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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게임이론과 입찰제도

보도일자 2003-01-21

보도기관 한국건설신문

1980년대 이후 크게 발전한 게임이론은 경제현상을 참가자간의 게임으로 간주해 이들의 전략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이 게임이론이 가장 잘 적용될 수 있는 분야의 하나가 입찰제도이다. 입찰이란 것이 기본적으로 발주자와 입찰자간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이란 알고 보면 시장참여자들의 극히 상식적인 행태를 체계화한 것에 불과하다. 이런 게임이론의 시각을 통해 보면 현행 공공공사 입찰제도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내쉬(Nash) 균형과 낙찰하한선

영화 ‘뷰티풀마인드''에서 그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던 내쉬(Nash)는 게임에 임하는 참가자들의 전략이 균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여기서 균형이란, 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참가자가 선택한 전략이 각 참가자에게 최선이 되어 다른 전략으로 수정할 유인이 없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Nash의 균형전략은 언뜻 복잡한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 일반인들은 이 전략을 택하고 있다. 전형적인 예가 낙찰하한선이 설정된 적격심사제 하에서의 입찰전략이다. 낙찰하한선이 설정된 경우 유일한 Nash균형전략은 모든 입찰자들이 낙찰하한선에 투찰하는 것이다. 공사수주를 목표로 하는 이상 낙찰하한선 이상의 가격으로 투찰하는 입찰자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실제 입찰결과도 이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단지 현행 입찰제도는 모든 입찰자가 낙찰하한선에 투찰하는 어색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하여 공사예정가격 자체를 추첨에 의하여 결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추첨에 의해 낙찰자를 선택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추첨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된다면 도대체 왜 입찰이라는 방식을 이용해 공사수행자를 결정하는가? 입찰방식을 사용해 공사수행자를 선정하는 이유는 발주자보다는 입찰참가자가 공사정보면에서 우위에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사실 발주자보다 건설업체가 공사비의 산출을 더 잘할 것은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발주자가 낙찰하한선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일 수 있다.

입찰방식은 기본적으로 입찰자들이 자신들의 정보(공사비 산출액)를 발주자에게 들어내 보이도록(reveal) 유도하는 메카니즘이다. 만약 발주자가 입찰자보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발주자는 입찰이라는 방식을 사용하기보다는 적당한 업체를 물색해 적정가격에 공사를 맡을 의향이 있는 지를 탐색해나가는 소위 ‘받든지 말든지(take it or leave it)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정부는 낙찰하한선을 설정하는 이유로 ‘저가낙찰로 인한 부실시공 방지’를 들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적정가(또는 고가)낙찰이 적정시공으로 이어지는가? 입찰현실을 단순화해 생각해 보자. 발주자가 제시할 수 있는 가격전략이 저가와 고가 두 가지가 있고, 입찰자의 전략이 적정시공과 부실시공 두 가지가 있다고 가정해보다. 이 경우 Nash균형은 저가낙찰과 부실시공의 균형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 보면 자명해진다. 일단 공사를 수주한 입찰자는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하여 부실시공을 하려 할 것이고 이를 예상하는 발주자는 공사비를 저가로 책정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정한 것처럼 입찰게임이 1회에 그칠 때 발주자가 논리, 즉 저가낙찰의 경우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고가를 제시해야 한다는 논리는 여기서 먹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입찰자입장에서 더 이상의 파이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미래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적정시공을 유도하는 전략

저가낙찰과 부실시공의 악순환고리를 어떻게 끊는 것이 합리적일까? 먼저 감리·감독의 강화를 들 수 있다. 감리·감독이 완벽하게 운용될 수 있다면 소위 ‘제값받기 수주’와 ‘적정시공’의 균형은 달성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한 감리·감독을 위해서는 감시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업체 스스로 적정시공을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공사입찰이라는 것이 한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번 수행한 공사의 사후평가가 엄정하게 실시되고 추후의 공사입찰시 피드백되는 경우 부실시공에의 유혹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입찰게임이 1회에 그치지 않고 반복될 때 ‘고가발주’, ‘적적시공 전략’이 균형잡히게 하기 위해서는 평판효과(reputation effect)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즉 건설업체가 자신의 높은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는 입찰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현재 수주한 공사를 잘 수행할 경우 또 다른 공사를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데 어느 업체가 부실시공의 유혹에 굴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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