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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국제유가 오르면 해외건설 수주도 늘까?

보도일자 2018-10-15

보도기관 건설경제

최근 국제유가가 4년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세계경제 회복세의 지속과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등으로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면서 한 때 배럴당 30∼4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유가가 지금은 70∼80달러 수준으로 올랐다. 조만간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국제유가 상승은 해외건설 수주확대를 가져왔다. 우리 해외건설에서 지역적으로는 중동, 공종으로는 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단히 컸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중동 국가들이 인프라를 비롯한 건설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에 따라 우리 해외건설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금까지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신통치 않다.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2010년에 716억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015년에는 461억달러, 2016년에는 282억달러로 급격하게 줄었다. 작년에는 290억달러로 약간 반등하는 듯했지만, 올해는 10월 8일까지의 수주실적이 223억달러에 그쳤다. 기대를 모았던 중동시장의 수주액은 75억달러로 작년 동기(96억달러) 대비 20%나 줄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2010년대 초반에 과잉 수주와 저가 수주 여파로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제서야 가까스로 기존의 부실사업장들을 정리하고 수익성 위주의 선별수주 관행이 정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중동시장에서 갑작스레 발주가 늘더라도 2010년대 초반처럼 또다시 저가 수주를 늘릴 것 같지는 않다.
해외건설시장의 발주형태 변화도 원인이라고 한다. 시공자 금융제공 방식 내지 민간투자사업(PPP) 방식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의 금융제공 역량이 중요하고, 과거와 같은 단순도급공사의 수주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같은 발주형태의 변화는 이미 10년 전, 20년 전부터 있었다. 새삼스럽게 지금 당면한 변화라고 지적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지금은 그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글로벌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디지털 설계의 확산과 시공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의 적용 확대, 건설정보모델링(BIM)의 활용 확대, 현장시공을 대신한 공장제작 및 조립 방식의 확대, 건설현장의 자동화와 로봇 활용 확대 등이 전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의 모습이다. 또한 BIM이라는 공통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통합 프로젝트 발주방식(IPD)’이나 시공 이전(pre-con) 설계단계부터 건설업체가 참여하는 방식(CM/GC)과 같이 설계와 시공의 협업 내지 융합을 요구하는 발주방식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은 플랜트사업에서는 오랫동안 ‘설계-구매-시공(EPC)’을 일괄 수행해 왔다. 하지만 토목이나 건축사업은 국내에서 설계 따로 시공 따로 칸막이가 있었기 때문에 설계와 시공을 통합한 서비스 제공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제는 건설업체가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강화하여 시공 이전 단계부터 참여하거나, 설계·엔지니어링 업체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도 칸막이식 업역규제를 철폐하고, 통합발주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해외건설 시장구조의 변화도 눈여겨 봐야 한다. ENR(2018.8.24)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250대 해외건설업체의 매출성장률은 미국(12.2%)시장에서 가장 높았고, 유럽(6.4%)과 아시아(6.1%) 시장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 해외건설업체의 텃밭으로 생각해 온 중동시장은 전년 대비 3.1%, 중남미시장은 12.1%나 줄었다. 중동시장은 시장규모의 축소만이 아니라 경쟁 심화, 관료제의 병폐, 현지화 요구 과다, 정치적 불안 같은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다고 한다.
2017년에 최고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보인 국가는 중국(23.7%)이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많은 문제를 노출하고 있긴 하지만, 해외건설 수주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듯하다. 중국 다음으로는 스페인(13.0%), 프랑스(7.6%), 미국(6.9%), 독일(6.3%) 순이다. 그 이유는 미국과 유럽 건설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하지만 우리 해외건설업체의 미국이나 유럽 건설시장 진출사례는 지극히 미미하다. 이같은 해외건설 시장구조의 변화가 반영되면서 우리 해외건설업체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8.3%(2015)에서 5.3%(2017)로 하락했다.
국내건설과 해외건설의 이원적인 구분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짓지 않으면서 해외로 수출만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국내에서 민간투자사업을 하지 않는다면 해외 PPP사업을 확대하기도 어렵다. 국내에서 토목 SOC사업 발주를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해외 토목사업 수주확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내건설도 해외건설과 같은 시장구조나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건설업계가 당면한 상황은 10여년 전과 유사하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건설경기를 지탱해 온 민간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될 조짐이다. 국제유가도 크게 상승했다. 해외건설 활성화의 필요성도 크다. 과거의 실패나 실수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글로벌 건설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같은 새로운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