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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공공건물부터 리모델링하자

보도일자 2001-07-31

보도기관 건교신문

최근 건물 리모델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은 노후화된 건물의 구조나 기능 또는 미관 등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경제적 가치를 제고시키는 건설활동이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사용 가능한 재고 건물의 유지·관리와 성능향상에는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아 자원낭비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해 왔다. 21세기를 맞아 기존 건물의 리모델링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리모델링의 필요성은 민간건물뿐만 아니라 공공건물에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1998년 현재 중앙 및 지방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건물은  1,970여 만평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 건물들은 대개 공간 활용도가 매우 낮다. 도시지역 공공건물 중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용적률의 30%를 넘기는 건물은 7%내외에 불과하다. 그만큼 수익성 개념이 부족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 건물중 상당 부분은 노후화되어 사무 또는 이용환경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이러한 건물들은 관리비가 과다 소요되고 에너지 효율성도 떨어진다. 다중이 이용하는 일선기관 건물일수록 노후화 정도는 심한 편이다. 그나마 힘있는 기관들은 번듯한 신축청사를 마련해 나가는 데 반하여 예산이 많이 소요되는 정부부문들은 새롭게 늘어나는 신축수요에 부응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학교건물이다. 아직도 많은 학생과 선생님들은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기는커녕 안전상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신축활동외에 기존건물에 대한 대책은 거의 세우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축만을 통하여 공공건물 수요를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모델링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선 신축에 비하여 예산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그리고, 창의적이고 세심한 기획·설계를 하는 경우 신축건물에 못지 않게 활용도를 높이고, 각종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된 공공건물을 체계적으로 유지·관리하고, 기능을 향상시켜 이용 및 경제적 가치를 높여나가는 것은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정부 스스로 리모델링을 통하여 자원낭비를 방지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은 민간부문을 선도하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공공건물의 리모델링을 위한 종합계획을 세우고 내년부터 예산을 반영하는 등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건물의 성능개선에 매년 약 80억 달러를 투자하여 50만개에 이르는 공공건물을 연차적으로 리모델링해 나가고 있다.  

공공건물 리모델링 계획 수립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예산 낭비를 방지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공공건물 리모델링 추진절차를 보면, 해당부처의 요구수용 → 예비타당성 조사 → 설계 → 시공 → 사후평가 순으로 진행된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을 활용해야 한다는 제약요인이 있기 때문에 창의력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공간이 부족해서 신축이나 증축을 한다는 생각을 벗어나서 건물의 질적인 성능과 가치를 향상시킨다는 관점이 중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기획 및 설계가 시공과 효과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발주방식의 다양화를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신축의 경우보다 높은 설계비를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획과 설계를 제대로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공비용을 절약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정부의 공공건물에 대한 리모델링 추진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건설경기의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리모델링은 일시적으로 요청되는 활동이 아니므로 지나치게 경기적 측면만 부각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설업계로 하여금 급증하는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찾아나가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