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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무신불립(無信不立)

보도일자 2019-04-03

보도기관 매일경제

중국 법가 사상가인 상앙에 대한 일화가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나온다. 상앙은 새로 만든 법령을 시행하기에 앞서, 커다란 나무를 세워두고 그 나무를 옮기는 백성에게 큰 상금을 주겠다고 했다. 아무도 옮기지 않자, 이번에는 그 다섯 배를 주겠다고 했다. 어떤 백성이 그 나무를 옮기자마자 즉시 약속한 상금을 주었다.

사마천은 이처럼 나라가 백성을 속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난 뒤에 새 법령을 시행하자 10년 만에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고 기록했다. 상앙의 일화는 신뢰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준다. 새로운 정책이나 법령은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한다. 대통령이나 장관도 국민에게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 특히 상앙은 "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은 신뢰의 위기라고 본다. 이번 청문회에 나온 장관 후보자 가운데 국민이 신뢰할 만한 인물은 몇 명이나 될까. 정부가 인사기준을 공표했으면 그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 특히 법치주의는 법령을 준수하지 않으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된다는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구현될 수 있다. 위법과 탈법 행위를 자행해도 정부 고위직에 문제없이 임명된다면 법치주의가 확립되기 어렵다.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는 악화일로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하고, 소비가 늘어나고, 생산과 투자가 늘어나면서 고용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세먼지 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시장의 안정도 일관된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신뢰를 얻어야 가능하다.

신뢰는 개인적 자산이자 사회적 자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 근간을 이루는 가치이기도 하다. 공자는 군사력이나 경제력보다 신뢰를 더 중시했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즉 `백성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의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뢰를 쌓기는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신뢰가 허물어지고 있다. 말과 행동의 일치, 법령과 원칙의 준수 등을 통한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