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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시론] ‘부동산 힐링’과 주택사업의 방향

보도일자 2013-07-05

보도기관 건설경제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부동산 힐링’이란 용어도 등장했다. 물론 사물인 부동산을 힐링하자는 뜻은 아닐 것이다. 무슨 뜻일까? 부동산으로 상처 입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자는 뜻일 것이다. 더 나아가 부동산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새롭게 하자는 뜻도 담겨 있을 것이다.

 부동산전문가 박원갑씨는 먼저 ‘부동산 광풍시대’라는 지난 10년의 특수상황을 담담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지난 2000년대에는 집을 산다는 것이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일종의 의무였다. 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 행위는 투기였을 뿐이다. 자고 나면 집값이 다락같이 오르는 상황에서 냉정함을 유지하기는 신이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날의 잘못 때문에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말라는 주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지나간 상처야 그렇게 다독거릴 수 있겠지만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의 말을 다시 요약해 보자. “우리가 부동산 때문에 불행하다면 그 이유는 가격을 ‘숭배’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진정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가격보다는 환경과 가치를 소비하는 삶이 돼야 한다. 그리고 투자를 하더라도 가격상승보다는 현금흐름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부동산 저성장시대에 부동산은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일 뿐이다.”

 새로운 환경에서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평상시 우리 인간의 삶이란 익숙한 것에 길들여진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그 익숙한 것을 의심하지 않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거기에 부응하여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게 최선의 삶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망치에 머리를 얻어맞은 듯 그런 생각에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실존철학자 하이데거는 이때 인간은 낯선 환경에 직면하여 ‘고통의 사유’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형성하고 더 본질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부동산 힐링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부동산 저성장시대에 직면하여 고통스럽지만 주택과 부동산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을 고쳐보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부동산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파트를 소유하기보다는 임차하여 살려는 사람의 비중이 증가하는 현상이 그중 하나다. 집을 살 만한 여력이 있는 젊은층들이 소유보다는 임대를 더 선호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도 있다. 아파트를 더 이상 재테크 수단으로 보지 않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등 주택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점점 재산증식 위주에서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누리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난 몇 년간 국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고통스런 사유가 주택을 투자가치의 수단에서 이용가치의 수단으로 바꾸게 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아파트 등 주택을 공급하는 건설업체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모르긴 몰라도 그들 역시 고통스런 사유를 하고 있을 것이다. 수요자들의 생각이 이렇게 바뀌어 가고 있는데 공급자들이 마냥 과거의 환상을 그리워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주택시장은 공급자 주도 시장에서 수요자 주도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때에 최선의 전략은 수요자들이 생각하는 관점을 직시하고 그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아파트 리모델링의 활성화를 위하여 수직증축을 허용했다. 사업성 제고를 위하여 가구수 증가 범위를 기존의 10%에서 15%로 확대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와 언론들은 늘 하던 버릇대로 이를 부동산 재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평가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이라는 호재를 만나 수도권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의 생각대로, 아니 기대대로 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다수의 수요자들이 소유보다는 이용가치를 중시한다면 수직증축이라는 고비용의 리모델링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설사 광풍처럼 리모델링 붐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것은 과거에 경험하였듯이 일시적인 거품이 될 확률이 높다. 결국 거기에 휩쓸린 수요자와 건설기업들은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주택 및 개발사업을 하는 건설업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힘들지만 고통스런 사유를 해야 할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얻게 될 때까지 좀더 고통의 사유를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사유의 준거 틀은 소비자들의 잠재된 욕구다. 주택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 답을 얻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비싼 주택이 아니라 보다 값싸면서 양질의 주거 서비스를 누리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여기에 부응하는 업체들은 생존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과거처럼 부동산 경기에 편승하여 사업을 하려는 업체들이 설자리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