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시론] 기업은 왜 실패하는가

보도일자 2013-09-23

보도기관 건설경제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기업의 라이프사이클을 설명하는 이론에 따르면 기업도 탄생(창업)→성장→성숙→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기업의 이 과정, 즉 일생은 생각만큼 그리 길지가 않다. 세계적 우량 기업조차 평균 수명은 40∼50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장수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실패하는 것인가?

 기업이 실패하는 요인을 들자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자주 거론되는 것만 열거해 보아도 매출 부진, 대금 회수 부진, 방만 경영, 거래기업 도산, 재무관리 실패, 투자 실패, 적자 누적 등 실로 다양하다. 실제 기업들은 이 중 어느 한 가지 요인만으로 실패하지는 않는다. 주된 요인이 있고 부수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연관된 요인들도 있다. 그러므로 어느 한 기업의 실패를 단정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패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앞서 열거한 요인들 중에서 매출 부진, 대금 회수 부진, 거래기업 도산 등은 외적 요인에 해당될 것이다. 이에 비하여 방만 경영, 재무관리 실패, 투자 실패 등은 내적 요인에 가까울 것이다. 그리고 적자 누적은 외적 요인 또는 내적 요인이 함께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기업의 실패는 바로 이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의 동시 또는 누적적 작용에 따른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급격한 경기 침체와 같은 외적 요인이 발생하면 기업은 부도를 맞는 등 실패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모든 기업들이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외부의 위험에 잘 대비하는가에 따라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업 실패에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다른 말로 기업이 경영의 실패에 이르지 않으려면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 중 어느 쪽을 더 중시해야 할까? 그러나 이것은 어리석은 질문이다. 당연히 둘 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 두 요인의 특성이 다를 뿐이다. 외적 요인은 말 그대로 기업이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기업은 외적 요인에 대해서는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기업의 이러한 경영 능력을 리스크 관리라고 부른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에 대비하는 필수적인 경영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은 오직 내적 요인만을 통제할 수 있을 뿐이다. 따지고 보면 리스크 관리 등 외적 위험 요인에 대비하는 기업의 경영 행위들도 다 실패 가능성을 줄이려는 내적 요인의 행위들이다. 이런 측면에서 어떤 외적 요인에 의한 기업의 실패도 내적 요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어떤 경영자도 자기 기업의 실패를 전적으로 외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기업이 실패에 이르는 길에서 내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기업 실패를 내적 요인으로 설명하는 흥미로운 가설이 있다. <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 짐 콜린스는 기업 실패의 이유를 내적 요인에 맞추어 동태적 과정으로 설명한다. 그는 이를 몰락의 5단계라 부른다. 제1단계는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이다. 성공은 일시적이고 운이 따라야 하는데 성공에 도취되어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성공은 영원할 것이라 믿는 것이다.

 제2단계는 원칙 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이다. 사업 규모 확대와 양호한 사업 성과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지나친 나머지 탐욕이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 제3단계는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이다. 긍정적인 징조는 확대하고 부정적인 징조는 축소하면서 실증적인 증거 없이 과감한 목표를 세우고 크게 투자하며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제4단계는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계이다. 과감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전략, 급격한 전환, 드라마틱한 변혁, 판을 뒤집을 합병, 사태를 한 방에 해결할 묘안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위기에서 구원해 줄 구원투수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 마지막 제5단계는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이다. 적자가 누적되고 더 이상 회생의 길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상에서 소개한 짐 콜린스의 기업 몰락의 5단계는 위대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반드시 위대한 기업에게만 국한되는 스토리가 아니다. 한때 성공의 가도를 달린 적이 있지만 지금은 어려움에 처한 모든 기업들에게도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같은 이유로 한때는 잘 나갔지만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수많은 건설기업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지금 위기에 처한 건설업체라면 짐 콜린스의 이 가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실패를 유도하는 외적 요인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기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성공이 지속되는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내부를 챙기고 다독거리며 전진하는 일 뿐이다. 그리고 실패의 위기가 눈앞에 닥쳐와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