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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적정 인프라투자는 GDP 대비 3% 이상이다

보도일자 2018-04-18

보도기관 건설경제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높았다. 3월 실업자 수는 작년에 비해 12만명이나 늘어났다. 최저 임금 상승 등의 여파로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 수도 줄었지만, 부동산업 취업자 수도 무려 3만명이나 줄었다. 일자리 창출을 핵심적인 경제정책 목표로 내걸었던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일자리 창출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지역균형 발전, 소득격차 해소와 같은 경제정책 목표는 어느 것 하나 인프라 투자 확대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축소지향적이다. 건설노동자에게 ‘적정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처럼, 건설업체에게는 ‘적정 공사비’를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정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적정 인프라 투자’ 규모가 얼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지난 3월말에 정부는 2019년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했다. 내년 예산규모는 올해 429조원보다 약 5.7% 늘어난 453조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SOC예산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면 완공 위주로, 중점 투자사업 위주로 지원하고, 신규 보다는 노후 시설물 개선, 양적인 투자보다는 질적인 기능개선이나 혁신성장 관련 분야에 중점 투자하겠다고 한다.

만약 당초 정부의 중기(2017-2021) 재정계획대로 SOC예산을 연평균 7.3%씩 줄인다면 내년도 중앙정부의 SOC예산은 17조원에 그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체 인프라 투자액은 중앙정부의 SOC예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 공기업 및 민자사업법인(SPC)의 투자액까지 다 포함해야 한다. 이들을 모두 합하면 올해 인프라 투자액은 약 39조원, 내년에는 약 37.5조원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KDI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내생적 경제성장 모형’에 따르면, 2018∼2021년까지 연간 경제성장률을 3.0%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48∼57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보다 연간 최소 10조원 이상의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GDP는 약 1,700조원이었기 때문에 연간 GDP 대비로는 3%(약 50조원)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 GDP 대비 인프라 투자비율은 작년에는 2.4%, 올해는 2.2%를 기록하다가 내년부터는 2.0%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전체 예산은 해마다 6∼7%씩 늘어나는데, 유독 인프라 투자만 줄이겠다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지예산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다. 한정된 예산의 배분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낮은 SOC예산이 뒤로 밀리다 보니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예산 부족 탓에 그런 면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인프라 충분론’은 허상에 불과하다.

양적인 측면에서 인프라 스톡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상반된 결론이 나온다. 단순히 국토면적당 도로나 철도연장으로만 보면 OECD국가 중 상위권이지만, 인구밀도를 반영한 국토계수당 기준으로 보면 하위권이다. 인프라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면 더더욱 충분하다는 평가를 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9%수준이지만, 누수율이 40%를 넘는 지자체도 있다. 국민소득 수준이 증가할수록 인프라 투자가 줄어든다는 이른바 ‘역 U자 가설’도 사실과 다르다. OECD국가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서면서부터 유지보수 수요의 급증 등으로 인프라 투자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인프라 수요까지 감안한다면 우리 인프라가 충분하다는 주장은 더욱 수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5년까지 해마다 3.7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인프라 경쟁력 2위로 평가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2017년에 GDP 대비 4.4%였던 인프라 투자규모를 2020년에는 6%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 싱가포르는 공항, 항만, 지하철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와 연결되는 고속철도 투자까지 한창 진행하고 있다. 미국도 1.5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유럽도 융커 플랜에 따라 2020년까지 5,000억유로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실행할 계획이다. 이같은 글로벌 인프라 투자동향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GDP 대비 2.0%도 안되는 저조한 수준의 인프라 투자가 지속된다면 선진국과 인프라 격차가 심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와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다.

향후 5년간 50조원 규모의 추가적인 인프라 투자가 실행될 경우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대단히 크다. 연평균 1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고, 경제성장률도 0.6%p까지 높일 수 있다. 지역균형 발전과 소득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GDP 대비 3%이상의 적정한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지면 정부의 경제정책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