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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고령화와 직업윤리

보도일자 2019-04-11

보도기관 매일경제

몇몇 조직을 거치면서 관리자 생활을 하다 보니 조직 내 인력구조를 눈여겨보게 된다. 과장급 이하 젊은이들은 합쳐서 30% 내외인 반면에 부장급 이상만 50%를 상회하는 조직이 많다. 특히 건설업체들은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고, 고직급화된 인력구조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재작년부터 65세 이상 인구가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10년 내에는 그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고령사회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이미 많은 것이 논의돼 왔다. 정년 연장과 고용 보장, 노인 빈곤 대책을 비롯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대책들은 필요하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도 많다. 예를 들면 경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도 정년을 연장해 주고 정년 때까지 해고가 어려워지면, 새로 고용시장에 진입해야 할 청년들 일자리가 줄어든다.

조직 내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과 문화부터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 직장인들은 아직도 일은 주로 젊은 직원에게 시키고, 나이가 들면 관리나 영업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뿌리 깊다. 지금 같은 인력구조에서는 일하는 젊은 사람은 적고, 시키는 나이든 사람만 많다. 이런 사회문화적 환경에서는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나마 민간 기업은 임금피크제나 명예퇴직제 등을 통해 조금이라도 고령화를 완화해 보고자 발버둥을 친다. 공공 부문은 좀 더 심각해 보인다. 아무리 성과가 부진해도 정년 때까지 결코 해고할 수 없다면 나이가 들수록 도덕적 해이가 심해진다. "내일모레면 정년인데…"라는 말을 퇴직하기 전부터 몇 년씩이나 입에 달고 다닌다. 개인은 도덕적인 사람일지라도 조직 내 직업윤리적 측면에서는 부도덕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너무 많다.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 고용 불안정을 초래할 노동개혁은 당장 기대하기 어렵다. 대안의 하나로, 건전한 직업윤리 확립을 위한 사회문화적 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선악을 판별하고, 도덕적이고, 윤리적일 수 있다. 고령화의 문제점도 직업윤리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