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언론기고

건설업계 대사면 취지 살리기를

보도일자 2016-04-21

보도기관 아시아경제

건설업계가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설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사면 이후 입찰담합 근절을 위한 자정 노력을 추진해오던 중에 10년 전에 이뤄진 입찰 건에 대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하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정부는 2013년 말에서 2015년 초반까지 집중적으로 적발된 건설공사 입찰담합으로 인한 건설기업의 영업정지 및 입찰참가자격제한에 대하여 특별감면 조치를 단행했다. 이는 입찰참가자격제한으로 인해 국책 건설사업에 있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와 해외건설 수주에의 타격이 우려되어 이뤄진 조치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수년이 지난 입찰담합 건에 대한 조사를 지속해오면서 올해 들어서만 소양강댐 수문설치공사, 양산 환경시설공사, LNG생산기지 건설공사 등 2011년과 그 이전에 발주되었던 공사에서의 입찰담합을 한 달에 거의 한번 꼴로 적발,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 8월에 단행한 대사면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다. 대사면으로 건설업계가 그동안의 입찰담합 등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산업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되도록 유도해야 할 관련 정부 부처가 사면의 취지와는 다르게 과거의 입찰담합 사건을 적발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는 가격중심의 입·낙찰제도 개선 및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의 도입, 입찰담합징후시스템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입찰담합 근절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2015년 한 해 동안 국회 및 건설단체, 법 관련 학회 등에서 다양한 입찰담합 근절대책 및 기업 차원의 준법 및 윤리경영 확산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정책 및 제도 개선과 각종 논의가 건설산업 내 정착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적발과 행정제재를 책임지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행보는 아쉽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과 제재를 가하는 것이 기관 고유의 업무라 하더라도 건설산업이 새롭게 태어나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힘을 실어주는 역할 수행 또한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물론, 입찰담합이라는 시장거래질서를 저해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다. 그리고 입찰담합 근절을 위하여 제재를 강화하고, 예방 및 적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찰담합의 적발 및 처벌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정경쟁 유도를 통한 국가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는 것이라 할 때 현재와 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획일적인 조사 및 제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건의 공사에 대하여 수천 억원이 넘는 막대한 규모의 과징금을 일시에 부과한다면 업계들의 반발은 차지하더라도 모든 개선 노력들에 대한 의지와 실행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입찰담합이 발생한 시기의 정책·제도적 여건, 건설업계의 자정 노력, 지난해 건설업계 대사면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징금 산정에 있어 탄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또한, 반드시 과거의 입찰담합 사실을 적발하고, 제재를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면 그 조사 및 제재의 방식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영국이 2009년, 과거의 수많은 건설공사 입찰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던 담합 건들에 대해 일괄 조사하고, 종합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건설산업의 입찰담합 문제는 정부부처 일방의 통제와 제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건설기업들의 자정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입찰담합 행위에 대한 제재는 그 실효성에 바탕을 두고 신중하게 실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