 시멘트를 공급받아 1개의 사이로에 저장하는 것도 아마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홍보 활동 및 품질도 가격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경쟁 요소이다. 그러나 현재 시멘트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도 미흡한 상태에서 비가격 경쟁은 거의 존재하고 있지 않다. 이에따라 품질 향상이나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도 게을러지게 된다. 지난 IMF체제 이후, 시멘트업체에서는 연구소를 거의 폐쇄하다시피 했다. 근본적으로 기술력에 의한 경쟁이 미흡하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멘트업계의 질적인 성장을 위하여는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적극적인 마켓팅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얼마전 테러에 의해 붕괴된 미국세계무역센터가 철골조가 아닌 RC(철근콘크리트)조였다면 어떠했을까에 대하여 연구하고, RC조의 우수성이 입증된다면 이를 시멘트 수요 확대 전략과 연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멘트의 수요 확대를 위하여는 레미콘 등 수요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시멘트 수요 업종은 영세하고, 기술개발에 대한 인식도 미흡하다. 따라서 시멘트 업계에서 레미콘이나 혼화제, 시멘트제품업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철강재의 수요 잠식에 대응하기 위하여는 고성능콘크리트나 무다짐콘크리트(self-compacting concrete) 등과 같은 콘크리트 제조 기술의 개발·보급이 요구된다.

IT기술의 발달에 대응하는 것도 시급하다. 제품의 생산·공급·판매의 e-business화, 생산시설의 자동화, 기술정보의 교류 등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폐기물의 재활용 등 원가 절감을 통하여 국제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시멘트산업은 21세기의 패러다임에 맞도록 산업 전반의 틀을 다시 구축해 나가야 한다. 방어적인 마켓팅에서 공격적인 마켓팅으로, 경쟁 제한에서 경쟁 촉진으로 산업 구도를 전환해야 한다. 새로운 물류 체계를 구상하고, 수요 확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