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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신도시개발 패러다임 바꿔라

보도일자 2002-09-06

보도기관 한국일보

신도시 개발 논의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특별히 ''강남수준의 신도시''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붙어 있다. 세간에서는 벌써부터 신도시 개발 후보지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는 좀 다르다. 신도시라는 것이 물론 입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결국은 입지보다는 개발의 내용과 방법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신도시처럼 베드타운형의 신도시일 경우 서울에서 보다 근접한 위치가 유리할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전체의 균형적인 개발을 위해서라면 서울에서 다소 멀더라도 새로운 기반시설과 자족기능을 갖춰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작 관심을 두어야 할 점은 과연 신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느냐는 것이다. 일단 지난 신도시 개발의 경험을 되새겨 보면 도로는 물론 신도시 내·외부의 각종 기반시설에 대한 확충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92년 신도시 입주 초기, 지하철 개통이 늦어져 서울로 출퇴근에 큰 애로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가 제 때 개교하지 못한 일, 주변에 상가입주가 늦어져 일상적인 주거에 불편을 주었던 일들까지 입주자들의 애로가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에는 최소한 이런 일들을 반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다음은 어떤 주택으로 신도시를 채우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고층 아파트 일색이 신도시의 일관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부터 개발하는 신도시는 입주 시기를 고려하면 향후 10년 이후의 주택수요와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획일적인 아파트를 선호할까? 주거지 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주거지는 소득계층별로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정책입안자의 입장에서 저·중·고밀도를 적절히 나누고 소득계층도 골고루 포함시키는 그런 개발계획은 이제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떠한 계층의 사람들, 어떤 주택수요를 가진 사람들을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신도시가 풀어야 할 숙제는 입지선정보다 지금의 신도시 개발방식에 대한 각종 제도와 법규정을 손보는 일이다. 현재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과거 대규모의 표준화된 주택공급에 적합한 기준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택수요가 다양해진 만큼 이러한 획일적인 기준들의 수정이 필요하다. 또한 주택의 외형이나 단지구성도 다양한 설계공모를 통해 민간의 창의를 마음껏 담아낼 수 있어야겠다. 신도시의 매력은 바로 백지위에 무엇이든지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다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직막으로 간곡한 바램은 이번 신도시 개발은 제발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되지 않아야겠다. 정말 살기 좋은, 아니 가서 살고 싶은 신도시가 건설된다면 기꺼이 기다려 줄 수요자들은 많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