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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미국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대통령의 계획안

보도일자 2018-05-14

보도기관 건설경제

올해 2월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1조 5천억달러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의 반응은 냉랭했다. 미국의 전문가나 언론 및 건설업계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유는 많다. 1조 5천억달러 중 마중물 성격의 연방정부 재원은 2천억달러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주정부 및 지방정부와 민간부문의 투자로 추진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한다. 인프라 재구축을 위해 필요한 구체적인 투자재원 확보계획이 없기 때문에 ‘공수표’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또한 막대한 재정적자를 떠안고 있는 미국 정부가 재정악화를 무릅쓰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실행하리라는 기대감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게다가 지금의 미국 경제는 실업률이 낮고 호황국면이 지속되고 있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도 낮다고 한다. 이같은 비판은 상당부분 수긍할만 하다. 하지만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필요성은 모두가 인정하면서 투자재원 조달방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대통령의 계획안(2018.2)>이란 제목의 연방교통부(US DOT)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계획안을 좀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연방정부 재원 2천억달러를 포함한 1조 5천억달러라는 인프라 투자규모가 아니다.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접근방법과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중요하다. 이 보고서는 인프라 실태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하여 핵심 투자지역과 프로젝트 발굴 및 혁신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미국 고속도로 정체의 심각성, 공항이나 항만의 노후화 등과 같은 인프라 시설의 문제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숱하게 지적되었다. 오랫동안 인프라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진 인프라를 방치하다 보니 심각한 정체 현상과 교통비용 상승을 초래했고, 그 결과 국민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국가경쟁력의 약화와 경제성장의 둔화를 야기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이제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정책과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때라고 선언하면서 새로운 인프라 정책과 제도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첫째,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연방정부가 미국의 주정부나 지방정부만큼 지역의 인프라 소요를 잘 알기 어렵기 때문이며, 연방정부는 지원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주력하겠다고 한다.

둘째, 민간부문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것이다. 캐나다, 호주, 유럽, 중남미 등은 지난 5년간 1,400억달러 이상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인프라에 투자했다. 하지만 미국의 혼란스럽고 복잡한 연방규칙과 규제는 민간투자 의욕을 저하시켰고, 혁신적인 파이낸싱 기법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인프라의 설계-시공-운영 및 유지관리에도 시장원리(market discipline)를 적용하여 혁신과 고품질 서비스 제공 및 생애주기비용의 효율적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민간투자의 장애요인을 제거할 것이다.

셋째, 농촌지역의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미국의 농촌을 광범위한 교통시스템을 통해 연결함으로써 지역 산업과 경제성장을 지원하고, 운송비를 낮추고 관광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넷째, 혁신적인 인프라 기술의 개발과 활용을 지원할 것이다. 자율주행차나 무인항공기와 같은 새로운 교통기술은 교통시스템의 획기적인 개선을 초래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방정부는 혁신적인 교통기술의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다섯째, 법·제도 개선과 규제개혁으로 인프라 시설의 조달시기를 앞당길 것이다. 전통적인 설계-시공 분리발주보다 일괄발주(Design-Build) 방식을 활성화하고, 사업의 인허가 및 승인절차나 환경영향평가 절차와 제도의 개선 등도 병행할 것이다.

이처럼 <미국 인프라 재구축을 위한 대통령의 계획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포괄적이다. 특히 인프라에 1조 5천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것보다 ‘혁신과 투자의 장애물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더 중요한 내용이다. 만약 우리가 국가인프라계획안을 작성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다.

인프라 실태조사는 지난 1년간 건산연에서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결과가 있다. 지역별로 투자를 필요로 하는 1,244개(약 442조원) 프로젝트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역인프라에 대한 투자활성화를 저해하는 법·제도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과세자주권 확보를 비롯하여 지자체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올해초에 발표했던 중앙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축소조차 아직 실행되지 않고 있다. 경제성평가 중심의 비용/편익 분석도 개선이 필요하다. 민간투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제도개선은 더욱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공사발주 및 입낙찰제도의 개선과 적정공사비 확보가 이루어져야 고품질의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신적인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 이런 내용을 모두 담은 국가인프라계획안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도 ‘대통령의 계획안’을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