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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2019년 SOC 예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도일자 2018-04-11

보도기관 경기일보

지난 3월 말에 정부는 2019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규모는 올해 429조 원보다 약 5.7% 늘어난 453조 원 규모의 슈퍼예산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SOC 예산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완공 위주로, 중점 투자사업 위주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신규보다는 노후 시설물 개선, 양적인 투자보다는 질적인 기능개선이나 혁신성장 관련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한다.

정부 지침대로라면 SOC 예산은 내년에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올해 SOC 예산은 당초 17조 7천억 원으로 편성되었다가 국회 심의과정에서 19조 원으로 증액되긴 했지만, 작년대비 14%나 줄어든 액수였다. 정부의 중기(2017-2021) 재정계획대로 SOC 예산을 연평균 7.5%씩 줄인다면 내년 SOC예산은 17조 원에 그치게 될 것이다.

전체 예산은 6∼7%씩 늘어나는데, SOC예산은 두 자릿수의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지예산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고 한다. 한정된 예산의 배분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SOC 예산이 뒤로 밀려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도 원인이겠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SOC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충분한지 부족한지는 어떤 지표로 평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 길이로만 보면 OECD 국가의 상위권이다. 분모인 국토면적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를 기준으로 하거나 도로ㆍ철도가 감당하고 있는 승객이나 화물 수송량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OECD 국가의 하위권이다. 평가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온다.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SOC 투자가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있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OECD 국가 사례다. OECD 국가는 국민소득 1만 5천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GDP 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줄었다.

하지만 OECD국가의 건설투자 비중은 3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줄기는커녕 더 늘었다. 그 이유는 기존 인프라 시설의 노후화로 유지보수 비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지금부터 1970∼1980년대의 압축 성장기에 집중투자한 SOC 시설의 노후화를 개선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OECD 국가의 평균이 아니다. 세계 2위의 인프라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나라를 눈여겨봐야 한다. 싱가포르의 국민소득은 5만 달러를 넘지만, 지금도 인프라 투자를 줄이기는커녕 대폭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국토면적은 서울보다 조금 더 넓은 수준이지만, 2017년에 GDP대비 4.4%가량의 공공 인프라 지출이 이루어졌다. 2020년에는 GDP대비 6%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 건설투자액이 2017년에 GDP대비 1.5% 수준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된다. 싱가포르에는 지금도 진행 중인 공항, 항만, 고속철도 등 초대형 건설프로젝트가 많다. 2030년까지 지하철 노선을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있다.

싱가포르가 SOC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SOC가 부족해서도 아니고, 국민소득이 낮아서도 아니다. 글로벌 허브 국가로서의 지위를 확고하게 굳히고, 경제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SOC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내년 SOC 예산의 과부족을 논하기에 앞서 SOC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