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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건설업 등록제도 전면 손질해야

보도일자 2017-05-18

보도기관 건설경제

건설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30여개 업종별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정한 기술인력과 자본금, 기계장비, 사무실 등을 갖추고 등록해야 한다. 얼핏 보면 등록 제도가 잘 구비되어 있으나, 시장에서는 페이퍼컴퍼니가 존재하고, 업종 간 갈등도 끊이질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건설업종 구분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문건설업종 가운데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있는데, 이는 외국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업종이다. 외국 사례를 보면, 건축이나 토목 혹은 콘크리트, 방수공사업 면허 등을 가지고 시설물 유지관리 공사를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식적으로도 교량이나 터널의 유지관리주체로는 해당 공사의 시공 경험이 있는 업체가 적합하다. 단순한 균열 보수뿐만 아니라, 구조역학적인 거동을 관찰하고 사전적인 보강 대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공사 유형과 업종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아 시설물유지관리업이 등장했고, 그 결과 업종 간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관(plumbing)공사업도 국내에서는 기계설비, 가스, 상하수도설비, 난방공사업 등으로 다기화되어 있다. 철강재 공사도 강구조물, 철강재설치, 삭도, 철도궤도 등으로 다기화되어 있다. 상하수도는 건설공사의 유형이며, 이를 전문건설업종으로 구분하는 국가는 흔치 않다. 그러한 논리라면 터널이나 교량공사업도 신설해야 한다.

조경(landscaping)공사도 외국에서는 단일화된 업종만 존재할 뿐, 우리나라처럼 조경식재나 조경시설물공사업을 두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실내건축공사업도 외국에서는 내장마감이나 목공사업(carpentry)으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실내건축공사업 면허를 가지고 미장, 도장, 조적, 창호 등도 관여한다. 그 때문에 건축공사업 등 여타 업종과 분쟁이 발생하게 된다.

다가구 주택 등을 시공하는 주택건설업도 주택법에서 기술자 요건 등을 두어 별도의 시공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그 때문에 주택 분야의 시공 자격이 이원화되고, 건축주의 위장 직영을 통한 불법 도급이 증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대부분 건설업종으로 분류하고 있는 소방공사업, 전기공사업, 정보통신공사업 등을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업종에서 제외하고 있는 문제점도 있다. 또, 건설업 면허가 명확지 않다 보니 유사 건설업종도 난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림법에서는 ‘산림조합’에 임도(林道)나 사방(砂防) 사업을 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건설업법 규정을 보면, 임도나 사방시설 등의 산림토목이나 놀이시설 설치공사 등을 건설업자가 수행해야 할 업무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결국 건설업종 간 갈등을 해소하려면 가장 먼저 다기화된 건설업 면허 체계를 통합하고 업종 분류부터 개선해야 한다. 또 업종 간 역할을 명확히 하여 분쟁 요인을 제거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일본의 건설업법을 보면, 도로 하부의 하수도 배관이나 하수처리장의 부지조성공사, 농업용 수도, 관개용 배수시설 등은 ‘토목일식공사’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면허나 등록 단계에서 검증이 부실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국내의 건설업 등록 요건을 보면 단순히 국가기술자격 취득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일본의 기술자 요건은 해당 학과를 이수한 후 허가를 받으려는 업종과 관련있는 건설공사에서 5년 이상 실무 경험을 요구한다. 또, 경영임원도 건설업종에서 7년 이상 경영관리 책임자로서 실무 경력을 요구한다.

일부에서는 영국이나 프랑스 등의 사례를 들어 건설업 면허제도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의 컨스트럭션라인(Constructionline)이나 프랑스의 FNTP 또는 QUALIBAT과 같이 사전자격심사 기구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도 입찰 참여 희망자는 사전 등록을 의무화하고 있다.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할 때, 부실한 건설업체의 난립을 방지하려면 등록 단계부터 대표자나 기술자에 대한 자격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실공사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 자는 건설시장에서 과감하게 퇴출해야 한다. 해당 협회 등에서 건설기술이나 법령 교육을 이수한 후, 신규 등록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기술자나 자본금 등 등록 요건이 높다는 주장도 간과할 수 없다. 다만, 단순히 등록 요건만을 낮출 경우 입찰용 회사가 난립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공공공사 입찰에서 시공실적이나 기술자에 대한 선별 기능을 강화한 후, 등록 요건을 낮추는 것이 합리적이다. 업체 규모에 맞게 도급 상한이나 하한 제도, 그리고 등급제한입찰을 정비한 후 등록 기준을 손질할 수도 있다. 이러한 등록 제도의 개선을 통하여 건설업종 간 소모적인 갈등을 축소하고, 건설산업 혁신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